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POSTECH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분야 소개, 동향, 전망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약물로 직접 공격하는 대신,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하여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도록 유도하도록 돕는 치료제입니다. 기존 항암치료와 달리 일부 환자에서는 치료 효과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는 일반적으로 20% 내외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대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불필요한 항암 치료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를 정확하게 예측하여,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암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매우 다양한 종양 미세환경은 면역항암제가 반응하는 환자 예측을 어렵게 합니다. 예를 들어, 노화된 종양 내 세포들은 면역억제 종양 미세환경을 조성하고, 면역항암제 반응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정확한 반응 예측을 위해선 환자의 종양환경을 고려한 예측 프레임워크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임상 실무에서 사용하고 있는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인 면역 관문 발현 정도는, 이러한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여 코호트간 큰 성능 차이를 보입니다.
이미지나 텍스트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경우와 달리, 면역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데이터는 종양 미세환경의 복잡성을 충분히 모델링하기에는 제한적입니다. 특히 환자 수에 비해 유전자 발현 데이터의 차원이 매우 높기 때문에, 관련 모든 유전자 발현 정보를 활용해 종합적인 머신러닝 모델을 구축할 경우 특정 코호트의 종양 미세환경에 과적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세포 노화로 인해 면역반응이 억제된 종양 미세환경을 사전에 식별한 후, 이를 제외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반응 여부를 재분류하는 순차적 분류 모델 'Stepwise framework'를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특정 종양 미세환경에 대한 과적합을 줄이고, 다양한 환자 집단에서도 보다 강건한 면역항암제 반응 예측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가끔 잘 때 꿈속에서 깨어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재밌는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세포 노화와 면역항암제 반응의 연관성을 연구하던 중, 지도교수님께서 주무실 때 떠오르신 순차적 예측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지금 이 논문을 작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구조생물정보학 연구실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생물정보학을 기반으로 효소 활성화 연구부터 약물 재창출 및 독성 예측, 암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폭넓은 연구 분야는 서로 다른 관점과 방법론을 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도 교수님께서는 연구실 구성원 간의 활발한 토론을 중요하게 강조하십니다. 서로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각자의 연구를 더욱 확장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러한 자유로운 연구 교류가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고, 저희 연구실만의 독창적인 연구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생물정보학 연구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과 모델 학습을 위해 상당한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하는 만큼, 지도 교수님께서는 연구에 필요한 분석 장비와 컴퓨팅 환경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십니다. 특히 연구실에서 운영하는 CPU/GPU 계산 클러스터를 활용함으로써 일반적인 컴퓨터 환경에서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는 유전체 데이터 분석 및 모델링 작업을 수일 내에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인프라는 다양한 가설을 빠르게 검증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방향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학위 과정 동안 여러 연구 주제에 도전하고 연구를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의 연구가 의료 현장에서 저보다 앞선 자리에서 환자분들을 위해 헌신하고 계신 의료종사자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정밀의료 분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이러한 연구는 병마와 싸우셨던, 그리고 여전히 싸우고 계신 환자분들의 소중한 데이터와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환자분들이 연구에 보내주신 소중한 뜻이 더 나은 치료와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자로서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노력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바이오를 포함한 전 세계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현시점인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연구를 하면서 새로운 기술과 분야를 신속하게 습득하는 것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와 AI를 함께 공부하다 보니,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서 새로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분들도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습득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다양한 암 정밀치료를 위해서는 환자 개개인의 종양 미세환경을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조직 미세환경의 공간적 구조와 세포들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인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 데이터를 이용한 암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활용하여 종양 내 세포들의 위치와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별 종양 미세환경의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공간적 정보를 기존의 유전자 발현 정보와 통합하여, 환자의 종양 미세환경에 따른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궁극적으로 환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암 정밀치료를 선택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약 2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막연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공부해 더 높은 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배경지식도 부족한 분야에 도전했던 만큼 입학 초기에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대학원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저를 불안하고 조급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직접 연구를 해보니, 연구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일이었습니다. 단순히 좋은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주장을 다른 연구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과정을 고민하는 것이, 제가 예상했던 투박한 대학원 생활을 오히려 즐겁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가끔은 재미있는 논문을 읽으며, 사실에 근거한 한 편의 문학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2년 전의 선택은 제 인생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이 연구가 출판되기까지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신 김상욱 교수님과 SBI 연구실 구성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9.07
연구자 ID
관련분야 연구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