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울산과학기술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암 연구에서는 암세포뿐 아니라, 암의 성장과 치료 저항성을 뒷받침하는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을 함께 이해하고 표적하는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종양 주변의 면역세포, 섬유아세포, 혈관세포와 지방세포는 암세포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종양의 성장과 전이, 항암제 내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지방세포가 풍부한 유방 조직에서는 정상 지방세포가 암세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암 연관 지방세포(Cancer-Associated Adipocytes, CAAs)로 변화합니다. 이들은 지질과 다양한 사이토카인 및 아디포카인을 공급하여 종양의 성장과 치료 저항성을 촉진합니다. 그러나 암세포가 지방세포를 종양 촉진성 상태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와 에너지 대사가 어떻게 재편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개별 분비인자를 차단하는 것을 넘어, 암 연관 지방세포의 형성과 기능을 유지하는 근본적인 조절 기전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암 연관 지방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양과 구조가 크게 재편되고 에너지 대사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미토콘드리아 샤페론 단백질인 TRAP1이 이 과정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임을 밝혔습니다. TRAP1은 전자전달계 단백질의 안정성과 에너지 생산을 유지했으며, 충분한 에너지 상태를 바탕으로 암 연관 지방세포의 전환을 유도하는 mTOR-PPARγ 신호가 지속되도록 했습니다. 반대로 TRAP1을 억제하면 에너지 부족을 감지하는 AMPK가 활성화되어 mTOR-PPARγ 신호에 제동이 걸리고,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암 연관 지방세포로의 전환, 종양 촉진성 분비 기능이 함께 감소했습니다. 지방세포 특이적으로 TRAP1을 제거한 동물모델에서도 유방암 성장이 뚜렷하게 억제되어, 종양 주변 지방세포에서 TRAP1이 수행하는 기능적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포와 동물모델에서 규명한 기전은 국립암센터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실제 유방암 환자의 종양 인접 지방조직에서도 검증했습니다. 환자 31명의 종양 인접 지방조직에서 TRAP1 발현이 정상 지방조직보다 약 3.03배 증가한 것을 확인했으며, 실험실에서 관찰한 TRAP1과 종양 촉진 인자의 변화가 환자 조직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을 때, 오랜 기간 축적한 연구 결과가 실제 질환의 현상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기초연구의 발견을 환자 검체에서 검증하고, 그 임상적 의미와 치료 가능성까지 확장해 해석하는 중개연구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논문 심사 과정에서 제기된 가장 중요했던 질문은 암 연관 지방세포의 변화가 저온 자극에 의한 일반적인 지방세포 베이지화와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추가 분석을 넘어, 서로 다른 온도 조건에서 다수의 동물실험과 대조군을 새롭게 설계하고 수행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암 연관 지방세포는 열 발생을 위한 전통적인 베이지 지방세포와 달리,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ATP 생산을 유지하면서 종양 촉진성 분비 기능을 강화하는 독자적인 대사 상태임을 규명했습니다. 쉽지 않은 추가 실험을 끝까지 완수하며 심사에서 제기된 의문을 새로운 연구 질문과 핵심 결론으로 발전시켰고, 연구의 범위와 개념적 완성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강병헌 교수님이 이끄시는 암생물학 실험실(Cancer Biology Lab)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암세포가 스트레스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의 단백질 항상성과 에너지 대사가 어떻게 재편되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번 연구에서 다룬 종양 주변 지방세포를 비롯해, 암세포와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주변 세포로 연구 대상을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암에 국한하지 않고 대사질환과 혈관질환 등에서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이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질환 환경에서 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잃거나 병적인 상태로 변화하는 과정에 미토콘드리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주요 연구 방향입니다. 이를 위해 분자·세포 수준의 변화부터 조직과 개체 수준의 병태생리까지 단계적으로 연결하여, 세포 특이적인 미토콘드리아 조절 기전을 질환의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합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HSP90 계열 샤페론인 TRAP1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기초 연구를 신약개발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TRAP1의 기능을 선택적으로 억제하거나 활성화하는 화합물을 발굴하고, 구조적·생화학적 검증과 세포 및 동물모델의 효능 평가를 통해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신약개발사업(KDDF) 과제를 비롯해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며, 유효물질 개발과 전임상 검증까지 이어지는 중개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 활동을 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하나의 질문이 다음 연구를 이끌며 점차 확장되는 과정을 확인할 때입니다. 처음에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의 기능과 이를 조절하는 물질의 작용 원리를 밝히는 연구에서 출발했습니다. 이후 연구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화합물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단백질과 후보물질의 결합 구조를 규명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분석법까지 개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굴한 경구용 TRAP1 억제제 SB-U015는 단순한 연구용 화합물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질환 모델에서 효능과 작용 기전을 검증할 수 있는 후보물질로 발전했습니다. 