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고려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아밀로이드는 단백질이 뭉쳐 형성되는 구조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여러 퇴행성 질환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긴 섬유 형태의 아밀로이드보다, 형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작은 단백질 덩어리인 올리고머(oligomer)가 세포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리고머는 불안정해 쉽게 섬유 구조로 변하기 때문에 선택적으로 만들기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단백질 용액을 회전시키는 물리적 방법을 이용해 응집 경로를 조절하였으며, 회전 속도를 높일수록 섬유 성장이 억제되고 올리고머가 많이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즉, 별도의 화학물질 없이 회전 속도만으로 단백질의 응집 형태를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입니다.
재미있게도 이 연구는 처음부터 정교한 실험 장비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 아이디어를 확인할 당시에는 전동 드릴로 튜브를 회전시키고, 파충류를 키울 때 사용하는 할로겐 램프로 열을 가하는 임시 장치를 직접 만들어 실험하였습니다. 다소 투박한 장치였지만 회전 속도에 따라 단백질의 응집 형태가 달라지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났고, 이것이 이번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소속된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생명정보공학과에서 이규도 교수님의 지도 아래 수행되었고 여러 연구자들의 도움으로 단백질 응집체의 구조적·물리적 특성과 세포 반응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였습니다.
이규도 교수님 연구실은 원자 힘 현미경(AFM)을 중심으로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형성 과정과 구조적·물리적 특성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단순히 아밀로이드의 형태를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fibril과 oligomer 등 서로 다른 응집체의 높이, 크기, 형태 및 나노기계적 특성을 정량화하여 단백질의 나노스케일 구조·물성과 기능적 작용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형광 및 분광학적 분석과 AFM을 함께 활용하여 회전 속도에 따라 긴 fibril에서 작은 oligomer 형태로 응집 상태가 변화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하였으며, 형태가 유사한 oligomer 사이에서도 나노기계적 특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분석함으로써 아밀로이드 응집 현상을 구조와 물성의 관점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부분 중 하나는 하나의 분석 결과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서로 다른 원리의 분석법을 통해 같은 현상을 교차 검증하는 것입니다. 특히 아밀로이드처럼 다양한 구조가 동시에 존재하고 시간에 따라 상태가 변화하는 시스템에서는 특정 분석법 하나만으로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형광 분석에서 관찰된 응집 상태의 변화를 분광학적 분석과 원자 힘 현미경(AFM)을 통해 구조적으로 다시 확인하고, 나노기계적 특성과 세포 반응까지 비교하면서 각각의 결과가 서로 일관된 방향을 가리키는지를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서로 다른 분석법에서 얻은 결과들이 하나의 현상을 독립적으로 뒷받침하고, 처음에는 단편적으로 보였던 데이터가 하나의 논리로 연결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반대로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않을 때에도 어느 분석법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보다 그 차이가 새로운 생물학적·물리적 특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살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데이터를 얻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얻은 데이터를 교차 검증하여 얼마나 신뢰도 높은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라는 점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자는 항상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고민이 괴롭기만 하다면 연구를 오래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어야 연구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지만, 답을 아는 것보다 질문하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연구자로서 오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익숙한 방법에만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계속 발전해 나가는 연구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난 7월 인터뷰 당시에는 박사 졸업 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의 전문연구요원 전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감사하게도 목표를 이루어 9월 1일부터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에서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 동안 원자 힘 현미경을 중심으로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다양한 생체물질의 구조와 물성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분석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생체물질의 특성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하고 정량화하는 연구로 관심 분야를 확장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박사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을 앞둔 지금, 가장 먼저 이규도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교수님과 함께한 시간은 단순히 연구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연구를 바라보고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연구 환경으로 나아가지만, 그동안 배운 기준을 제 연구 안에서 스스로 지켜나가는 것이 교수님께 받은 가르침에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공동 제1저자로 함께한 송은지 연구원을 비롯해 배민우 연구원, 정다연 박사님, 한세찬 연구원, 이태하 박사님, 강다인 연구원, 이재언 연구원, 백승필 교수님, 이형빈 박사님, 박인수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세포 염색 실험에 도움을 주신 문종원 연구원과 이형진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여러 연구자분들의 경험과 도움이 모여 이번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대학원 생활을 응원해 준 가족들과, 이제 앞으로의 삶을 함께 준비하고 있는 여자친구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도움을 기억하며, 새로운 연구 환경에서도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겠습니다.
등록일 202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