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지속적인 호흡기 증상과 기류 제한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질환이지만, 실제 임상 경과는 환자마다 크게 다릅니다. 같은 폐기능을 가진 환자라도 어떤 환자는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지내는 반면, 어떤 환자는 반복적인 급성 악화와 입원을 경험합니다. 급성 악화는 단순히 며칠간 증상이 나빠지는 사건이 아니라, 이후 악화 및 폐기능 저하, 삶의 질 저하, 의료비 증가, 사망 위험 상승과 연결되는 COPD의 핵심 예후 지표입니다.
COPD의 국제 가이드라인인 GOLD 보고서는 2025년판까지 최근 1년간 중등도 악화 2회 이상, 또는 중증 악화 1회 이상인 환자를 고위험군(Group E)으로 정의해 왔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중등도 악화를 한 번만 경험한 환자는 상대적으로 저위험군으로 분류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환자군을 저위험군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에 2026년판 GOLD 보고서는 기준을 낮추어 중등도 악화 1회 경험자도 Group E에 포함시켰지만, 이러한 변화가 장기 예후 측면에서 실제로 타당한지를 뒷받침할 실증 자료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팀은 국내 다기관 전향적 COPD 코호트인 KOCOSS 자료를 분석하여, 중등도 악화 1회 경험 환자군의 예후를 평가하였습니다. 그 결과 중등도 악화 1회군은 악화가 없던 환자군에 비해 이후 중등도 이상 악화 위험이 2.42배, 중증 악화 위험이 2.2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사망 위험은 49% 높았고, 호흡기 관련 사망 위험은 3.21배 높았습니다. 장기 사망 예측력 역시 GOLD 2026 기준이 GOLD 2025 기준보다 유의하게 우수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한 번의 중등도 악화"가 우연한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이미 더 취약한 질병 경로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조기 경고 신호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의 기반이 된 KOCOSS(Korean COPD Subgroup Study)는 국내 약 60여 개 대학병원이 참여하는 전향적 다기관 COPD 코호트입니다. 증상 점수, 폐기능, 운동능력, 흉부 영상, 약물력, 급성악화 자료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축적해 왔습니다. 단일기관 자료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COPD의 다양한 표현형과 장기 경과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이번 연구가 가능했던 것도 오랜 기간 코호트를 유지해 온 여러 교수님들과 연구간호사분들, 그리고 꾸준히 참여해주신 환자분들의 협력 덕분입니다.
저는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에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인천성모병원은 COPD, 천식, 기관지확장증과 같은 만성기도질환 환자를 폭넓게 진료하면서, 그 임상 경험을 연구 질문으로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과 부속병원 네트워크, KOCOSS 연구진과의 협업을 통해 코호트 연구, 건강보험 청구자료 연구, 대규모 바이오뱅크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동물모델을 활용해 임상에서 관찰된 현상을 기전적으로 검증하는 중개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임상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은 진료실에서 품었던 의문을 연구를 통해 객관적인 근거로 바꾸고, 그 결과를 다시 환자 진료에 돌려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연구는 한 번의 급성 악화가 장기 예후의 신호가 될 수 있음을 한국 환자 자료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은, 국내에서 장기간 축적된 코호트 자료로 국제 진료지침 개정과 직접 맞닿아 있는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화려한 분석기법보다 좋은 연구 질문이 우선이라는 점입니다.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마주치지만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은 문제들을 평소에 메모해 두고, 학회나 세미나에서 최근 연구자들이 주목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살펴본 뒤, 이를 자신이 가진 자원으로 검증할 수 있을지 검토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어떤 가설을 어떻게 검증할지는 연구 분야와 방법론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대규모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이 관건이었습니다. 웹에서 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오픈 데이터도 있지만,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해야 하는 데이터베이스나 학회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려면 여러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킹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좋은 동료 연구자들을 사귀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여러 멘토들이 먼저 걸어간 길을 지켜보면서 학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동료 연구자들과 토론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얻거나 다른 시각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외로울 수 있는 연구 생활에서 이런 관계가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현재는 AI로 인해 연구 분야 전반이 큰 변화를 겪고 있고, 그 외에도 연구 방법론에서 새로운 기법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분야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배우고 뛰어들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KOCOSS, KoGES, UK Biobank 및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하여 COPD 및 천식 환자의 조기 진단, 치료, 예후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실험실에서는 천식과 COPD 쥐 모델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를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생물학적제제의 치료 반응을 세포 수준에서 예측하고자, 단일세포 RNA 시퀀싱을 이용해 반응군과 비반응군의 전사체 특성을 비교하는 중개연구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임상에서 관찰되는 치료 반응의 개인차를 기전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면, 향후 치료 전 반응 예측이 가능한 바이오마커 발굴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방법론적으로는 인공지능과 실사용 데이터(real-world data)를 접목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흉강경 시술 사진 판독 모델을 최근 발표하였고, 건강보험공단 자료와 기상청 자료 등을 활용한 천식 예후 예측 모델도 개발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하버드대학교 연구자들과 함께 EWAS 등 오믹스(OMICS) 데이터를 분석하여 폐기능 감소 위험군을 규명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코호트 연구, 오믹스 분석, 동물모델, 인공지능이라는 서로 다른 방법론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COPD 발생 위험군, 악화 위험군, 그리고 임상 경과 (trajectory)를 다각도로 규명해 나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한빛사에서 인터뷰를 요청받고 보니 문득 첫 논문을 투고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임상강사 1년차 때 통계 책을 뒤적이며 6개월에 걸쳐 완성했고, 리비전이 왔을 때는 마침 군대 훈련소에 있었던 터라 교신저자셨던 이진국 교수님께서 대신 마무리해서 제출해주셨습니다. 그 이후의 여정은 힘들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연구란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지고, 어느 순간부터는 가속도가 붙는 작업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넷플릭스 드라마도 한 회차만 보면 지루해질 때가 있지만, 연구는 어느새 눈떠보면 밤 10시를 넘어가 있곤 합니다. 그렇게 가속도가 붙어 지난 3년간 50여 편의 논문을 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논문을 위한 논문보다는,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밤늦게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자 아빠를 늘 지지해주는 아내 윤정현과 두 아들 도윤이, 도준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저희를 잘 키워주시고 지금도 변함없이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부모님과 장인어른 장모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를 호흡기내과로 이끌어주시고, 학과와 학회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며 학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늘 멘토가 되어주신 이진국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제가 인천성모병원에 자리 잡고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고, 미숙한 저를 너그럽게 헤아려주시는 김주상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와 학계에서 동료 및 친구가 되어주고 여러모로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주는 임정욱, 주현수, 안태준, 김상혁, 이현우, 이현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매일 저와 탁구를 쳐주며 무거운 몸을 움직이게 해주는 유재은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저를 나쁘지 않게 봐주시고 여러 기회를 주시는 유광하 교수님과 KOCOSS 여러 교수님들께 깊은 존경을 느끼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에게 이 모든 여정을 가능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영광 돌려드립니다.
등록일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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