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KAIST, 현 Yale School of Medicine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의 중심 모델인 알코올성 간 질환은 과도한 음주로 인해 지방간에서 시작해 염증, 간섬유화, 나아가 간암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입니다. 최근 B형 및 C형 간염 치료제의 발전으로 바이러스성 간 질환 사망률은 크게 줄어든 반면, 알코올로 인한 간경변이나 간암 발생률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습관성 음주자의 90% 이상이 지방간을 겪지만, 그중 일부인 10~30% 정도만의 환자가 심각한 알코올성 지방간염(ASH)이나 간염(AH)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는 '왜 많은 사람이 지방간을 앓음에도 일부만 중증으로 진행될까? 우리 몸에는 염증을 스스로 지연시키는 보호 기전이 있지 않을까?'라는 근본적인 의문에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해답을 골수와 간이 긴밀하게 소통하는 '골수-간 축(BM-Liver Axis)'에서 찾고자 했습니다.
저희는 알코올성 간 질환을 악화시키는 주된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1베타 (IL-1β)'를 우리 몸이 스스로 억제하는 방어 기전이 존재할 것이라 가설을 세웠습니다. 다양한 동물 모델과 환자 샘플을 통해 검증한 결과, IL-1β의 활성을 막는 가짜 수용체(Decoy receptor)인 'IL-1R2'를 발현하는 특정 항염증성 면역세포 (IL-1R2+Ly6Clow 단핵구 및 대식세포)가 혈액과 간에서 증가하며 질병의 진행을 늦춘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 면역세포들이 형성되고 배출되는 기전은 골수 정맥굴 주위에 존재하는 LepR+ 골수기질세포가 알코올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산화적 스트레스가 발생하고, xCT 수용체를 통해 글루타메이트를 배출합니다. 이와 동시에 케모카인 리간드(CXCL9, 10) 발현이 늘어나면서 CXCR3+ NK세포 내의 'Glutamate-mGluR5' 기전을 통해 IFN-γ 생성을 유도합니다. 최종적으로 주변의 단핵구들이 이 신호를 받아 방어 인자인 IL-1R2 발현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CX3CR1은 감소시켜, 골수로부터의 유출이 촉진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였습니다. 이는 비신경 세포에서의 글루타메이트 신호가 중추신경계에 국한되지 않고, 면역학적 보호 기전으로도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전 연구에서 알코올성 간질환 전임상 단계에서 IL-1 수용체 길항제인 'Anakinra'가 효과를 보였음에도 중증 환자 임상에서는 생존율을 개선하지 못해 한계가 있었는데, 저희 연구가 그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환자 샘플 분석 결과, 초기 알코올성 지방간(ASL) 환자군에서만 IL-1R2+CD14+CD16+ 혈액 단핵구가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이미 중증으로 진행된 알코올성 간경변(ALC) 환자군에서는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ASL 환자에서 혈장 내 IL-1R2 수치가 간 손상 지표인 GGT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이는 IL-1R2의 항염증 효과가 알코올성 간 질환의 '초기 단계'에서 방어벽 역할을 수행함을 시사하며, 향후 초기 질환의 조기 진단 바이오마커 및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중요한 전망을 제시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정원일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학위 과정 동안 수행한 연구입니다. 간질환 연구실(LLR)은 간 내 대사작용뿐만 아니라 면역학적, 신경학적 경로를 통합하여, 간 질환 발생의 핵심 기전인 '신경면역 대사 축(Neuro-Immuno-Metabolic Axis)'을 매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크게 'Immuno-metabolic liver disease', 'Neurologic signal in liver', 'Inter-organ crosstalk'라는 세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알코올성 및 비알코올성 지방간, 간섬유화, 간경변, 간암, 비만 등 다양한 질환의 기전을 동물 모델을 통해 규명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병원 임상 교수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환자 샘플을 이용한 중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세포치료 연구와 3D 프린터를 활용한 인공간(Artificial organ) 제작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랩 홈페이지(https://llr.kaist.ac.kr/)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KAIST 간질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보낸 6년은 참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 간질환 연구에 뛰어들었을 때는 막연히 대사-면역학적 질환을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질환 기전을 밝혀내 치료제 개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그 당시 꿈꾸던 목표에 한 발짝 가까워진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연구를 진행하며 지도교수이신 정원일 교수님께서는 많은 기회를 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넓은 