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연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체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하며, 이들은 숙주의 대사와 면역 조절, 병원체 방어 등 여러 생리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특히 구강과 장은 인체의 대표적인 미생물 생태계로, 구강 미생물은 구강 건강뿐 아니라 전신 건강과 관련되어 있고, 장내 미생물 역시 영양소 대사와 면역 항상성 유지, 다양한 대사·염증성 질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구강과 장이 하나의 소화관으로 해부학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상당히 다른 미생물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위산, 담즙, 면역체계 등 여러 장벽이 구강 미생물이 장에 정착하는 것을 막지만, 염증성 장질환, 간질환, 대장암 등 다양한 질환에서는 이러한 균형이 흔들리며 구강 미생물이 장이나 병변 조직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서로 다른 신체 부위의 미생물이 어떻게 연결되고 이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구강-장 축(mouth-gut axis)은 이러한 연구 흐름을 대표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Fusobacterium nucleatum과 같이 원래 구강에서 잘 알려진 미생물이 대장암 조직이나 환자의 장에서 발견되고, 동일 환자의 구강과 종양에서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균주가 확인되면서 구강 미생물과 위장관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하지만 기존 연구들은 주로 특정 구강 미생물이 장이나 종양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고, 한 사람의 구강 미생물이 실제로 어느 정도 장에서 함께 발견되는지를 정량화하고 이를 서로 다른 질환에서 비교하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저희는 건강인과 대사질환자, 위암·대장암 환자 총 507명의 구강·대변 시료를 분석해, 구강과 대변에서 동일하게 검출되는 미생물 염기서열을 추적해 구강-대변 미생물 전이 지수(mouth-to-feces microbial transmission index, 이하 MF index)를 개발했습니다. MF index는 건강인보다 위암·대장암 환자에서 2.6~3.0배 높았고, 암종에 따라 서로 다른 전이 특성이 관찰됐으며 생활습관 및 여러 임상 지표와도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이 신호로 랜덤 포레스트 모델을 구축해 7개의 독립 외부 코호트에서 검증한 결과, 대변뿐 아니라 구강 시료만으로도 위암·대장암 관련 신호를 포착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외부 코호트 검증이었습니다. 연세대학교 코호트에서 확인한 전이 미생물을 처음에는 종이나 속과 같은 일반적인 분류학적 수준으로 변환해 다른 연구의 구강 데이터에 적용했는데, 예상과 달리 암 분류 성능이 거의 무작위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여러 분석을 반복하면서 문제가 모델 자체보다 미생물 정보를 표현하는 해상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같은 종으로 분류되더라도 세부 염기서열이 다른 미생물을 하나로 합치면 구강에서의 중요한 암 관련 신호가 사라졌던 것입니다. 결국 외부 데이터의 염기서열을 직접 비교해 100% 일치하는 증폭 서열 변이체(ASV)를 추적했을 때 여러 독립 코호트에서 분류 성능이 다시 회복됐습니다. 처음에는 실패라고 생각했던 결과를 끝까지 따라가면서 오히려 이번 연구의 중요한 생물학적 메시지를 발견했던 경험이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 본 연구의 한계점 및 추가적으로 검증 또는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가장 중요한 한계는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라는 점입니다. 위암과 대장암 환자에서 구강과 장 사이의 미생물 공유가 증가한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구강 미생물의 장내 유입이나 정착이 암 발생·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반대로 암으로 인해 변화한 위장관 환경이 구강 미생물이 살아남기 쉬운 조건을 만드는 것인지, 혹은 두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인지는 현재 연구만으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암 발생 이전부터 대상자를 추적하는 종단 연구와 함께 동물모델이나 오가노이드 등을 이용한 기능적 검증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미생물 전이를 확인하는 해상도의 한계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16S rRNA 유전자의 일부 영역을 분석해 구강과 대변에서 100% 동일한 염기서열을 갖는 ASV를 추적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영역의 염기서열이 같다고 해서 두 미생물이 유전체 전체 수준에서 동일한 균주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더 높은 해상도의 메타유전체 및 균주 수준의 분석을 이용해 구강과 장에서 발견된 미생물이 실제로 동일한 균주인지 검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임상적 과제는 전향적 검증입니다. 이번 연구는 주로 이미 암 진단을 받은 환자와 건강인을 비교했기 때문에, 실제 선별검사에서 중요한 질문인 "증상이 없고 아직 암을 진단받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이 신호가 먼저 나타나는가?"에는 답하지 못했습니다. 무증상 일반 검진자와 고위험군을 포함하는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에서 MF 미생물 전이 신호가 암 진단 이전에도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고, 기존의 대변 기반 선별검사나 내시경과 직접 비교해야 합니다. 특히 위암은 외부 검증 자료가 대장암보다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독립 코호트에서의 검증도 필요합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생명시스템대학 시스템생물학과 김지현 교수님의 미생물유전체학 및 시스템·합성생물학 연구실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생명시스템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지현 교수님은 연세대학교 마이크로바이옴연구원 원장을 맡고 계시며, 연구실에서는 미생물유전체학과 메타유전체학, 시스템·합성생물학, 숙주-미생물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기초 미생물학부터 질병과 건강한 노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연세대학교 안에서 기초생명과학, 역학, 임상의학 연구진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연세 시그니처 연구클러스터를 통해 김지현 교수님을 중심으로 지선하 교수님의 역학·코호트 연구 경험, 이용찬 교수님과 김태일 교수님의 위암·대장암 임상 연구가 결합됐으며, 현재 충남대학교에 계신 허지원 교수님도 MF index 개발과 연구 전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실제 환자와 건강인을 모집하고 가능한 구강과 대변 시료를 같은 시점에 확보하는 것부터 시퀀싱, 임상정보 정리, 생물정보학 분석, 머신러닝과 외부 검증까지 어느 한 연구실의 역량만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연구였습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단순히 시퀀싱 데이터를 분석하는 분야가 아니라, 좋은 임상 질문과 잘 설계된 코호트, 표준화된 시료 수집, 미생물 생태학과 통계·계산 분석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점을 많이 배웠습니다.
