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교실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암 진행과 전이에 관한 연구는 그동안 유전자 발현, 단백질 활성, 대사 변화와 같은 분자생물학적 지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동일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암세포도 항암제, 방사선 치료 또는 세포 내 활성산소 변화와 같은 외부 자극에 적응하기 위해 서로 다르게 반응하며, 일부 세포는 치료 후에도 살아남아 침습성이나 치료 저항성을 획득합니다. 최근에는 세포 간 기계적 신호 전달과 암세포의 고유한 물리적 특성이 세포의 이동, 침습 및 생존을 조절하는 중요한 인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외부 자극에 따른 세포의 형태학적, 기계학적 변화를 정량화하고 이를 치료 반응의 평가 지표로서 활용하려는 연구는 아직 제한적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세포 강성, 표면 미세구조, 핵 형태, 세포골격 네트워크와 같은 물리적 특징을 암세포의 기능적 상태를 반영하는 생물물리학적 지표(biomechanical feature)로 통합 분석하는 ‘메카노믹스(mechanomics)’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메카노믹스는 암세포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면서 나타내는 다양한 기계적 변화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세포의 침습성 및 치료 저항성과 연결하여 해석하는 접근법입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원자력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 AFM)을 이용한 세포 피질(cortical) 구조 및 강성 맵핑과 공초점 현미경(confocal microscopy, CFM), 자극 방출 억제 현미경(stimulated emission depletion microscopy, STED)을 활용한 고해상도 이미징을 통해 세포 형태 및 골격구조 분석 데이터를 결합하여 약물 처리에 따른 암세포의 기계적 표현형(mechanophenotype) 특징과 전이 잠재력 간의 관계를 단일 세포 수준에서 프로파일링 했습니다. 특히 AFM을 이용하여 세포 피질의 강성뿐 아니라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세포 표면의 미세 융모(microvilli)의 구조적 변화를 확인하였고 그에 따른 세포 피질 강성, 표면 복잡도 및 거칠기 등의 기계적 표현형 클러스터의 변화가 세포 침습성과 역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밝힌 것이 이 연구의 중요한 장점입니다. 이는 치료적 교란(Therapeutic perturbation)에 따른 암세포의 저항성 메커니즘 활성화가 세포골격 및 기계적 재프로그래밍을 통해 암세포의 침습성을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각각의 기계적 특성 기여도를 정량화 한 결과, 핵 강성도(nucleus modulus), 돌출부(protrusive region) 및 핵 주변부(perinuclear region)의 세포 골격 네트워크 밀도, 세포 피질 거칠기(cortical roughness)가 침습성과 관련된 주요 지표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생물물리학적 변수(biophysical parameter)의 변화를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영상 및 분자생물학적 분석 결과와 일치하는 암세포 치료 관련 기계적 표현형을 구분하고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ImechBio (Imaging for MechanoBiology) 연구실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교실 소속의 연구실로 최신 의학 영상 기술과 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암세포 특성을 다층적으로 프로파일링하고, 이를 라디오믹스 (Radiomics) 및 다각적인 멀티오믹스 분석과 접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약물이나 치료법의 효과의 검증뿐만 아니라 치료 후에도 사멸하지 않고 생존하는 암세포 집단에 대해 이들이 어떻게 스트레스에 적응하고, 잔존하며, 다시 종양 진행에 기여하는지를 세포의 분자적 변화 외에도 형태, 세포골격 구조, 기계적 특성, 침습성 및 치료저항성과 관련된 다양한 생물학적 지표를 통해 통합적으로 해석하고자 합니다.
연구실에는 AFM, STED, CFM와 같은 고해상도 나노-세포 영상 장비, 라이브셀 이미징 및 실시간 세포 거동 분석 시스템 (Leica DMI8, Real-time cell analyzer), 단일세포 단백질 발현 자동화 분석 장비 (WES, Milo), 그리고 동물 형광 영상 장비 (InVivo SMART)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단일세포 수준의 정밀 분석부터 동물 모델, 조직에 이르는 다양한 스케일의 연구를 랩 내부에서 유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방사선 종양학과, 종양내과, 신장내과를 포함한 여러 임상 및 기초과학 분야와 활발히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중개 연구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습득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림] ImechBio 연구실에서 수행하고 있는 주요 실험 개념도와 연구실 로고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Advanced Science에 보고한 연구는 단순히 암세포의 약물 반응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제가 수행해 온 다른 연구들과도 일관된 흐름을 갖습니다. 방사선 치료 후 형성되는 다배수성 거대 암세포(polyploid giant cancer cells, PGCC)의 치료 회피 기전을 분석한 연구에서 PGCC는 증식이 억제된 상태에서도 핵 비대, cortical actin 재구성, 세포 강성 변화와 함께 침습 관련 특성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생존율이나 증식률만으로는 치료 후 남아 있는 잠재적 위협 세포를 충분히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세포가 어떠한 물리적, 기능적 상태로 전환되었는지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한빛사 논문] Nanomechanical Single-Cell Profiling Reveals Mechanical Dormancy Underlying Radiation Resistance in Polyploid Giant Cancer Cells, ACS Nano, Apr 09 2026, | https://doi.org/10.1021/acsnano.6c04639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항산화제 처리에 따른 활성산소 조절이 암세포의 침습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세포골격과 세포소기관 수준에서 분석했습니다. 세포 내에서 높은 항산화 활성을 보이는 천연 탄닌산(tannic acid, TA) 분자의 항산화 효능을 높이고 세포 내 유입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폴리 탄닌산 나노구조체(Poly tannic acid (pTA) nanosphere)를 개발하였고, pTA nanosphere 처리가 핵 형태 변화, 세포골격네트워크 와해, 세포 극성 감소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기계적 재구성을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기질 분해와 침습에 관여하는 분해효소 (matrix metalloproteinase)인 MT1-MMP가 세포의 돌출 부위에서 핵 주변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F-actin과의 colocalization이 감소하였고, 이에 따라 세포의 기질 분해 능력도 저하되었습니다. STED와 투과전자현미경 (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TEM) 분석을 통해서는 vimentin 네트워크의 붕괴와 미세소관(tubulin)을 따른 미토콘드리아 재분포를 관찰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활성산소의 변화가 특정 단백질의 발현량 만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actin, vimentin, tubulin으로 구성된 세포골격 네트워크와 세포소기관의 공간적 배치를 동시에 변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암세포의 침습성은 개별 분자의 양뿐만 아니라, 분자와 세포골격이 세포 내 어디에 위치하고 어떠한 구조적 관계를 형성하는지에 의해서도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빛사 논문] Redox-driven mechanoregulation of invasive TNBC cells using poly (tannic acid) nanospheres Nano Today, Volume 66, February 2026, 102907 | https://doi.org/10.1016/j.nantod.2025.102907
