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DGIST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통증은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감각이지만, 신경 손상 이후에도 장기간 지속되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만성 질환이 됩니다. 특히 신경병증성 통증은 기존 진통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마약성 진통제 역시 중독, 내성, 부작용 등의 한계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통증 연구에서는 통증을 단순히 말초 감각신경의 과활성으로만 이해하지 않고, 말초 감각신경, 척수 회로, 신경교세포, 면역세포가 함께 조절하는 복합적인 신경계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중 이온채널은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직접 조절하기 때문에, 새로운 비마약성 진통제 개발을 위한 중요한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경 손상 이후 통증이 어떻게 만성화되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특정 이온채널이 어떤 분자적 기전으로 작용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연구 과제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칼륨채널 (K2P channel) 중 하나인 TWIK-1이 정상적인 기계 감각과 신경 손상 후 만성 통증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척수 억제성 신경세포의 TWIK-1은 정상적인 촉각과 기계적 통각 반응에 필요했지만, 신경 손상 후 지속되는 통증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배근신경절 (DRG) 감각신경의 TWIK-1은 정상 감각에는 필수적이지 않았지만, 신경 손상 후 기계적 과민성이 장기간 유지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결과는 같은 이온채널이라도 어느 신경세포에 존재하는지, 또 정상 상태인지 병리 상태인지에 따라 기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감각신경의 TWIK-1을 제거했을 때 정상 감각은 보존되면서 만성 통증의 지속성이 감소했다는 점에서, TWIK-1은 선택적인 만성 통증 치료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에는 TWIK-1이 신경 손상 이후 감각신경의 과흥분성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그리고 이를 조절하는 약물이나 치료 전략을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기존 진통제와는 다른 새로운 칼륨채널 기반 통증 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처음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TWIK-1이 DRG 감각신경에 많이 발현되어 있어 정상 기계 감각에도 중요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정상 감각보다 신경 손상 후 만성 통증의 유지에 더 중요했습니다. 이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 여러 조건부 유전자 제거 모델, 행동실험, 전기생리학, 칼슘 이미징, 전사체 분석을 연결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통증 연구에서는 분자, 세포, 회로, 행동 수준의 증거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이효상 교수님 연구실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감각, 통증, 갈증, 정서 행동과 같은 다양한 신경계 기능이 어떻게 조절되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말초 감각신경과 척수 신경회로가 통증을 어떻게 감지하고 조절하는지, 그리고 신경 손상 이후 통증이 만성화되는 과정에서 어떤 분자적·회로적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밝히는 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별아교세포를 포함한 신경교세포의 기능, 물 섭취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회로, 우울증과 관련된 뇌 기능 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행동실험, 조직학적 분석, 전기생리학, 칼슘 이미징, 유전자 조작 동물 모델 등을 활용하여 신경계의 기능을 여러 수준에서 분석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통증 및 신경정신질환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데이터를 얻는 것만큼이나, 그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디까지 주장할 수 있는지를 깊게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가 기대와 다르게 나왔을 때 단순히 성공이나 실패로 판단하기보다,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추가 검증이 필요한지, 그리고 현재의 데이터로 말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하는 태도가 연구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연구실의 초창기 멤버로서 여러 실험 시스템과 분석 방법을 직접 구축해 나간 경험은 큰 자부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행동실험, 조직학적 분석, 유전자 조작 동물 모델, 신경 활성 분석 등 다양한 실험 기반을 세팅하고 안정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이후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개별 실험 결과들이 하나씩 연결되면서 처음에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현상이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되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가장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스스로 질문을 가지고 연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주어진 실험을 수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를 고민하다 보면 연구의 실마리가 하나씩 풀려나가는 순간이 오는 것 같습니다.
연구 역량은 결국 들인 시간과 고민의 깊이에 비례해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실패처럼 보였던 실험 데이터가 논문 리비전 과정에서 중요한 힌트가 되는 경험도 했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진정성 있게 탐구했던 시간은 결국 연구자로서의 시야와 판단력으로 쌓이는 것 같습니다.
또한 연구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들이 부딪힌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내 일처럼 고민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좋은 연구 환경은 서로의 질문과 어려움을 함께 풀어가는 공동체이며, 그런 태도가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통증과 감각신경 분야에서 흥미로운 질문들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아직 증명하지 못한 재밌는 질문과 주제들이 많고,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싶습니다. 동시에 새로운 실험 기법과 연구 관점을 배우며, 장기적으로는 만성 통증의 기전을 밝히고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는 총 8분의 PI와 많은 공저자분들이 함께해 주셨고, 각자의 전문성과 헌신 덕분에 연구의 중요한 부분들을 채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연구 전 과정에서 깊이 있는 지도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최고의 멘토, 이효상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급한 일정압박 속에서도 전사체 분석을 빠르게 진행해주신 윤태리 박사님과 이윤정 박사님, 전기생리학 실험을 새롭게 함께 세팅해주신 전재혁 선생님, 연구실 후배 김서정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RNA 관련 실험과 RNAscope를 함께 진행해주신 박준희, 김용건 선생님, HEK cell recording을 수행해주신 대학동기, 우진녕 선생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생체 내 칼슘 이미징 연구에 기여해준 John Shannonhouse, 유전자 조작 마우스와 관련해 도움을 주신 고려대학교 김주현 선생님, 그리고 까다로운 Western blot 실험을 수행해주신 조은실 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의 협업과 기여가 있었기에 이번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등록일 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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