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한국뇌연구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연구는 말초신경 인터페이스(peripheral nerve interface)를 위한 장기 이식형 커프 전극(cuff electrode)에 관한 연구입니다. 말초신경 인터페이스는 신경의 전기신호를 기록하거나 자극을 전달해 신경 기능을 조절하는 기술로, 신경보철, 기능 회복, 통증 조절, bioelectronic medicine 등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입니다.
기존 cuff electrode는 신경을 안정적으로 감싸기 위해 봉합사나 별도 고정 구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간 사용 시 전극 이동, 신경 압박, 염증과 섬유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soft electronics, hydrogel, shape-memory material 등 조직에 기계적으로 잘 적응하는 neural interface 연구가 활발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체온을 이용해 스스로 신경을 감싸고 고정되는 thermoresponsive soft and self-anchoring(TSSA) cuff electrode를 개발했습니다. Shape memory polymer(SMP)를 이중층으로 설계해 상온에서는 평평한 형태를 유지하고, 체온에 가까운 온도에서는 부드러워지며 자연스럽게 말초신경을 감싸도록 했습니다. 별도의 봉합, 접착제, 외부 actuator가 필요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두 SMP layer의 두께와 열적 특성을 조절해 약 1 mm 크기의 rat sciatic nerve에 적합한 곡률을 구현했고, 전기적·기계적 자극에 대한 신경반응과 최대 16주 동안의 만성 신경신호 기록을 검증했습니다. 조직학적 분석과 기능 평가에서도 장기 이식 후 심각한 신경 손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잘 감싸는 전극’과 ‘신경을 압박하지 않는 전극’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단순히 강하게 고정하는 것보다 장기간 조직 손상 없이 안정적인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소재 조성, 두께, 곡률, 접착력과 실제 신경 크기를 반복적으로 비교하며 조건을 최적화했고, 이 과정에서 soft bioelectronics에서 재료의 기계적 특성과 생체조직 간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는 단순 기록 전극을 넘어 조직 상태에 따라 형태와 물성을 조절하고, 다양한 생체신호를 동시에 측정·자극할 수 있는 adaptive and multimodal neural interface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2. 본 연구의 한계점 및 추가적으로 검증 또는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번 연구에서는 rat sciatic nerve에서 TSSA cuff electrode의 자가 고정 성능과 장기간 기록 안정성을 검증했지만,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몇 가지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첫째,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말초신경에 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SMP bilayer 두께를 조절해 여러 직경의 신경을 감쌀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실제로 vagus nerve, femoral nerve 등 특성이 다른 신경에서도 장기간 평가해야 합니다.
둘째, 질환이나 신경 손상 상태에서의 안전성 검증이 필요합니다. 염증이나 부종으로 신경 직경이 변하는 상황에서도 cuff가 과도한 압박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더 장기간의 implantation과 대동물 실험이 필요합니다. 본 연구는 최대 16주까지 검증했지만,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6개월~1년 이상의 안정성과 반복적인 신체 움직임에 대한 내구성 평가가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recording electrode를 넘어 stimulation, chemical/temperature sensing, optical stimulation 등을 통합한 multimodal interface로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신경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자극을 제공하는 closed-loop bioelectronic system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한국뇌연구원(Korea Brain Research Institute, KBRI)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협력을 통해 수행되었습니다.
한국뇌연구원은 뇌의 구조와 기능, 뇌질환의 원인과 치료기술을 연구하는 국가 뇌연구 전문기관으로, neuroscience, neural engineering, bioelectronics 등 다양한 융합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기생리학, 동물실험, 행동분석, 조직학 등 여러 연구기법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DGIST 역시 공학, 생명과학, 뇌과학이 활발하게 융합되는 환경을 갖추고 있어, 재료·MEMS fabrication·전자소자와 생체신경과학을 함께 다루는 본 연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전극 설계·제작, 소재의 열적·기계적 분석, 전기적 평가, 동물 이식, 장기 전기생리학 및 조직학까지 다양한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하며 하나의 biomedical device가 실제 생체환경에서 작동하기까지 얼마나 폭넓은 지식이 필요한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4.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연구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학위과정 동안 연구 외적인 상황 때문에 힘든 시기도 있었습니다. 좋은 데이터를 만들고 성과를 내더라도 모든 과정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고, 제 연구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는지 고민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연구에 집중하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다시 제 가능성을 확인해 보고 싶어 환경을 바꾸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과거의 아쉬움보다 현재 자리에서 더 좋은 연구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연구에 몰입하자 이전에 쌓아온 경험과 기술이 하나씩 결과로 이어졌고, 이번 연구도 그 과정에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논문이 게재되면서 연구자로서 다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환경이 바뀌었다고 모든 것이 쉬워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험은 여전히 실패했고 논문을 완성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다만 노력한 만큼 더 나은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차이였습니다.
이번 논문은 단순히 한 편의 논문이 출판되었다는 의미를 넘어, 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고 꾸준히 쌓아온 노력이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확인한 경험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큽니다. 앞으로 더 좋은 연구를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도 얻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체온에 반응해 스스로 말초신경을 감싸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신경신호를 기록하는 neural interface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를 다양한 기능을 갖는 multimodal neural interface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우선 전기생리학적 신호 기록과 자극 기능을 정교화하고, chemical sensor, temperature sensor, micro-LED 등을 결합해 하나의 플랫폼에서 다양한 생체정보를 동시에 얻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신경계에서는 전기적 활동만으로 모든 생리학적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기신호와 neurotransmitter, inflammatory marker 등의 화학적 변화를 함께 측정하면 기존 neural interface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신경신호를 기록하는 수준을 넘어, 측정된 신경 상태를 바탕으로 적절한 전기적·광학적 자극을 실시간 제공하는 closed-loop bioelectronic medicine platform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SMP 기반 adaptive interface 개념을 말초신경뿐 아니라 다양한 신경계 및 생체조직으로 확장해 새로운 형태의 bioelectronic interface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제 아이디어를 더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주어진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직접 질문을 만들고 연구로 완성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학위과정을 지나오면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능력만큼이나 오랫동안 연구를 이어갈 힘과, 필요할 때 자신의 방향을 선택할 용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연구가 잘될 때보다 오히려 잘되지 않거나 노력만큼 상황이 따라주지 않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연구자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연구 외적인 문제로 계속 연구해야 할지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분명해진 것은 저는 결국 연구 자체를 좋아했고 더 좋은 연구를 계속하고 싶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과거에 머무르기보다 연구에 더 집중하고 노력과 성과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옮겼습니다.
환경을 바꾼 뒤에는 이전의 일을 되돌아보기보다 현재의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실험기술과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하나씩 연구를 쌓았고, 그 결과 이번 논문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결과를 보며 ‘결국 볕 들 날이 온다’는 말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기다리는 것만으로 결과가 오는 것은 아니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고 필요하다면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해 꾸준히 쌓아가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가 의미 있는 이유도 과거를 보상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쌓아온 연구 역량은 사라지지 않고 그것을 펼칠 수 있는 환경에서 꾸준히 노력하면 다시 결과를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앞으로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지도 많이 생각했습니다. 좋은 논문을 쓰는 것뿐 아니라 함께 연구하는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을 존중하고, 각자의 가능성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과거의 어려움보다 새로운 연구와 기회에 집중하려 합니다. 이번 논문을 전환점으로 삼아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질문을 직접 제안하고,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연구성과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등록일 2026.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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