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전북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간섬유화(liver fibrosis)는 다양한 원인에 의한 간 손상이 만성적으로 지속될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병리적 과정으로,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이 간 조직에 과도하게 축적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간섬유화가 지속되면 간경변과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간질환에 의한 사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특히 간섬유화의 정도는 만성 간질환 환자의 생존율과 예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알려져 있습니다.
간성상세포(hepatic stellate cell)는 간 손상에 반응하여 활성화되고, 근섬유아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변화하면서 과도한 ECM을 생성하는 간섬유화의 핵심 세포입니다. 그러나 간성상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거나 억제하는 분자적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p21-activated kinase 4(PAK4)라는 인산화효소에 주목하였습니다. PAK4는 암의 발생과 진행에 관여하는 종양유전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간섬유화에서의 역할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저희는 간성상세포의 활성화 과정에서 PAK4의 발현이 어떻게 변화하고, 간섬유화의 진행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확인하고자 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활성화된 간성상세포에서 PAK4의 발현이 증가하였으며, 증가한 PAK4가 새로운 기질 단백질인 YAP을 직접 인산화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존에 알려진 특정 부위에서의 YAP 인산화는 YAP의 세포질 축적과 단백질 분해를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PAK4가 기존에 알려진 억제성 YAP 인산화 부위와 구별되는 새로운 인산화 부위를 직접 표적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입니다. 이 새로운 인산화는 YAP의 분해를 유도하는 대신 단백질 안정성을 높여 간성상세포 활성화와 간섬유화를 촉진하였습니다. 반대로 PAK4 결손 또는 활성 억제는 이러한 반응을 감소시켰으며, 새로운 PAK4-YAP 신호축과 PAK4의 치료 표적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해당 분야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는 주로 간성상세포의 활성화와 억제 기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최근에는 정상 간 조직에서 간성상세포가 수행하는 역할과 다른 세포들과의 상호작용, 항상성 유지 기능까지 연구 범위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기전과 연구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지식을 존중하되 선입견에 머무르지 않고 실험 결과를 열린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대사질환 연구실에서 한창엽 교수님의 지도하에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지방간, 지방간염 및 간섬유화 등 다양한 간질환의 병태생리를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철 대사(iron metabolism), 고아 G 단백질 결합 수용체(orphan GPCR), 소포체 스트레스(ER stress)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간질환의 발생과 진행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연구진과의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RNA sequencing과 대사체학(metabolomics) 분석을 접목하여, 간질환을 보다 폭넓고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연구란 아직 발견하지 못한 퍼즐 조각을 찾아 생명현상의 원리를 규명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현상에 전과 후가 있듯이, 질병 역시 발병 전후에 나타나는 다양한 변화를 각자의 연구 분야에서 발견하고 그 의미를 밝혀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여러 연구자가 찾아낸 퍼즐 조각들이 하나로 모여 복잡한 생명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되는 순간은 매우 의미 있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아직 밝혀지지 않은 퍼즐 조각을 찾아 새로운 지식을 쌓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이러한 연구 결과가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앞으로도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하고자 하면 방법이 보이고, 피하고자 하면 핑계가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이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문에서 출발한 가설을 검증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나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쉽게 포기하기보다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결 방법을 꾸준히 찾아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구의 어려움을 혼자 해결하려고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도교수님을 비롯해 선배 및 후배 연구자들과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누다 보면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법과 방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마주하는 한계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주변 연구자들과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전문연구요원 복무 기간이 약 2년 정도 남아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의미 있는 성과로 잘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이 과정에서 간섬유화와 관련된 새로운 분자 기전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연구자로서의 역량과 시야를 더욱 넓혀가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 결과가 논문 발표에만 머무르지 않고, 간섬유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표적이나 치료 전략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기초연구에서 발견한 지식이 실제 환자의 치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임상적 활용 가능성을 고민하며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는 정말 많은 분의 도움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연구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임하시며 항상 앞장서 주신 한창엽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질문과 작은 의견에도 귀 기울여 주시고,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가르쳐 주신 덕분에 힘든 과정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었습니다.
연구의 초석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신 박병현 교수님과 배은주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특히 실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부터 곁에서 하나하나 직접 가르쳐 주신 노현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연구 결과를 환자 샘플에서도 검증하여 임상적 의의를 확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이창훈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늘 함께 고민하고 도움을 나누어 준 연구실 구성원 혜진, 서정, 우흔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함께 간성상세포를 연구하며 여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유정이에게 고맙고, 항상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공부와 연구를 이어가는 저를 묵묵히 믿고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사랑한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8.04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