4.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학부에서 스포츠의학과 유전공학을 복수전공했고, 이후 운동생리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시스템생물학 박사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상당히 다른 분야를 공부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연구를 계속하면서 이전에 배운 다양한 전공의 지식들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시 연결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됐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규칙적으로 운동한다고 응답한 참여자에서 MF index가 낮게 나타나는 결과를 보았을 때 운동생리학을 공부하던 시절의 관심과 지금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다시 만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번 결과만으로 운동이 구강-장 미생물 전이를 감소시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 공부했던 분야가 새로운 연구 질문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다양한 머신러닝 모델링과 여러 독립 코호트를 이용한 외부 검증을 중심으로 분석을 담당했습니다. 하나의 연구집단 안에서 좋은 성능을 얻는 것보다 서로 다른 국가와 연구환경에서 만들어진 데이터에서도 같은 신호를 확인하는 과정이 훨씬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그 과정이 논문의 중요한 강점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에서의 시행착오가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다음 질문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느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시스템생물학, 역학, 소화기내과, 생물정보학 등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들이 오랜 기간 함께 만든 결과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규모와 형태의 연구를 여러 연구자들과 함께 완성했다는 점에서도 큰 보람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미생물학뿐 아니라 생물정보학, 통계학, 유전체학, 역학, 임상의학이 함께 만나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분석법이나 도구를 깊이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가 어떤 질문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는지 이해하려는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처음부터 마이크로바이옴을 전공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학부에서는 스포츠의학과 유전공학을 공부했고 이후 운동생리학에서 시스템생물학으로 연구 분야를 바꾸었습니다. 당시에는 이전의 경험이 새로운 분야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서로 다른 분야를 공부했던 경험이 오히려 제가 다른 관점에서 연구 질문과 가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현재 전공이 관심 있는 연구 분야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는 원하는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저도 이번 연구에서 여러 차례 분석을 다시 하고, 외부 검증에 실패해 원인을 처음부터 다시 찾아야 했습니다. 결과가 예상과 다를 때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보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묻는 끈기가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6.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동일한 질병군에서도 MF index 분포에 상당한 개인차가 관찰되었기에 가장 먼저 진행하고 싶은 연구는 구강 미생물의 장내 전이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찾는 것입니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구강-대변 마이크로바이옴 자료에 숙주 유전형 정보를 통합하여, 숙주의 유전적 차이에 따라 구강-장 미생물 전이 패턴이 달라지는지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러한 정보를 다유전자위험점수(PRS), 생활습관, 임상정보와 함께 통합하여 개인별 미생물 전이 특성과 질병 위험을 설명할 수 있는 모델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는 2021년 3월에 시작해 논문의 최종 게재까지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연구 참여자 모집과 시료 수집·이송·관리, 임상정보 정리와 분석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태주신 모든 선생님들과 공동연구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번거로운 과정에도 기꺼이 구강과 대변 시료를 제공해 주신 연구 참여자분들, 이분들이 없었다면 이 연구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감사드리고 싶은 분들이 있습니다. 먼저 지도교수님이신 김지현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박사 학위 과정 동안 연구 외적으로도 여러모로 걱정을 끼쳐드렸는데, 그럼에도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내심을 갖고 열정만 넘치던 체대생을 시스템생물학 박사로 키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격투기 선수를 꿈꾸던 때에도, 이후 과학자를 꿈꾸게 되었을 때에도 한결같이 제 선택을 믿고 헌신적으로 지원해 주시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인생의 방향이 흔들릴 때마다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주고 큰 힘이 되어준 친형 장래홍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학위 과정뿐만 아니라 제 인생 전체에서 형은 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었습니다. 언제나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주는 형수 임수정 선수에게도 감사드리며, 서핑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될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내 박서영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논문의 긴 수정 과정이 결혼 준비와 겹쳤고, 신혼여행 중에도 논문 작업을 계속해야 할 정도로 연구에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그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 주었고, 무엇보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늘 저를 웃게 만들어 주는 사람입니다. 긴 연구 과정 속에서도 일상의 즐거움을 잃지 않게 해준 아내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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