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경희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아토피피부염은 소아의 약 20%가 겪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지만, 최근 수십 년간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한 양상은 유전적 소인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에 미세먼지 노출이 아토피피부염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역학적 보고들이 꾸준히 쌓여왔고, 동시에 미세먼지가 DNA 서열 변화 없이 DNA 메틸화와 같은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미세먼지가 태아의 발달에 중요한 조직 중 하나인 태반을 투과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본 연구는 산모의 미세먼지(PM2.5, Particulate Matter 2.5) 노출 정도와 이후 출생한 자녀의 아토피피부염 발병 여부에 따라 태반 샘플을 노출 농도 및 발병 유무 기준으로 네 그룹으로 나누어 각 12명씩, 총 48명의 태반 조직을 확보했습니다. 이 샘플들의 DNA 메틸화와 전사체를 통합 분석하여 FCER1G 유전자의 저메틸화 (hypomethylation)와 발현 증가를 확인하였습니다. 이 현상을 시스템 수준에서 이해하기 위해 유전자 네트워크 분석을 진행하였고, 나아가 실제로 어떤 세포에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밝히기 위해 단일세포 전사체와 공간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태반의 태아 유래 대식세포(Hofbauer cell)에서 시작된 유전자 네트워크 변화가 태아 피부 대식세포를 거쳐,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피부 대식세포에서도 다시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역학적 상관관계로만 보고되어 온 산모의 미세먼지 노출과 자녀의 아토피피부염 간의 관계를, 분자적·세포적 기전으로 통합 해석한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발달 과정에서의 작은 변화도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인 태아, 영유아기가 마주하는 환경적 부담은 오히려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exposome이라 불리는 다양한 노출 인자가 개체에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특정 환경 인자가 발달 초기 면역세포에 남긴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이후 질환으로 재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은 최근 후성유전학적 기억(epigenetic memory)이라는 개념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외부 환경 인자가 어떻게 개체의 질병 소인으로 각인되는지를 밝히는 데 본 연구가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세포 단위의 오믹스 데이터가 계속 축적되고, 이를 아우르는 AI 기반 foundation model과 같은 분석 방법론이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환경 요인이 개체에 남기는 영향을 앞으로는 더욱 통합적이고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2. 본 연구의 한계점 및 추가적으로 검증 또는 해결해야 할 과제는?
본 연구의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태반의 후성유전학적 변화가 실제로 같은 아이에서 영유아기, 소아기를 거쳐 성인기 피부 병변까지 이어지는지 직접 추적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본 연구는 서로 다른 코호트와 데이터셋을 통합한 연구이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입증하려면 같은 아이를 출생부터 장기간 추적하며 태반, 피부 검체를 반복적으로 확보하는 종단 코호트(longitudinal cohort) 연구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로, PM2.5 외에도 다양한 외부 환경 인자가 후성유전체 및 표현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고려하여 교란될 수 있는 변수들을 일부 보정하였지만, 앞으로는 여러 환경 노출 인자를 동시에 추적하고 함께 고려하는 분석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PM2.5 고유의 효과를 좀 더 명확히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이 외에도 분석에 사용된 표본 수 자체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후 통계적 검정력을 높이기 위해 표본 수를 확대하여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PM 유도 실험의 경우, 향후에는 동물 모델이나 오가노이드 등을 활용하여 좀 더 직접적인 기능적 검증(functional validation)을 거쳐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3.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현재 소속되어 있는 경희대학교 생물학과 김권일 교수님 연구실(sysbioinfo lab, https://www.sysbioinfo.com/ )과 국립중앙의료원(전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홍수종 교수님께서 오랫동안 이끌어 오신 COCOA(Cohort for Childhood Origin of Asthma and Allergic Diseases) 출생 코호트를 기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양송이 교수님께서 역학 데이터 및 임상 코호트 분석을 담당해주셨고, 경성대학교 약학대학 박용주 교수님 연구팀은 PM2.5 노출 실험 등 실험적 검증 파트를 맡아 주셨습니다. 본 연구는 임상, 생물정보학, 실험 검증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협업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연구실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암, 노화, 대사질환 등 다양한 생물학적 주제를 다중 오믹스 데이터와 계산 모델링을 통해 통합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곳입니다. 연구 주제는 저마다 다르지만, 대학원생들끼리 서로의 분석 결과와 아이디어를 격의 없이 나누는 분위기가 있고, 교수님과도 편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서로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분석 방법을 자연스럽게 공유하며,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4.