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University Hospitals Cleveland Medical Center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수지상 세포 (Dendritic cell)를 이용한 암 백신 치료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T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을 치료하는 방법입니다. 수지상 세포에 암 특이적 항원(tumor-specific antigen)을 탑재시켜, 이 항원에 반응하여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CD8 T 세포를 양산하고,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을 이용합니다. 이미 전립선암 세포 치료제 (Provenge)로 2010년 FDA 승인을 받은 예가 있고, 현재 여러 암 치료에서 수없이 많은 임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CD8 T 세포만을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는 면역세포를 무력화시키는 종양 미세환경 (Tumor microenvironment)으로 인해 치료 효과에 있어 분명한 한계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연구 동향을 보면, CD4 T helper 세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주로 개인맞춤 암 특이 항원 (personal neoantigen)을 찾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여 왔지만, 현재 기술로는 CD4 T 세포 특이적인 암 특이적 항원을 찾는데 한계가 있어 전체 암에 대해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 약점을 보완하고 암 백신 치료효과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이번 연구에서는 코로나-19 펜데믹이 전 인류에게 남긴 CD4 T helper 기억세포를 이용하는 새로운 개념의 수지상 세포 기반 항암 백신 PROTEXI를 개발하였습니다. PROTEXI 백신 기술을 적용하였을 때, CD8 T 세포 항암 면역력을 크게 증가시키는 효과를 마우스 종양 모델 뿐만 아니라, 인간 면역 체계를 유도한 인간화 동물 모델 (Humanized mouse model)에서도 확인 하였습니다.
이 새로운 개념의 PROTEXI 항암 백신 기술은 CD8 T 세포의 종양 특이적 항원, 그리고 코로나-19 CD4 T 세포의 항원을 동시에 제공함으로써 CD4 T helper 기억세포를 활성화시켜 CD8 T세포의 접근 및 활성을 유도하고, 종양 특이적 CD8 T세포를 양산하는 강력한 효과를 가져옵니다. 이는 기존의 DNA와 펩타이드 기반 암 특이적 항원을 주입하여 CD8 T 세포와 CD4 T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과 차별된 치료법으로 PROTEXI는 더욱 효율적이고 특이적으로 항암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면역 억제적인 종양 미세환경을 발현하는 항암 치료 저항성 종양 모델에서 PROTEXI를 PD-1 항체나 TGF-beta 억제제 (Vactosertib)와 함께 사용할 때 지속적인 항암 면역 효과와 생존율 기여도를 더욱 극대화 시킬 수 있었습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팬데믹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코로나-19가 전세계인에게 감염이나 백신 접종을 통해 강력한 면역력을 형성시켰고, 코로나-19 CD4 T 기억세포를 이용한 PROTEXI 항암 백신이 많은 암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이번 연구를 토대로 임상 시험이 미국 클리블랜드 University Hospital에서 곧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된다면, 암 특이 항원을 찾지 못해 면역 암치료에 취약하였던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드릴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맨 처음 이 연구를 시작하였을 때는 최신 경향을 따라 개인맞춤 암 특이 항원을 이용한 수지상 세포 암 백신에 초점을 맞췄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보이는 개인맞춤 암 특이 항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실험 데이터와 다양한 접근 방식을 위한 토의가 쌓여가면서 CD8 T 세포와 CD4 T 세포를 암 특이적으로 강력히 활성화시키는 방법을 찾게 되었고, 그것이 실험으로 증명되는 순간 막혔던 혈이 뚫린 것처럼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다양한 치료제와의 조합을 통해서도 더 나은 치료 효과를 확인함으로써 성공적인 임상 연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가 나오고 논문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논문의 재투고 과정도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 속에서도 소중한 경험들과 데이터가 쌓이고, 앞으로의 임상 연구에도 성공에 대한 확신이 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암, 면역,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회사인 Celloram이 PROTEXI 기술 특허를 출원하였고, 제가 속한 기관인 University Hospitals Cleveland Medical Center와 Case Western Reserve University (CWRU), 그리고 Case Comprehensive Cancer Center까지 산학연이 함께 공동연구를 하는 최고의 연구 환경이었습니다. 미국 최우수 대학 중 하나인 CWRU는 최신 연구 시설들이 완비되어 있고, 공동연구를 통해 전임상 연구와 임상 연구를 연계하여 진행할 수 있는 최적화된 연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번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Celloram의 공동 창업자이자 소아암과 세포면역학에서 권위자이신 John Letterio 교수님과 TGF-beta 신호계 연구 분야에서 권위자이신 김성진 교수님께서 적극적인 지원과 격려를 해 주신 덕분입니다. 특별히, 김성진 교수님께서 바이오 제약회사 MedPacto를 통해 차세대 TGF-beta 억제제 Vactosertib과 기술 노하우를 제공해 주심으로써 더 나은 방향의 연구가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임승환 박사님 (Vice President at Celloram)의 긍정적인 리더십과 한은향 박사님 및 연구팀원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 연구를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5년 전 처음 수지상 세포 암 백신 치료제 개발에 참여했을 때, 처음 접해 보는 세포 치료제였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오랜 기간 암연구를 해왔고,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전임상 연구를 꾸준히 해 온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되어 이런 좋은 연구 성과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이 너무나 기쁩니다. 