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고려대학교 융합생명공학과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바이러스는 유전체 변이율이 높아, 바이러스 단백질을 직접 겨냥하는 항바이러스제(direct-acting antiviral)는 내성이 빠르게 생기는 근본적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우회하는 전략이 숙주지향치료(Host-Directed Therapy, HDT)로, 여러 바이러스가 공통으로 이용하는 '숙주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아 내성 장벽을 높이고 광범위(pan-viral) 효과를 목표로 합니다. 저희가 표적으로 삼은 Deoxyhypusine Synthase(DHPS)는 숙주 번역 인자 eIF5A의 하이푸신화(hypusination)에 필수적인 효소로, HIV-1과 SARS-CoV-2를 포함한 여러 바이러스의 복제에 관여해 주목받는 광범위 항바이러스 표적입니다.
한편 최근에는 결합친화도 예측부터 de novo 분자 생성까지 신약개발 전 과정에 인공지능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알고리즘 계열은 저마다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GNN 기반 예측모델은 소규모 표적 특이 데이터셋에서 과적합되기 쉽고, VAE 등 잠재공간(latent space) 기반 생성모델은 표적 특이적 보상 신호를 반영하기 어려워 적중률이 낮으며, 강화학습 기반 생성모델은 탐색 효율은 좋지만 생성 분자의 약물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다른 모델들을 동일 표적·동일 조건에서 직접 비교(head-to-head)한 벤치마크가 드물다는 점, 그리고 예측모델과 생성모델을 하나로 이은 end-to-end 파이프라인을 endpoint product까지 실험 검증한 연구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DHPS를 공통 표적으로 삼아, 예측과 생성 양쪽의 AI 방법을 동일 조건(5-seed 반복)에서 벤치마킹하고 실험적 검증까지 연결하는 통합 파이프라인을 구축했습니다. 예측 단계에서는 MM-GBSA 결합 점수를 추정하는 모델 13종을 비교하고, 부스팅·GNN·화학 언어모델을 통합한 앙상블(OOF-Stacking)을 제안해 Spearman 상관계수 0.861로 가장 정확한 예측 성능을 달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딥러닝 모델보다 비교적 단순한 부스팅 계열이 소규모 표적특이 데이터에서 오히려 더 우수한 성능을 보인 점이 특징적이었습니다. 생성 단계에서는 de novo 분자 생성 방법 10종을 비교하고, 위 앙상블을 스코어링 기준(oracle)으로 삼는 강화학습 기반 생성모델(RL-Design)을 제안해 적중률(hit rate) 92%, 약물성(high-QED) 98%로 비교 대상을 모두 앞서면서도 가장 빠른 생성 속도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SHAP 분석으로 모델이 학습한 특징이 실제 DHPS 활성부위의 물리화학적 성질과 부합함을 확인했고, 예측-활성 화합물 3종을 효소 실험으로 검증해 모두 저해 활성을 확인했으며, X-ray 공결정 구조까지 규명했습니다.
이처럼 예측 → 생성 → 해석 → 실험 검증으로 이어지는 재현 가능한 통합 파이프라인이 확립됨에 따라, eIF5A 하이푸신화가 관여하는 다른 RNA 바이러스로도 동일한 접근을 확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됩니다. 현재 후속 연구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AV)를 대상으로 파이프라인을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AI 신약 설계가 단순히 계산 점수만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결합 원리를 학습하고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한 점은, 계산 예측과 실험 검증을 잇는 신약 설계 전략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2. 본 연구의 한계점 및 추가적으로 검증 또는 해결해야 할 과제는?
본 연구의 약리학적 특성 규명은 히트 발굴(hit discovery) 단계까지입니다. 활성 화합물의 IC50는 확립했으나 저해 기전은 아직 밝히지 못했고, 저해 상수(Ki) 결정과 경쟁적 저해 분석은 후속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모든 실험이 정제된 효소 수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세포 내 eIF5A 하이푸신화 억제, 표적 선택성, in vivo 평가는 다루지 못했습니다. AMES 변이원성이나 hERG 저해 같은 독성 지표도 이번에는 최적화 목표에 포함하지 않았는데, RL-Design의 보상 함수가 모듈식이라 추후 hit-to-lead 최적화 단계에서 추가 보상 항으로 넣을 수 있습니다. 이 화합물들은 향후 IAV 감염 모델에서 시험할 계획이며, 동일한 파이프라인은 eIF5A 하이푸신화가 관여하는 다른 RNA 바이러스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고려대학교 생명공학부 황광연 교수님 연구실에서 수행되었습니다. 황광연 교수님 연구실은 구조생물학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실로, 효소 활성 실험과 X-ray 공결정 구조 규명이 이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본 연구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융합의학교실 김홍래 교수님 연구실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김홍래 교수님 연구실은 전산의약화학을 기반으로 신약 후보 분자를 발굴하는 곳으로 이번 연구의 표적 화합물 결합친화도 데이터셋을 구축해 주셨습니다.
저는 구조생물학 기반 위에 인공지능과 분자동역학, multi-omics를 접목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김홍래 교수님 연구실이 구축한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예측·생성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두 핵심 모델(OOF-Stacking, RL-Design)을 개발했으며, 이렇게 도출한 후보 화합물이 황광연 교수님 연구실의 효소 활성 실험과 구조 규명을 통해 검증되었습니다.
4.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과학은 공학의 기반이자 첨병이며, 과학자는 사회의 요구에 응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팀이 이루어 내는 성과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를 매일 기도하며 출근합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과학의 본질은 재현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험자나 조건이 달라도 같은 결과에 도달할 수 있어야 비로소 지식이라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부에서 생명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석사에서 기계공학을, 박사에서 융합생명공학을 전공하며 여러 분야를 거친 경험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재현성을 가장 철저하게 통제하고 검증할 수 있는 computational biology를 선택하여 정진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연구자로서 평생의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 여러 분야를 경험해보며 본인만의 학문관을 형성하셨으면 합니다.
6.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박사 학위 취득 이후 연구자로서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precision medicine의 완전한 구현으로, multi-omics 데이터 분석부터 맞춤형 약물 설계까지 하루 내로 끝내는 end-to-end pipeline의 방법론을 정립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각 환자의 multi-omics 데이터를 통합하여 환자마다 다른 약물 감수성의 정도를 정량화하고 원인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그 이후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석사 과정에서 연구하였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과 단백질 공학을 접목하여, 환자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약물을 설계하는 연구를 완성하고자 합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는 Korea-US Collaborative Research Fund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좋은 기회를 주신 고려대학교 송문정 교수님과 Broad Institute의 황승민·최자영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Google Cloud Research 프로그램과 대학원 대통령과학장학금의 지원에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어떤 학자로 성장해야 할지 같이 고민해주시는 우리 황광연 지도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등록일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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