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University of Iowa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과당, 특히 고과당 시럽(high-fructose corn syrup)의 과도한 섭취는 비만과 당뇨병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섭취된 과당은 주로 소장과 간에서 분해됩니다. 기존 연구에서는 소장이 과당을 먼저 처리해 간으로 유입되는 과당의 양을 줄여 주므로 보호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소장의 과당 대사를 억제하면 오히려 대사질환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소장 상피세포에서 과당 분해의 첫 단계에 필요한 ketohexokinase(KHK)를 선택적으로 제거한 생쥐가 고과당 식이를 섭취했을 때, 예상과 달리 체중 증가와 인슐린 저항성이 완화되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그 원인을 추적한 결과, 소장 말단부인 회장의 융모 안에서 지방을 흡수하는 림프관인 lacteal이 짧아지면서 식이 지방의 흡수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더 나아가 장내 미생물 이식 실험을 통해, 변화된 장내 미생물군이 lacteal 성장에 필요한 대식세포를 감소시키고 lacteal 구조를 변경한다는 연결고리도 제시했습니다. 이는 지방과 과당을 함께 섭취할 때 나타나는 상승적인 대사질환 위험을 '장내 과당 대사-미생물군-면역세포-림프관-지방 흡수'라는 새로운 축으로 설명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학부연구생 학생이 실험동물의 장 조직을 관찰하던 중 lacteal의 길이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이는 당초 연구 가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결과였지만, 그 관찰을 우연으로 넘기지 않고 정량화한 뒤 후속 실험을 통해 검증하면서 연구의 핵심 이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이러한 변화가 장내 미생물에 의해 조절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학부연구생 학생과 장내 미생물 이식 실험을 구상하고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spectrophotometer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우리의 가설이 맞았음을 깨달았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유레카 모먼트'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2. 본 연구의 한계점 및 추가적으로 검증 또는 해결해야 할 과제는?
대사적 측면, 기전이 부족
과당 대사가 어떤 대사산물과 신호를 통해 장내 미생물 생태를 바꾸는지, 그리고 특정 미생물 또는 미생물 유래 물질이 대식세포와 lacteal 성장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더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의 장철순(Cholsoon Jang) 교수님 연구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장 교수님 연구실은 과당과 식이섬유를 비롯한 다양한 영양소와 장내 미생물 유래 대사체가 암, 지방간 등 대사질환과 전신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영양소 대사와 장내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며 대사체학과 안정동위원소 추적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습니다.
논문 리비전 중에는 University of Iowa의 Division of Endocrinology and Metabolism에 조교수로 부임하여 독립 연구실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University of Iowa는 제가 독립 연구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는 대동물 모델, 동·정맥 대사체학, 안정동위원소 추적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연구 환경과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현재 장기 간 대사체 교환과 대사질환의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예상하지 못한 생물학적 현상을 발견했을 때뿐만 아니라, 함께 연구한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입니다. 이번 논문에서도 당시 학부연구생이 포착한 중요한 관찰을 바탕으로 함께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해 하나의 완성된 연구로 발전시켰습니다. 이 경험을 발판으로 현재 Yale University 대학원에서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더욱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밖에도 총 16명의 대학원생, 학부생 및 젊은 연구자들을 멘토링하면서, 연구 성과를 이루는 것만큼이나 후배들이 자신만의 질문을 발견하고 한 단계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큰 기쁨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자의 길을 걷다 보면 누구에게나 슬럼프가 찾아옵니다. 저 역시 대학원 시절에는 과학을 계속할 수 있을지 여러 차례 고민했고, 박사후연구원 과정에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순간도 수없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과학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마음을 되돌아보고,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 주신 부모님과 가족을 바라보며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오랫동안 꿈꿔 온 독립 연구실을 시작하여, 그동안 마음속에 품어 왔던 가설들을 직접 검증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제 연구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기대와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힘들고 불확실했던 모든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든 소중한 과정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길을 걷는 후배들도 때로는 앞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는 듯한 막막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이 후배들에게 작은 이정표와 용기가 되기를 바라며, 각자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6.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2026년 8월 University of Iowa에서 독립 연구실을 시작했습니다. 박사후연구원 과정에서 습득한 동·정맥 대사체학(arterio-venous metabolomics)과 안정동위원소 추적(isotope tracing) 기술에, 박사과정에서 쌓은 순환계(circulatory physiology)에 대한 전문성을 접목하여, 다양한 대사질환과 암에서 나타나는 장기 간 대사 교류를 저만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연구하고자 합니다. 자세한 연구 내용은 연구실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ae.lab.uiowa.edu
이러한 연구를 함께 시작할 박사후연구원을 현재 모집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시작할 때 신임 교수님의 연구실을 선택했습니다. 연구실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폭넓은 실무 경험을 쌓고, 지도교수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은 제가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매우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BAE Laboratory는 신생 연구실이지만, 제가 그동안 축적한 연구 경험과 예비 데이터, 그리고 University of Iowa의 탄탄한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합류하는 박사후연구원에게 긴밀한 일대일 멘토링과 더불어 독립적인 과학자로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채용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공고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bric.org/s.do?xmyRrrwmxD
학회 참석을 위해 9월 7일부터 11일까지 한국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편하게 연락해 주시기 바라며, 해당 기간에 연구 및 진로 상담과 대면 인터뷰도 가능합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매번 연구를 마무리할 때마다 느끼지만, 이번 연구 역시 많은 분의 노력과 협력이 있었기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논문 수정 과정에 합류해 수많은 추가 실험과 분석을 능숙하게 이끌어 준 공동 제1저자 Miranda Lopez와, 학부연구생 시절의 중요한 관찰을 연구의 핵심으로 발전시키고 현재 Yale University 대학원생으로 성장한 또 다른 공동 제1저자 강태경에게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밖에도 실험과 분석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연구를 든든히 뒷받침해 준 Lee-Jang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과 여러 공동연구자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독립 연구실을 시작한 후, 연구책임자로서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저를 이끌어 주신 스승님들의 가르침과 헌신이 더욱 깊이 와닿았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제가 후배 연구자들을 지도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시고 참된 스승의 모습을 보여주신 장철순 교수님, 언제나 제자들을 따뜻하고 인간적인 마음으로 대하며 귀감이 되어 주신 고(故) 이진아 교수님, 그리고 오랜 시간 제자의 성장을 묵묵히 지켜보며 한결같이 응원해 주신 고규영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긴 연구 과정과 미국 생활을 한결같이 응원해 준 사랑하는 아내와 양가 부모님, 그리고 처제 가족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많은 분들의 기도와 사랑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만큼, 연구자로서의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성실히 정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모든 지혜의 근본임을 고백합니다.
등록일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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