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한국과학기술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암 악액질(Cancer-associated cachexia)은 암 환자의 생존율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대사 합병증입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식욕 촉진제를 통해 체중 감소를 막으려는 시도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뇌와 말초 장기 간의 상호작용(Brain-muscle/adipose crosstalk)을 통해 대사 불균형을 근본적으로 교정하려는 방향으로 연구 동향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와의 대조적인 작용 기전입니다. 이들 비만 치료제가 뇌 신호를 조절해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약물이라면, 저희가 연구한 GFRAL 타겟 치료제는 이와는 정반대로 뇌로 가는 '병적인 체중 감소 신호'를 차단하여 식욕과 대사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원리입니다. 대사 질환 치료의 양극단을 보여주는 셈입니다.
이처럼 GDF15-GFRAL 신호 전달 경로는 비만과는 반대 스펙트럼에 있는 극심한 대사 질환 및 근육 위축을 제어할 수 있는 핵심 타겟으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현재 세계적인 대형 제약사에서도 이 경로를 타겟으로 하여 약물을 활발히 개발하는 중에 있습니다. 저희 연구는 이 경로를 RNA 수준에서 원천 차단하는 ASO 기술을 새롭게 접목했다는 점에서, 향후 암 악액질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사성 근감소 질환 등으로 치료제 적용이 확장될 전망이 매우 밝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KAIST 의과학대학원 송민호 교수님의 지도하에 진행되었습니다. KAIST 의과학대학원(GSMSE)은 기초 의과학 연구와 임상 적용의 가교 역할을 하는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에 최적화된 곳입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여 있어 융합 연구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역시 저희 송민호 교수님 연구팀의 대사 질환 및 동물 모델 연구 역량과 김진국 교수님 연구팀의 RNA 치료제 개발 역량이 만나 시너지를 낸 뜻깊은 결과물입니다. KAIST는 그 명성에 걸맞게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자랑하며, 무엇보다 연구자들 간에 자유롭게 디스커션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기꺼이 공유하는 개방적인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위과정 동안에는 당뇨병과 관련된 대사 질환 연구를 수행했으나, 박사후 연수과정(Postdoc)을 시작하면서 '암 악액질'로 연구 주제를 크게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만성 질환인 당뇨병을 연구할 때는 상대적으로 당장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지만, 암 악액질은 철저히 환자의 '생존' 그 자체를 좌우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라는 점에서 다가오는 무게감이 달랐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는, 제가 매일 벤치에서 마주하는 이 실험 결과들이 궁극적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지켜내는 실질적인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강렬한 사명감을 느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마우스의 극적인 생존율 연장을 눈으로 확인하였을 때 느꼈던 벅찬 보람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된 과정 속에서도 제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구를 완주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생명과학, 특히 기초 의과학 분야는 다양한 주제를 융합적으로 녹여내는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 가지 문제에 끈질기게 파고드는 집요함도 물론 필요하지만, 연구를 오래 진행하다 보면 자칫 시야가 좁아져 전체적인 흐름을 놓치는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따라서 내가 벤치에서 다루는 이 현상이 인체라는 거대한 시스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늘 '큰 그림'을 보는 훈련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동료 연구자들과의 '열린 소통 능력'입니다. 저 역시 아직 너무 부족하지만, 박사후 연수과정에서 연구의 큰 주제를 전환하며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활발히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혼자만의 시야에 갇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들을 정말 많이 깨닫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타인의 연구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훌륭한 융합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긴 호흡의 연구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실패를 극복하고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으시길 당부드립니다. 저는 유행어 중에 "오히려 좋아!"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가설이 틀리거나 실험에 실패하더라도 좌절하기보다, 그 실패 속에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더 훌륭한 가치를 새롭게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실 수 있다면, 지치지 않고 단단한 연구자로 성장하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암 악액질 모델에서 GDF15-GFRAL 경로를 제어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확인했습니다. 앞으로는 암 악액질에만 국한되지 않고, 질병의 스펙트럼을 조금 더 넓혀 다양한 근육 관련 대사 질환들로 연구 영역을 확장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양한 근육 조직에서 GDF15-GFRAL 경로가 가지는 생물학적 중요성을 깊이 규명하고, 나아가 뇌와 말초 근육을 잇는 또 다른 숨겨진 연결고리를 찾는 등 다각도의 후속 기초 연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RNA 치료제를 넘어 GFRAL을 직접 타겟으로 하는 항체(Antibody) 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후속 연구도 현재 활발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는 제가 박사 학위를 마친 후, 기존 연구 주제에서 완전히 전환하여 맨땅에 헤딩하듯 새로이 시작했던 도전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질환 모델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셋업하고 진행하느라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참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막막했던 과정 속에서도 저를 끝까지 믿어주시고 이끌어주신 송민호 교수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연구의 또 다른 큰 축을 세워주신 김진국 교수님, 연구를 함께 해준 이민희 박사님과 박민성 박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아낌없는 도움과 응원을 보내준 연구실 식구들과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만약 지금 곁에 계셨다면 그 누구보다 저를 자랑스러워해 주셨을, 하늘에 계신 사랑하는 아빠에게 이 결실을 바치고 싶습니다. 언제나 하늘에서 저를 따뜻하게 지켜봐 달라고 꼭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늘 변함없는 사랑으로 응원해 주는 엄마와 오빠,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저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남편에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등록일 202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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