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치매는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요한 보건의료 문제이며, 임상적으로 뚜렷하게 진단되기 이전부터 병태생리학적 변화가 장기간 진행될 수 있어 조기 선별과 위험도 평가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치매 평가는 인지기능검사, 뇌영상검사, biomarker 평가 등이 필요할 수 있어 대규모 인구집단에 반복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비용과 접근성의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이나 일상 진료에서 이미 수집되는 의료영상을 활용하여 질병 위험을 평가하는 기회진단(opportunistic screening)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망막은 중추신경계와 발생학적·해부학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으로 여겨지며, 망막 안저사진은 저비용·비침습적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foundation model은 대규모 데이터로 사전학습된 모델을 제한된 임상 라벨 데이터에 효율적으로 전이할 수 있어, 의료 인공지능 개발의 중요한 방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서울대학교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망막 안저사진을 촬영한 36,000명 이상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여러 종류의 영상 인공지능 모델과 학습 방법을 비교하였습니다. 그 결과, 망막 영상에 특화된 사전학습 모델을 일부 재학습한 방법이 치매 선별과 향후 치매 발생 위험 예측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보였습니다. 또한 모델이 판단할 때 주로 시신경 주변 부위에 주목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는 치매와 관련된 망막 구조 변화와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진행한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님 연구실은 의료 분야에서 explainable artificial intelligence(XAI)와 data science를 활용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영상 기반 딥러닝 모델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델이 어떤 근거로 판단하는지 설명하고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로 검증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와 같은 공공보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대규모 역학 연구와 예후 예측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개인 수준의 건강정보와 지역·환경 요인을 결합한 health system data science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위험요인을 찾고, 의료 인공지능이 실제 환자 진료와 예방 전략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큰 즐거움은 데이터를 통해 기존에는 쉽게 보이지 않던 새로운 신호를 발견하는 과정에 있다고 느낍니다. 특히 의료 인공지능 연구에서는 사람이 눈으로 보기 어려운 미세한 패턴을 AI가 포착하고, 그것이 실제 임상적 의미와 연결될 가능성을 확인할 때 큰 흥미와 보람을 느낍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건강검진에서 일상적으로 촬영되는 망막 안저사진 안에 치매 위험과 관련된 정보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모델이 주목한 부위가 기존에 알려진 치매 관련 망막 구조 변화와 연결될 가능성을 보면서, AI가 단순한 예측 도구를 넘어 새로운 의학적 가설을 제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연구는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고, 임상적 질문을 함께 고민해주시는 교수님들과 동료 연구자들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느낍니다. 제가 하는 연구가 향후 질병을 더 일찍 발견하고 환자에게 더 나은 예방과 진료 기회를 제공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큰 보람일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의료 인공지능 분야는 의학, 통계, 컴퓨터공학, 데이터사이언스가 함께 만나는 융합 분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진입 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알고 시작하기보다는, 본인이 가진 배경을 바탕으로 하나씩 필요한 역량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학적 질문을 잘 이해하는 능력, 데이터를 다루고 모델을 개발하는 능력, 그리고 결과를 임상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함께 필요합니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단순히 성능이 높은 모델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이 모델이 실제 임상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배 연구자분들도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좋은 임상적 질문을 찾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업하는 경험을 많이 쌓으시면 좋겠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인 만큼 조급함을 느낄 때도 있겠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작은 연구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자신만의 연구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의료 인공지능, 특히 일상 진료나 건강검진 과정에서 얻어지는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여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위험도를 평가하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망막 안저사진, 흉부 X-ray, 심전도와 같이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검사 안에 기존에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던 정보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AI biomarker를 발굴하고, 실제 환자 진료와 예방 전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단순히 예측 성능이 높은 모델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델이 어떤 근거로 판단하는지 설명할 수 있고, 다양한 기관과 인구집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연구를 지속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의료진과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설명가능하고 실용적인 의료 AI를 개발하여, 질병의 조기 선별과 예방 중심 의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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