오랜 시간 암 연구분야에 있었어도 새롭게 접근하는 영역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었고, 전문가들의 조언과 저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 즐겁지 않았다면 이 일을 계속 할 수 없었다고 느낍니다. 수많은 토의를 통해 방법을 찾고 그것이 결과로 확인이 되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성공보다 실패가 비교가 안되게 많지만 실패 뒤 만들어낸 성공이 주는 짜릿함은 모든 고통을 잊게 할 만 합니다. 수많은 넘어짐 속에서 얻어지는 결과물이라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그 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고 가는 것이기에 함께 그 길을 걷는 이들의 조언과 도움이 연구 방향을 얼마나 크게 좌우하는지 매 연구 프로젝트마다 확인하게 됩니다. 절대 혼자서 이루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일을 혼자 해낸 것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그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받은 조언과 토의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고, 진전이 없는 상태에 이르렀을 때, 좌절하고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느낄 때, 믿고 응원하며 기다려주는 분들 (가족들 포함)이 함께 해야만 그 연구의 끝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완성한 연구가 실제 암환자 치료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박사후 연구원으로 미국에 나온 지 9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MD Anderson Cancer Center, McGovern Medical School, University Hospitals Cleveland Medical Center까지 다수의 기관, 그리고 다수의 지도 교수님을 만나면서 많은 경험들이 쌓였습니다. 이것이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새로운 과학에 대한 눈을 열어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유명한 기관의 시스템들을 보면서 그 기관들의 장단점을 보게 되고, 미국 연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딱 맞는 연구분야를 찾아 좋은 연구 결과를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가 교수직을 맡거나, 미국에서 교수직을 맡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저 또한 빠르게 연구 결과를 내서 자리를 잡는 것을 목표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다양한 기관으로 옮겨다니며 새로운 길을 찾아가시는 분들도 아주 많습니다. 처음엔 실패하는 길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 과정에서 시야가 넓어지며 내가 하는 연구가 무엇인지를 더욱 깊이 성찰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이 모여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볼 때면 이것이 진짜 연구의 길을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과 경험이 때론 쓸모 없어 보일지라도 결국 우리가 하는 연구에 아주 밀접해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쓸모없는 것처럼 보였던 연구가 언젠가 크게 꽃을 피우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걸 많이 보았습니다. 포기만 하지 않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끝까지 해나갈 때 반드시 옵니다. 그 믿음이 연구를 지속하는 힘이 되고 결국 그 연구를 완성시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암연구의 최종 목표는 암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치료하는 데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수지상 세포 암치료제는 임상 연구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임상 연구를 통해 이 치료제로 수많은 암환자에게 큰 희망을 드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치료제 또한 보완해야 할 점을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개선하는 후속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더 나은 연구 결과들을 통해 더 좋은 소식들을 계속 들려드릴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할 것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인터뷰 답변을 작성하면서 지난 연구 기간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많이 힘들었던 일들, 좋은 연구 결과에 기뻤던 일들, 그 일들을 함께 나누었던 분들이 하나하나 떠올랐고, 감사했습니다. 제가 받은 복이 얼마나 큰 지 새삼 깨닫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함께 이 연구를 수행하며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고, 연구의 완성을 위해 고군분투해 주신 임승환 박사님, John Letterio 교수님, 한은향 박사님, 최진규 박사님, 염승희 선생님, Tej Pareek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열어주신 김성진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물심양면으로 아낌없는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시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양가 부모님, 사랑하는 아내 이보나 박사님, 그리고 소중한 자녀들인 모아, 세아, 세준에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만남과 과정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등록일 202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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