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협업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논문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는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주로 생물정보학적 분석을 맡았지만, 그 분석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의미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주신 분들, 실험적으로 검증해 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하나의 결과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협업 과정 속에서 함께해 주신 좋은 분들과 연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느낀 것은, 하루에도 정말 많은 좋은 연구와 논문이 쏟아지고 그와 함께 새로운 분석법과 데이터셋도 계속 소개된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쏟아지는 방법론과 데이터를 제 연구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 생물학적으로 타당한 결과로 이어질지를 매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최신 동향을 꾸준히 따라가려는 성실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고, 동시에 이렇게 다양한 연구의 방법론과 해석을 빠르게 받아들이려는 노력 자체가 제가 평소에 보지 못했던 시각을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본 연구뿐만 아니라, 같은 데이터라도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각도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도출되는 결과와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차례 실감했습니다. 데이터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연구자의 시각이 결과의 깊이를 좌우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미 알고 있는 방법에 안주하기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사람들을 접하며 저만의 연구 감각을 넓혀가고 싶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5.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물정보학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전으로 코딩이나 분석 파이프라인 구축 같은 기술적 진입장벽이 점점 낮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처음 연구실에서 분석을 하던 때에 비해, 저를 포함한 주변 동료들의 AI 도구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다룰 수 있는 오믹스(omics) 데이터의 종류와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이에 제가 생각했을 때는, 앞으로는 코딩 실력보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다양한 결과와 해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는 자세가 더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이런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듯 결국 생물학적 지식을 깊이 있게 쌓고 최신 논문들을 꾸준히 팔로우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석 업무와 병행하며 이를 꾸준히 이어가기가 쉽지 않지만, 그만큼 어려우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느낍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오믹스 데이터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분석의 선택지와 가설의 가능성을 넓혀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반복되지만, 스스로 독립연구자로서 새로운 시각과 가설을 세우고, 그에 맞는 분석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에, 이 부분을 성장시키기 위해 계속 노력하려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좋은 생물학적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서는 학부 및 대학원 과정에서 좋은 논문을 많이 읽고 생물학적 지식을 꾸준히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남은 박사과정 동안에는 독립 연구자로서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분석 역량을 계속 키워나가려 합니다. 현재는 특정 단백질이 세포의 분화 및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 오믹스 데이터를 통해 규명하는 연구가 논문 제출 단계에 있습니다. 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부하다 보니, 비정형 DNA 구조 또한 생물학적 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전이 노화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여러 오믹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링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삼고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이번 연구를 통해 얻은 통합적인 시각을 다른 질환 영역에도 적용해 보고자 비만 질환에 대한 분석도 서브 프로젝트로 함께 진행 중에 있습니다.
7.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자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분석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해 주시고 깊은 통찰력을 기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지도교수님이신 김권일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좋은 연구 데이터를 마주하고 다양한 해석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시며 분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홍수종 교수님, 양송이 교수님, 이승화 박사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세포 실험을 통해 결과를 뒷받침해 주신 박용주 교수님과, 이 데이터가 만들어지기까지 힘써 주신 모든 공저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힘이 되어준 우리 연구실의 모든 멤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중에서도 분석을 도와준 소미와 Maike, 그리고 연구실 동기로서 연구 이야기부터 연구 외적으로도 재밌는 연구실 생활을 만들어준 석준 형에게 특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늘 묵묵히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더욱 좋은 연구자로서 정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고 늘 행복하게 해준 은주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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