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급성 허혈성 뇌졸중에서 혈전제거술(endovascular thrombectomy)은 이제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시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이후 환자의 혈압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여전히 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높은 혈압이 출혈성 변환의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 때문에 오랫동안 적극적인 강압이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최근 여러 무작위 임상시험은 오히려 과도한 혈압 강하가 기능적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해로울 수 있다는 결과를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는 이 결과의 기전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지금까지는 혈압을 과도하게 낮추면 뇌 관류가 감소하여 예후가 나빠진다는 설명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저희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혈전제거술 과정에서 사용하는 조영제와 혈압 저하가 함께 작용하여 급성 신손상(acute kidney injury, AKI)을 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하였습니다. 실제 분석 결과 적극적 혈압 강하군에서 AKI 발생이 유의하게 증가하였고, AKI가 발생한 환자는 기능적 예후와 사망률이 모두 더 나빴습니다. 혈전제거술 후 혈압 관리가 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 장기 보호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임상시험 자료를 이용한 후속 분석에서 생길 수 있는 여러 편향을 최대한 줄이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혈청 크레아티닌 측정 횟수가 두 군 간에 달랐기 때문에, 여러 차례의 민감도 분석을 반복하며 결과의 일관성을 확인하였습니다. 다소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이 작업이 결과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신경과의 남효석 교수님이 책임연구자로, 국내 19개 뇌졸중센터가 함께 참여한 OPTIMAL-BP (2023. JAMA) 임상시험 자료를 기반으로 수행되었습니다. 다기관 무작위 임상시험을 국내 연구진의 힘으로 진행하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번 연구는 신경과와 신장내과가 함께한 학제 간 연구이기도 합니다. 뇌경색이라는 하나의 질환을 서로 다른 전문성으로 바라볼 때 어떤 새로운 관점이 열리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수확이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환자를 진료하며 생긴 작은 의문이 실제 연구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발표되어 앞으로의 임상 현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결과를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 적극적인 혈압 강하가 환자에게 해로울 수 있는지를 전신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상에서 마주한 의문이 하나의 기전 가설로 이어지고, 다시 다음 연구의 출발점이 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좋은 연구는 거창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임상 현장에서 "왜 그럴까?"라는 작은 질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논문을 많이 읽고 최신 연구를 꾸준히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환자를 진료하면서 생기는 의문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는 것이 좋은 연구 주제를 찾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전공의 경계를 넘어 다른 분야의 전문가에게 주저 없이 도움을 청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구가 그러했듯, 좋은 연구는 대개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집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는 OPTIMAL-BP 임상시험의 후속 분석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현재 저희 연구팀은 OPTIMAL-BP 2 연구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 - 책임연구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남효석 교수님, 국내 22개 기관 참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연구에서 제기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혈압을 과도하게 낮추기보다 오히려 저혈압을 예방하는 전략이 환자의 기능적 회복과 안전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규명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혈전제거술 이후의 최적 혈압 관리 전략을 확립할 수 있는 근거를 차근히 쌓아, 실제 진료 현장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는 결코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연구가 아닙니다. 먼저 OPTIMAL-BP 연구에 참여해 주신 모든 연구자 교수님들과 각 기관의 의료진, 그리고 무엇보다 연구에 참여해 주신 환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구의 전 과정에서 늘 방향을 제시해 주시고 아낌없는 지도와 격려를 보내주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남효석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공동 제1저자로서 연구를 함께 이끌어 주신 신장내과 고희병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뇌졸중 환자에서 나타난 신기능 변화를 신장내과의 시선으로 해석해 주신 덕분에 이번 연구가 단순한 관찰을 넘어 설득력 있는 기전 가설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진료과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환자 치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근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를 이어가겠습니다.
등록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