무대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셨고, 덕분에 여러 학회에서의 발표와 펠로우십 선정 등 뜻깊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해외 학회 참석과 발표를 통해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던 경험은, 제 시야를 넓혀주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해외에서 포스닥을 시작할 수 있는 자신감과 기회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연구실에서 보낸 이 모든 경험과 가르침이 밑거름이 되었기에 지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KAIST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현재는 예일 대학교 의과대학 (Yale School of Medicine)에서 포스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지나온 학위 과정을 돌아보면, 분명 힘든 순간도 많았고 수많은 시행착오와 좌절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연구와 실험에 대해 느꼈던 열정, 그리고 작은 성과들이 주는 보람 덕분에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박사과정이 '배움과 훈련'에 초점이 맞춰진 시기라면, 포스닥 과정은 한 명의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앞으로 내가 나아갈 연구 방향을 스스로 발굴하고 정립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겠지만, 연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는다면 여러분도 분명 뜻깊은 결실을 맺으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Yale School of Medicine에 Dr. P. Kent Langston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포스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박사 학위 과정 동안 쌓은 지식과 훈련을 바탕으로, 평소에 관심이 깊었던 대사-면역학 (Immuno-metabolism) 분야에 깊이를 더하고 시각을 넓히고자 현재는 '근육 면역생물학 (Muscle immunobiology)'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골격근 기능 조절에서 면역 체계가 갖는 역할을 규명하여, 궁극적으로는 노화 및 질병 상황에서 근육 건강을 유지하거나 개선할 수 있도록, 조절 가능한 새로운 세포 및 분자 표적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항상 길을 인도해주시고 함께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고 마무리지으면서 주변에 계신 분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달았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박사과정 동안 아낌없는 지지와 지도로 저를 믿고 성장시켜주신 정원일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졸업 후 현재까지도 고민이나 문제가 생겨 연락을 드리면 늘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아낌없이 조언해 주십니다. 교수님의 가르침을 늘 기억하며 더 발전하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겠습니다.
이 연구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큰 축을 맡아주신 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공동 교신저자이자 연구실 선배님이신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이영선 교수님, 연구의 시작 전 프로젝트 단계부터 세심하게 이끌어주시고 환자 혈액 샘플까지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환자 조직 샘플을 통해 연구의 깊이를 더하고 중개연구로 완성될 수 있게 도와주신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김원 교수님, 단일 세포 분석에 큰 힘을 보태주신 KAIST 박종은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학위 논문 심사위원으로서 아낌없는 조언과 가르침을 주신 KAIST 강석조, 김유미, 김인준, 신의철 교수님 덕분에 연구의 완성도를 높여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간질환 연구실에서 7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보내며 울고 웃었던 선후배님들과 선생님들, 졸업 후에도 늘 든든하게 챙겨주시는 교수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특히 이번 연구의 긴 여정을 함께 고민하고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 김희훈 박사님과 후배 민정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아울러 학위 과정을 함께한 KAIST 의과학대학원 동문들과 늘 곁에서 응원해 주는 친구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현재 Yale에서 함께 일하며 든든하게 서포트해주는 PI Kent와 랩 동료들, YKBS 박사님들, 그리고 늘 따뜻하게 품어주시는 코네티컷 한인교회 공동체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박사과정때부터 지금까지 늘 묵묵히 옆에서 힘이 되어주고 가장 많은 의지가 되는 존경하는 남편 희훈이에게 고맙습니다. 아울러 멀리서도 한결같이 응원해주시며 언제나 제 편이 되어주시는 사랑하는 조부모님, 부모님, 시부모님, 오빠와 새언니, 시댁 식구들 모두에게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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