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POSTECH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 몸과 산업 현장에는 수많은 "효소(enzyme, 화학반응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단백질)"가 쓰입니다. 그런데 자연에서 온 효소는 공장이나 의약품 생산에 바로 쓰기엔 성능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효소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아미노산(단백질의 구성 단위)을 바꾸어 효소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연구를 합니다.
문제는, 효소를 이루는 수백 개의 아미노산 중 어떤 것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무작정 실험하면 시간과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들고, 컴퓨터 예측만 믿으면 여러 곳을 동시에 바꿀 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깁니다.
우리 연구실은 이전부터 효소 활성 조절에 관심을 가지고, 아미노산 한 곳씩 바꾸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곳을 동시에 바꾸면 아미노산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새로운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자세히는, 각 위치치의 변화가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A 위치를 바꾸면 B 위치를 바꿨을 때의 효과가 예상과 달라집니다. 이를 "에피스타시스(epistasis, 아미노산 간 비선형 상호작용)"라고 하며, 기존 방법들은 이 점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물들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함께 변해온 아미노산 쌍들의 관계인 공진화 패턴(co-evolution)을 분석해, "이 두 위치는 이 아미노산 조합일 때 진화적으로 유리하다"는 조합을 예측하는 도구 epiSCANEER를 개발했습니다.
우리 연구는 실제 실험을 통해 모델이 추천한 돌연변이 조합이 효소 활성을 실제로 높이는지 검증했습니다. 그 결과, epiSCANEER는 예측한 변이의 76%에서 실제로 효소 활성이 높아짐을 확인했으며, 이는 기존 방법보다 2.5배 높은 성공률입니다.
2. 본 연구의 한계점 및 추가적으로 검증 또는 해결해야 할 과제는?
우선 논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중 돌연변이를 넘어 더 많은 위치를 동시에 바꾸는 경우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삼중 변이까지 실험을 진행했지만, 아직 충분한 실험적 검증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향후 더 많은 아미노산 위치 간의 관계를 모델링할 수 있다면, 더 복잡한 변이 조합의 최적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연구 결과의 일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효소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현재 epiSCANEER는 웹 사이트(https://sbi-web.postech.ac.kr:3051/w/epiSCANEER/)를 통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효소를 다루는 연구자들이 직접 활용하면서 모델의 신뢰성을 함께 쌓아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현재 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상욱 교수님 연구실(구조생물학연구실)에서 석박통합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생물정보학을 기반으로, 이번 연구와 같은 효소 개량 및 구조생물학 연구를 비롯해 전사체 기반 약물 개발, 암 환자 진단 및 다양한 생명과학 문제들를 다루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을 한 단어로 나타내자면, "집단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 특히 강조하시는 것이 구성원 간의 활발한 토론입니다. 자신의 의견과 글을 동료들에게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를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번 논문도 많은 구성원들의 조언을 거치며 구체화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연구실은 최신 인공지능 연구 흐름에 발맞춰 연구 환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실 전용 GPU 서버가 구축되어 있고 추가 확충도 예정되어 있어, 최신 인공지능 모델을 직접 실행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환경은 연구 속도를 높이고 트렌드에 맞는 연구를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4.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대학원 과정을 통해 제가 깨달은 것은, 연구란 결국 자신의 주장을 타인에게 설득하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실험을 수행하고 다양한 근거 자료를 만드는 것은 모두 그 설득을 뒷받침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따라서 연구 과정에서 배워야 할 핵심은, 어떤 분석을 어떻게 제시해야 내 가설이 납득될 수 있는지를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말하기"와 "글쓰기" 는 단시간에 습득되는 것이 아니며, 꾸준함과 성실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얼마 전 입학 직후 썼던 글을 다시 읽었을 때, 지금의 제가 갑자기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의 꾸준함을 유지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이를 활용한 생물정보학 모델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ChatGPT가 등장한 지 불과 4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연구의 트렌드가 그야말로 숨가쁘게 바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생명과학 전공자라도 인공지능 모델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물정보학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모델을 자신이 관심 있는 생명현상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한편,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자신의 연구가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연구자로서 자신이 검증하고자 하는 가설에 집중하고, 끝까지 후회 없이 결과를 확인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연구를 마무리하며 얻은 것들이 정말 많았고, 이 경험을 조금 더 일찍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중요한 것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아니라, 후회 없이 다양한 논리를 펼쳐보는 경험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6.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우선 효소 활성 예측을 위한 "SCANEER universe" 구축을 목표로 다양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다중 변이 예측 방법론을 마련했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모델을 통해 서열 정보로부터 의미 있는 패턴을 추출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간 생명과학 분야에서 이 접근법을 조심스럽게 다뤄온 이유는, 성능이 향상되더라도 그 이유를 생물학적으로 해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explainable AI) 모델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저희 연구실도 이를 효소 개량 분야에 도입해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바이오파운드리(biofoundry) 기술의 발전으로, 실험과 컴퓨터 모델링을 함께 연계하는 것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DBTL(설계-구축-시험-학습) 사이클에 통합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구축하여,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빠르게 최적의 변이 후보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좋은 연구 환경과 아낌없는 조언을 주신 김상욱 교수님과 SBI 연구실 구성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실험을 통해 모델을 검증하고 논문 출판까지 함께 애써주신 김다늡 선생님, 노명현 박사님, 정규열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 논문을 비롯해 제 연구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을 주신 김동효 박사님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후, 연구가 나에게 맞는 길인지 적지않게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4년이 흘렀고, 연구는 제 인생의 소중한 일부가 되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지금 이 과정을 즐기며,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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