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UST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일부 세균은 불리한 환경에서 증식과 대사활동을 낮춰 항생제 치료 중에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항생제는 세포벽이나 단백질 합성처럼 세균이 활발하게 증식하고 대사하는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이 감소한 세균에서는 항생제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유전적 변이 없이 일시적인 생리 상태의 변화만으로 항생제 치료에서 살아남는 세균을 휴면세균(Persister cells)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약물 치료가 끝난 후 다시 깨어나 증식하며 만성 및 재발성 감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최근에는 휴면세균을 깨워 기존 항생제가 다시 약효를 발휘하게 만드는 ‘항생제 재감수화(Resensitization)’ 전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신약 개발 대신 기존 항생제의 효능을 되살려 활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piperidine 유도체인 C10과 독성을 개선한 유도체 KP35가 휴면세균의 호흡과 에너지 상태를 부분적으로 활성화하여 아미노글리코사이드(aminoglycoside) 계열 항생제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질산염 호흡(nitrate respiration)이 항생제 유입과 감수성 회복에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했으며, 패혈증, 대퇴부, 폐 감염의 세 가지 서로 다른 마우스 감염 모델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하여 생체 내 적용 가능성을 넓혔습니다.
연구 초기에는 직접적인 항균 활성이 없는 물질을 이용한 감수성 회복 전략이 복잡한 생체 내 감염 환경에서도 치료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항생제와 병용했을 때 서로 다른 여러 동물 모델에서 일관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보며 C10을 활용한 재감수화 전략의 치료적 가치에 점차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휴면세균을 직접 사멸시키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시 항생제에 반응하도록 유도하는 것 자체가 유효한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확신하기 어려웠던 치료 효과의 가능성에 대해 여러 실험을 통해 하나씩 근거를 쌓아가는 과정이 가장 의미 있고 기억에 남습니다.
2. 본 연구의 한계점 및 추가적으로 검증 또는 해결해야 할 과제는?
본 연구는 C10과 KP35가 질산염 호흡을 활성화한다는 생리적 기전을 밝혔고 Thermal Proteome Profiling 분석을 통해 유비퀴논(ubiquinone)합성 관련 단백질인 UbiT와 UbiK를 후보 단백질로 도출했으나, 이 물질들이 세균 세포 내의 어떤 구체적인 단백질과 직접 결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규명이 필요합니다.
또한 본 연구는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향후에는 대장균(Escherichia coli),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를 비롯한 다양한 그람음성균과 그람양성균에서도 감수성 회복 효과가 확장될 수 있을지 검증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동물 감염 모델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지만, 감염 조직에 남아 있던 세균이 실제 휴면 상태였는지를 직접 판별하는 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앞으로 생체 내 휴면세균을 직접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과 만성·재발성 감염 모델을 구축한다면, 감수성 회복 전략의 작용 시점과 치료 대상을 더욱 명확하게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의 류충민 박사님 연구실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병원성 세균의 항생제 내성과 병원성을 규명하고, 제어 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동물 감염 모델을 활용한 항생제 내성균의 제어 기전 연구, 감염 과정에서 나타나는 숙주 면역반응과 방어 기전 규명, 식물과 미생물 간 상호작용 연구 등이 있습니다.
4.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부와 석사 과정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고, 석사 과정에서 처음으로 미생물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석사 과정과 인턴 기간 동안 경험한 다양한 미생물 실험이 낯설고 생소했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박사과정에 진학한 이후에는 조금 달랐습니다. 3년 동안 열심히 연구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고, 초조함을 느끼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실험을 하면서 기쁘고 뿌듯했던 순간은 잠깐이고,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은 잘되지 않는 실험을 반복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연구를 이어가 좋은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그 과정에서의 태도와 꾸준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날에도 일찍 일어나 연구실에 나오는 것은 저에게는 특별한 열정이 아닌 노력이었고, ‘언젠가는 좋은 연구자가 되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보다는 오늘 해야 할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의 기대와 각광 받는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해내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자로서의 성과만큼이나 제 자리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평범한 하루를 성실하게 보내는 태도가 스스로에게 큰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를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보람과 자부심도 여기에 있습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 역시 아직 박사과정 중에 있고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계속 고민하고 있는 입장이라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확신 있게 조언하기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연구를 하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길과 속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진로를 보면서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혹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불안해질 때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남들과 자신의 속도를 비교하면서 너무 일찍 답을 내리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결국 각자 자신만의 길이 있고 따라서 남들보다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6.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후속 연구를 잘 마무리하고, 이 연구 역시 좋은 결과로 이어져 언젠가 한빛사를 통해 소개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무엇보다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졸업의 순간을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가장 먼저 곁에서 이끌어주신 류충민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스로를 믿기 어려웠던 순간에도 한결같이 저를 믿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따뜻하고 상냥하게 지도해주신 서휘원 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박사님께서 보내주신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주말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낌없이 지도해주신 김다정 박사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논문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힘써주신 모든 공저자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아낌없이 도움을 주고 힘이 되어준 유라와 경진 언니를 비롯하여, 연구실에서 함께 고민하고 웃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도 함께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석사과정 때 저를 처음 연구의 길로 이끌어주신 영남대학교 이진태 교수님과 이진형 박사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제게 주신 애정을 잊지 않고, 멀리서도 늘 감사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한결같이 응원해주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가족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늘 제 편이 되어준 남자친구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편으로 오래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등록일 202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