한빛사인터뷰
Altos Labs, GIST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DNA 메틸화 패턴은 일생에 걸쳐 무작위적인 변이(epimutation)가 쌓이며 조금씩 변하는데, 이 변화가 나이에 따라 꽤 일정하게 누적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면 실제 나이(chronological age)를 상당히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를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라고 부르며, 예측된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게 나타나는 '후성유전학적 노화 가속'은 여러 만성질환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연구는 대부분 조직 전체를 한꺼번에 분석했기 때문에, 조직을 이루는 여러 세포 가운데 어떤 세포가 노화 가속을 주도하는지는 알기 어려웠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건강한 대조군과 신장질환 환자의 신장, 그리고 젊은 생쥐와 노령 생쥐의 신장을 대상으로, 단일세포 DNA 메틸화 데이터를 중심으로 유전자 발현, 염색질 접근성, 3차원 염색체 구조, 공간 정보를 통합한 종간(cross-species) 신장 후성유전체 아틀라스를 구축했습니다. 그 결과 신장질환에서 나타나는 후성유전학적 노화 가속은 세뇨관 상피세포에서 가장 두드러졌으며, 환자의 상피세포는 건강한 대조군보다 더 나이 든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또한 손상 후 상태가 변한 세뇨관 세포에서는 세포 정체성을 유지하던 후성유전학적 조절이 약해지면서 정상적인 노화와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고, 이러한 세포들은 조직 안에서 손상이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부위에 모여 있었습니다.
최근 단일세포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포 하나하나의 후성유전체까지 측정할 수 있게 되었고, 노화 연구도 '얼마나 늙었는가'를 넘어 '어떤 세포가 왜 먼저 늙는가'를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포 수준의 노화 지도는 노화와 질환에 취약한 세포를 찾아내고, 노화를 되돌리려는 치료 전략의 효과를 세포 단위로 평가하는 데에도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제가 미국 샌디에고 Altos Labs 에서 Computational Scientist로 근무하며 수행한 연구입니다. Altos Labs는 2022년 출범한 생명과학 기업으로, 세포 리프로그래밍(cellular reprogramming)을 이용해 나이 든 세포를 다시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세포 회춘(cell rejuvenation)의 원리를 밝히고, 이를 통해 질병과 손상을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학계의 연구 자율성과 산업계의 목표 지향성을 함께 갖춘 곳으로, 실험생물학자와 계산과학자가 긴밀하게 협업하며 대규모 데이터를 직접 생산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논문은 제가 2026년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과에 부임한 뒤 마무리했습니다.
3.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돌이켜보면 제가 하고 싶은 연구는 계속 바뀌어 왔던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에서는 영장류 뇌의 DNA 메틸화 진화를, 박사후연구원 시절에는 long-read 시퀀싱을 이용한 유전체 구조변이를, Altos Labs에서는 단일세포 멀티오믹스를 이용한 노화를 연구했습니다. 학계에서 산업계로 갔다가 다시 학계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것이 처음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연구 분야를 포함해 새로운 것을 꾸준히 공부하면서 기회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당시에는 서로 다른 길처럼 보였던 경험들이 결국 지금 연구실의 연구 방향을 만드는 바탕이 되었습니다.
4.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2026년 GIST 생명과학과에 연구실(https://hrrsjeong.github.io/)을 열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뇌가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유전체와 후성유전체 등 다양한 오믹스 데이터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참조유전체에 의존하지 않고 각 개체의 DNA로 유전체를 직접 조립하는 donor-specific assembly를 이용해, 큰 유전체 영역이 집단 내 혹은 종 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리고 서열이 매우 유사한 중복 유전자들 사이의 차이가 인간 진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밝히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이번 연구에서 이어지는 노화와 질환에 따른 세포 유형별 유전자 조절 연구도 계속할 계획입니다.
5.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에 함께해 주신 모든 공동연구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자주 바뀌는 남편을 늘 응원하고 배려해 주는 아내 최정문 박사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