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통증은 염증이 생겼을 때 우리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런데 치주염은 만성적인 염증과 조직 손상이 지속되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이러한 현상에 치주질환의 주요 원인균인 Porphyromonas gingivalis와 감각신경 사이의 상호작용이 관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예상 밖의 주제로 시작한 연구였습니다. 학부에서 미생물학과 면역학을 전공하면서 오히려 "면역세포 연구는 해도 미생물 자체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석사에서는 CNS를 연구했고 결국 박사과정에서는 구강 세균과 말초 감각신경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연구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연구에서는 P. gingivalis가 염증 상황에서 오히려 통증을 줄이는 예상 밖의 현상을 먼저 확인했습니다. 처음에는 대표적인 병원성 인자인 gingipain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gingipain이 풍부한 EV에서는 효과가 재현되지 않았고, 세균과 감각신경을 분리한 transwell 조건에서도 신경 억제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분비물보다는 살아있는 세균과 감각신경의 직접적인 접촉 자체가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연구를 좁혀갔습니다.
기전을 찾는 과정에서는 실험만큼이나 행정적인 절차도 어려웠습니다. 해외에서 LMO mutant 균주를 들여오기 위해 질병관리청 수입 승인과 연구 관련 절차를 여러 차례 거쳐야 했고, 그렇게 어렵게 들여온 mutant에서 아무 변화가 없었을 때에는 과학적으로는 중요한 음성 결과였지만 연구자 입장에서는 꽤 허탈했습니다. 안전을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연구자가 실험과 과학적 질문에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가 효율적으로 운영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이후 전기생리학 실험을 통해 살아있는 P. gingivalis와 직접 접촉한 감각신경의 흥분성이 실제로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Science Advances revision 과정에서는 직접 patch-clamp를 적극적으로 배우며 FimA-integrin α5를 통한 접촉 기전까지 검증했습니다. 답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다시 틀리는 일이 반복됐지만, 결국 세균의 직접 접촉-감각신경 억제-통증 감소라는 하나의 흐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습니다.
2. 본 연구의 한계점 및 추가적으로 검증 또는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번 연구는 동물모델과 감각신경세포를 이용해 P. gingivalis가 감각신경을 직접 억제할 수 있다는 기전을 제시했지만, 실제 치주염 환자에서 이러한 현상이 어느 정도 통증 감소에 기여하는지는 아직 직접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FimA-integrin α5 상호작용과 gingipain activity, FXYD2 변화 등이 신경 억제와 연관됨을 확인했지만, 이들 사이의 세부적인 분자적 연결고리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향후에는 이러한 기전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실제로 진통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세균 유래 인자를 찾아 새로운 비마약성 진통 전략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습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생리학교실의 오석배 교수님 연구실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말초감각신경과 통증을 연구하는 신경과학 연구실이지만, 이번 연구는 미생물학과 신경과학의 경계에 있는 주제였기 때문에 교내 미생물학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연구가 확장되면서 Harvard Medical School, 미국 보스턴의 ADA Forsyth Institute 등과도 공동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한 분야의 기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질문을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함께 검증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4.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논문의 저널명이나 impact factor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처음 던진 질문을 어느 정도까지 스스로 납득할 수 있게 마무리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번 연구도 처음에는 "세균을 처리했더니 통증이 줄었다"는 현상에서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세균이 어떤 방식으로 감각신경과 접촉하고 그 결과 신경 기능이 어떻게 변하는지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박사학위 당시에도 남아 있던 질문을 논문 revision 과정에서 다시 잡아 끝까지 검증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이 큰 연구입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처음부터 자신의 연구 분야를 너무 좁게 정해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학부에서는 미생물학과 면역학, 석사에서는 CNS와 행동, 박사과정에서는 미생물과 말초 감각신경을 연구했습니다. 당시에는 서로 다른 분야처럼 보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모두 현재의 연구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특정 실험기법 자체보다 좋은 질문을 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상과 다른 결과를 너무 빨리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연구는 가설을 세우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지만, 실제로는 틀린 답을 여러 번 지나쳐야 최종 답에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도 호기심을 잃지 않고 "그렇다면 진짜 답은 무엇일까"를 계속 묻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연구를 하면서 자만하지 않고 계속 배우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 자체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6.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특정 질환이나 하나의 분자에 국한되기보다는 서로 다른 생물학적 시스템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감각과 통증을 조절하는가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미생물과 감각신경의 상호작용을 다뤘지만, 향후에는 면역계-신경계, 스트레스-면역계-감각신경계 등 보다 복합적인 시스템 간 상호작용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특히 만성통증처럼 하나의 세포나 신호전달경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을 시스템 간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논문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고, 그 사이 개인적으로는 결혼과 임신, 출산을 모두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논문은 연구 결과물이라는 의미를 넘어, 긴 시간 동안 함께 키워온 또 하나의 아기를 마침내 세상에 내놓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여성 과학자로서 연구를 지속하면서 개인의 생애주기와 연구 일정을 함께 조율하는 일이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점도 많이 느꼈습니다. 연구는 긴 호흡과 지속적인 몰입이 필요한 만큼, 연구자가 중요한 삶의 변화를 겪더라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조금 더 유연하고 안정적인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면서 제가 연구에 계속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혼자서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습니다. 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 가족과, 친인척분들, 그리고 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 연구해 주신 모든 분들께 많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연구는 개인의 이름으로 발표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주변의 수많은 도움과 배려가 쌓여 완성되는 일이라는 것을 이번 연구를 통해 더욱 크게 느꼈습니다.
등록일 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