세 연구는 각각 소분자 기반 약물치료(small-molecule pharmacological therapy, Advanced Science 2026), 방사선치료(radiotherapy, ACS NANO, 2026), 그리고 redox 조절 나노메디신(redox-modulating nanomedicine, Nano TODAY 2026)이라는 서로 다른 항암치료 전략을 다룹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암세포가 세포 표면부터 핵, 세포골격, 세포소기관에 이르는 다중 규모의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자신의 기계적, 기능적 상태를 변화시킨다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서로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암세포가 외부 환경에 적응하며 상태를 재설정하는 통합적인 표현형 재프로그래밍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연구를 수행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점은 서로 다른 치료 조건과 분석 기술을 통해 얻은 결과들이 결국 하나의 일관된 메카노믹스 관점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입니다. 특히 단일 세포 수준에서 관찰된 다양한 현상을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침습성 상태와 비침습성 상태, 치료 민감성과 치료 회피 상태를 구별할 수 있는 기계적 표현형 서명(mechanophenotype signature)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분자생물학적 분석을 보완하는 접근법으로서, 나노역학적 프로파일링이 약물 유도 표현형 전환을 평가하는 정량적 프레임워크가 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암세포의 물리적 변화가 실제 기능적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연구적 의미와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림] 암 치료 저항성의 기계적 시그니처를 규명하는 메카노믹스. 메카노믹스는 단일세포 수준에서 암세포의 물리적 상태를 프로파일링하는 접근법임. 세포 피질 강성, 세포골격 극성 및 세포소기관 네트워크의 변화를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침윤·전이성 암세포 상태와 치료에 의해 유도된 ‘기계적 휴면 상태(mechanical dormancy)’를 구분할 수 있음.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요즘 발표되는 연구들을 살펴보면 하나의 학문 분야나 기술에만 국한된 연구는 점차 줄어들고, 서로 다른 전공과 방법론을 결합하는 융합 연구가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존의 전공이나 소속에 구애받지 않고 방대한 연구 자료와 발전된 인프라를 활용하여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기회의 시기인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역량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때로는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연구 분야 간 경계가 빠르게 낮아지는 환경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뿐 아니라,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 질문과 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가능성은 계속 확장되고 있지만, 이를 의미 있는 성과로 연결하는 힘은 결국 연구자가 지닌 ‘개인의 동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를 시작하던 시기에 “과거에 엄청난 업적을 이룬 사람들로부터 얻는 최고의 교훈은 그들이 얼마나 쉽게 그 일을 이뤘는지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해서 그토록 이루고 싶어 했으며 기죽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라는 글귀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연구가 길어지고 답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위축될 수 있지만 연구에서 요구되는 그릿(Grit)은 단순히 어려움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질문의 의미를 끊임없이 되새기며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탐구를 지속하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실패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자신만의 동기를 발전시키며 은근과 끈기로 연구를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근 암 메카노바이올로지(Mechanobiology) 분야에서는 세포 강성이나 형태와 같은 단일 지표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영상 및 물성 데이터를 통합하여 세포 상태를 분류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하려는 방향으로 연구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세포막과 세포 피질부터 핵, 세포골격, 세포소기관에 이르는 다중 규모의 기계적 특징을 추출하고, 여기에 다변량 통계 분석과 인공지능 기반 분류를 결합하면 복잡한 세포 표현형을 정량적인 ‘mechanophenotype signature’로 정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메카노믹스 연구는 이러한 변화를 통합적으로 정량화하여 치료 민감성 세포와 침습성, 치료 회피 가능성 또는 휴면(Dormancy) 상태를 유지하는 잠재적 위협 세포를 구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기계적 특징을 유전체학 및 단백체학과 같은 분자생물학적 지표와 결합함으로써 치료 후 살아남은 세포가 어떠한 물리적, 기능적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합니다. 향후에는 생리학적 특성을 반영한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 모델과 기계적 특성을 조절할 수 있는 기질, 다양한 암종 모델을 활용하여 세포의 mechanophenotype 전이의 일반화 가능성을 검증할 계획입니다. 또한, 기질 세포와 면역세포를 포함하는 다세포 시스템으로 연구 범위를 확대하여 종양 미세환경이 암세포의 기계적 재프로그래밍과 치료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mechanophenotype 프로파일링 전략을 암세포의 치료 반응과 저항성을 정밀하게 판별하는 새로운 지표로 확립하고, 기존 분자생물학적 분석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통합 분석 체계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논문을 오랜 시간 고민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연구를 다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조언해 주시고 의견을 나누어 주신 양재문 교수님, 변형권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연구를 이어가며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준 연구실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모두의 노력과 함께해 온 시간이 쌓여 긴 연구 과정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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