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려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같은 분자라도 어떤 세포에서 작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최근 알츠하이머병 연구가 신경세포뿐 아니라 미세아교세포(microglia), 성상교세포(astrocyte) 등 다양한 뇌세포의 기능과 상호작용을 함께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저희의 연구는 기존에 신경독성 물질로 알려진 quinolinic acid(QA)를 미세아교세포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QA는 kynurenine pathway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신경독성 대사산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의 연구 역시 신경세포에서의 독성 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QA는 모든 세포에서 항상 같은 역할만 할까?"
그 결과, QA가 미세아교세포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신경독성과는 달리 Aβ 제거 기능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QA는 phosphatidylethanolamine(PE) 합성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GABARAP-associated phagocytosis를 활성화하여 미세아교세포의 Aβ 제거 능력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분자 기전을 규명했습니다. 기존에는 독성 물질로만 알려졌던 QA가 특정 세포에서는 오히려 질환의 병리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예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결과였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이러한 발견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할 것인가였습니다. QA는 이미 '신경독성 물질'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미세아교세포에서 Aβ 제거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결과는 처음에는 다소 역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논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도교수님께서는 동양 의학에서 사용하는 '이독제독(以毒制毒)'이라는 표현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독으로 알려진 물질도 적절한 생물학적 맥락에서는 전혀 다른 기능을 수행하거나 새로운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였습니다. 이러한 조언은 연구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류훈 박사님의 BINGRE (BraIN Gene REgulation) Lab에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KIST는 기초과학부터 응용연구까지 폭넓게 수행하는 국내 대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융합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BINGRE Lab은 연구실 이름인 BraIN Gene REgulation에서 알 수 있듯이, 후성유전학(epigenetics)과 유전자 발현 조절(gene regulation)을 기반으로 신경퇴행성질환의 발생 기전과 치료 전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나의 세포나 기전에 국한되지 않고, 신경세포(neuron), 미세아교세포(microglia), 성상교세포(astrocyte) 등 다양한 뇌세포와 미토콘드리아, 리소좀, 핵 등 여러 세포소기관을 함께 연구하며, 세포 간 상호작용과 분자 기전을 통합적으로 이해하여 신경퇴행성질환의 복잡한 병태생리를 규명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새로운 결과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이어갈수록 좋은 연구는 새로운 결과 자체보다, 그 결과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생물학적 의미까지 설명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하나의 결과를 얻기 위해 다양한 세포모델과 동물모델에서 반복적으로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환자의 뇌조직에서까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연구에는 끊임없는 질문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또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실험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라는 점을 느꼈습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를 단순한 오류로 넘기기보다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반복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에서 연구가 발전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되었다는 점은 큰 보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수행한 실험과 데이터가 신경퇴행성질환의 새로운 기전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자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검증하며, 생명현상을 깊이 이해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를 시작하면 실험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결과나 반복되는 실패 역시 새로운 가설을 만드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만큼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사용한 미세아교세포는 아주 작은 물리적 자극에도 쉽게 활성화될 만큼 매우 예민한 세포였습니다. 배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미세한 진동이나 파이펫팅의 작은 충격에도 반응이 달라져 실험 조건을 맞추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여러 번의 반복 끝에 세포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실험 조건을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두고 지도교수님께서는 농담처럼 미세아교세포를 '윤동주 세포'라고 부르셨습니다. 윤동주의 「서시」 속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구절에 빗대어, 미세아교세포는 '찰랑거리는 배양액에도 쉽게 활성화되는 윤동주 세포'라는 농담을 자주 하셨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연구에서는 세심한 관찰과 끈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여러분도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 순간을 실패로만 생각하지 마시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질문과 배움을 발견해 나가실 수 있길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하나의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 그 안에 담긴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익숙한 현상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때 예상하지 못했던 생물학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를 연결하고, 신경퇴행성질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가 결실을 맺기까지 아낌없는 지도와 격려를 보내주신 류훈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구자로서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과 질문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연구 과정에서 아낌없이 경험을 나누고 가르쳐 주신 선배님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일처럼 함께 고민하고 도와준 BINGRE 주니어 멤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Lipidomics 분석에 도움 주신 이현범 박사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연구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 보내주신 이정희 교수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언제나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가장 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가족의 지지와 응원이 있었기에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