앞선 연구에서 얻은 결과가 다음 연구에 필요한 질문과 도구로 이어지는 과정을 경험하며, 하나의 주제를 꾸준히 발전시키는 연구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이후에는 연구의 범위를 암세포 내부에서 다양한 질환과 세포 환경으로 넓혀 나갔습니다. 동일한 미토콘드리아 조절 기전도 어떤 세포와 질환 환경에서 작동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생물학적 의미를 가질 수 있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세포실험에서 동물모델과 약물 효능 평가로 연구를 확장했습니다. 특히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기존의 설명에 맞추기보다 실험 모델과 가설을 다시 검토한 과정에서 새로운 연구 방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그동안 축적해 온 기초 연구와 신약개발 경험을 종양 주변세포에 적용하고, 세포에서 발견한 현상을 동물모델과 환자 조직까지 연결해 검증했습니다. 더 나아가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한 SB-U015를 암 연관 지방세포를 제어하는 데 적용하여, 기존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하나의 기초적인 질문이 분석 기술과 후보물질 개발을 거쳐 실제 질환의 기전과 치료 가능성을 설명하는 연구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한 번의 성과에 머무르기보다, 앞선 연구를 다음 질문과 실질적인 치료 전략으로 연결하며 연구의 깊이와 범위를 함께 넓혀가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명과학 연구에서는 처음 세운 가설과 정확히 일치하는 결과보다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예상 밖의 결과를 너무 빨리 실패로 규정하기보다, 새로운 질문의 출발점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가 나타난 이유를 끝까지 질문하고, 사용한 실험 모델이 실제 생물학적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과정에서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암세포만을 배양한 실험과 지방세포 및 종양미세환경이 포함된 동물실험에서 약물 반응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세포실험의 결과만으로 판단했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연구 범위를 동물모델로 확장하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하나의 실험 결과에만 의존하기보다 세포, 조직, 동물, 환자 검체 등 서로 다른 수준의 증거를 함께 살펴보는 시야가 중요합니다.
또한 현대 생명과학 연구는 혼자서 완성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깊이 쌓는 것과 함께, 서로 다른 분야의 관점을 존중하고 공동의 질문을 함께 풀어가는 협력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대사회에서는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암을 비롯한 노화 연관 질환과 만성질환의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서로 다른 임상적 양상을 보이지만, 세포 수준에서는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와 단백질 항상성의 붕괴, 에너지 대사의 불균형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질환 환경에 놓인 세포가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항상성과 에너지 대사를 어떻게 재편하며 생존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질환의 발생과 진행을 설명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는 데 중요한 연구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향후에는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에서 나타나는 미토콘드리아 적응 기전과 세포 간 상호작용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질환의 진행과 치료 저항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질환 환경에서 선택적으로 나타나는 대사적 취약성을 발굴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기초적인 미토콘드리아 연구를 질환 모델과 환자 검체 연구로 연결하여, 질환 미세환경의 대사적 재편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오랜 시간 아낌없는 가르침과 믿음으로 저를 연구자로 성장시켜 주신 강병헌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께서는 연구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결과를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끝까지 책임지고 연구를 완성하는 자세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연구자로서의 기반을 세워주신 은사로서 교수님께 늘 깊이 감사드리며, 배운 가르침을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이어가고 싶습니다.
유방암 환자 검체를 통해 연구의 임상적 의미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국립암센터 공선영 교수님과 연구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어 환자 검체의 특성과 임상적 맥락을 함께 논의해 주셨고, 그 덕분에 실험 결과를 보다 정확하고 신중하게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귀중한 검체와 임상 정보를 연구에 제공해 주신 환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포 및 동물실험에 참여해 주신 연구실 구성원들과 각자의 전문성을 더해주신 모든 공동연구자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 김소연 박사에게도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박사과정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수많은 실험과 토론, 실패와 수정을 함께했고, 연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에도 가장 가까운 동료로서 서로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랜 연구 과정 동안 묵묵히 응원하고 지지해 준 가족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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