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1) 연구분야 소개
Epigenome,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 (PTM)처럼 RNA에도 전사 후 변형이 일어나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RNA 변형은 의외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경험했다고 볼 수 있는데, COVID-19 mRNA 백신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핵심 기술 중 하나가 pseudouridine(Ψ)과 그 유도체인 N1-methylpseudouridine(m1Ψ)을 활용한 RNA 변형 기술이기 때문에 모두 직간접적으로 RNA 변형의 덕(?)을 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RNA에 발생하는 화학적 변형(RNA modification)은 현재까지 170여 종 이상 보고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N6-methyladenosine (m6A)은 진핵생물의 mRNA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견되는 변형 중 하나입니다. 현재는 굉장히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mRNA의 운명을 결정짓는 주요 조절 기전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암, 줄기세포, 신경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 및 생물학적 모델에서 연구되고 있습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암 분야에서는 주로 m6A를 조절하는 단백질들(Writer, Eraser, Reader)을 직접 조절했을 때 다양한 암종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자들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암 유발 변이나 암 발생 과정에서 m6A 변형 자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조금 달리하여 암 변이 자체에 의한 m6A 변형의 차이를 직접 확인해 보고자 한 것이 이번 연구의 시작이었습니다.
2) 연구 요약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본 연구에서는 대장암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KRAS 변이 그 자체에 의해 m6A 변형 프로파일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처음으로 관찰하였습니다. 특히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세포의 항종양 효과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CD73에서 m6A 변형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m6A 변형은 CD73 mRNA의 stability를 증가시켜 CD73의 발현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KRAS 변이 대장암에서 면역세포의 활성이 억제된 ‘Cold tumor’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면역항암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KRAS 변이 대장암 환자에게 m6A 억제 전략을 사용한다면 종양미세환경을 좀 더 ‘Hot tumor’로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안하였습니다.
3)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연구를 진행하면서 한동안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 있었습니다. KRAS 변이 자체는 m6A 조절 단백질들의 발현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데, 왜 여러 mRNA에서는 m6A 변형이 달라지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논문에서 힌트를 얻어 실험을 해봤는데, 몇 번 안 되는 시도 만에 TEAD4라는 전사인자가 METTL3라는 m6A 조절 인자와 결합하고, KRAS 변이 세포에서는 METTL3를 CD73의 chromatin으로 더 많이 위치시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긴 기간 동안 연구를 하면서 거의 유일하게 한 큐에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왔던 순간이라 가장 짜릿했던 기억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과 조성엽 교수님 지도하에 본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저희 정밀분자종양학 연구실(https://csybio3.wixsite.com/lpmo)은 2명의 박사후연구원, 10명의 대학원생, 3분의 연구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CRISPR screening, 다양한 오믹스 기법과 환자유래이종이식(PDX) 모델 등을 활용하여 암 변이 특이적인 치료 전략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연구를 m6A 변형과 같은 후성전사체(epitranscriptome) 분야로 확장하여, 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환자 치료 전략을 발굴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 같은 경우에는 저희 연구실의 첫 번째 인턴 학생이었는데, 당시에는 ‘신생 랩에 가면 졸업하는 데 오래 걸린다’는 말을 잘 모르고 입학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 저에게 후회하냐고 물어본다면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m6A 관련 실험들을 처음부터 세팅하면서 초반 2년 가까이 눈에 띄는 데이터가 없어 매우 침울해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맨땅에 헤딩을 수백 번 했던 경험이 저를 많이 성장시킨 것 같습니다. 하도 여러 오믹스 관련 실험들을 직접 세팅하다 보니 이제는 새로운 실험을 세팅하는 게 예전만큼 겁나지는 않는다는 장점(?)도 생겼습니다. 물론 그래도 새로운 실험을 세팅해야 하는 천재지변이 랩에 발생하면 교수님의 눈을 필사적으로 피하긴 합니다 :)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긴 박사과정을 지나오면서 몇 가지 느낀 점이 있습니다.
먼저, 끝까지 버티면 어떻게든 문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목표 지점을 향해 가야 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생각했을 때 부끄럽지 않을 만큼 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한번 버텨보는 겁니다.
두 번째는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미팅이나 세미나에서 질문하는 것이 어렵지만, 계속 질문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로직이 생기고 연구를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씩 자리 잡혀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회가 된다면 내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세미나도 많이 들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내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서는 이미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나 기술이 정작 내 분야에서는 아직 적용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접해보는 것이 새로운 연구를 상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m6A 관련 프로젝트들이 몇 가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을 잘 마무리하고, 졸업 후 프로젝트들이 어느 정도 갈무리될 때쯤 미국으로 포닥을 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긴 기간 동안 연구를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제가 하고 싶은 실험들을 아낌없이 지원해 주시고 조언해 주신 조성엽 교수님과, 연구에 도움을 주신 다른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본 연구는 같은 생화학교실의 홍승표 선생님께서 긴 기간 동안 함께 고생해 주셨습니다. 특히 연구에 필요한 분석을 맡아 주신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고,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면역학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이서호 선생님과 실험에 도움을 주신 다른 공동 연구자분들, 그리고 함께 학위과정을 보내고 있는 LPMO 식구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오랜 학위 기간 동안 묵묵히 지원해 주신 부모님께도 감사드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지치고 흔들릴 때마다 제 옆에서 항상 버팀목이 되어준 여자친구 희재 양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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