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Dartmouth College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희는 BCR-Seq을 통해 B세포 항체 전사체를 분석하고, Ig-Seq을 통해 혈청 항체를 단백질 수준에서 분석한 뒤, 두 데이터를 연결해 혈청 항체 레파토리의 구성과 변화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B세포들이 가진 항체들 중 아주 일부만이 혈청 항체로 분비되고 그 중 다시 극히 일부가 혈청 항체 레파토리에서 우점하게 되는데, 어떤 조성의 혈청 항체들을 가지고 있는지가 결국 평소 다양한 바이러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는지와 백신 반응의 질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를 단백체 수준에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청 항체 레파토리를 프로테오믹스 방법을 통해 분석하는 것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처음 Ig-Seq이라는 방법이 개발된 지 이제 10년이 조금 넘은 상태이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중요한 부분들을 여러 공학적인 기술 발전에 힘입어 최근 새롭게 밝혀내고 연구해나가는 역동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단순히 어떤 항체가 혈청에 존재하는지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B세포 계통이 반복적인 항원 노출을 거치며 선택되고 성숙하는지, 얼마나 다양하고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생태학에서 개체군을 분석하듯이 역동적인 항체 그룹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면서 면역학 분야에 새롭고 흥미로운 힌트들을 발견해나가는 분야입니다.
이 연구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임상시험에서 평가된 mRNA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한 혈청 항체 반응을 분석한 연구입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아주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 온 바이러스이면서, 백신이 개발되어 있음에도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항원 변이를 거듭하며 인간의 면역 반응을 지속적으로 회피하는 특성을 들 수 있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매년 약 29만~65만 명의 사망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편, 혈청 항체는 쉽게 바뀌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반응은 일생 동안 반복되는 백신 접종과 감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존재하던 항체 클론을 중심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응하려면, 다양한 변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혈청 항체 레파토리를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그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혈청 항체 레파토리가 mRNA 인플루엔자 백신을 통해 배중심 반응 (GC response)이 장기간 지속될 때 효과적으로 다양화될 수 있음을 보이고, 어떤 방식으로 다양화가 나타나는 지와 이에 연관된 면역학적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주로 Washing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과 Dartmouth College를 비롯한 여러 기관 간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으며, 저는 현재 다트머스 공대 (Dartmouth Thayer School of Engineering) 소속입니다. 다트머스는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학부생 규모가 가장 작은 대학으로, 소수정예를 지향하며 교수와 학생 사이의 긴밀한 교류를 중시하는 학교입니다. 이 과정에서 알찬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일례로 항체와 백신 분야로 살펴보면 COVID-19 백신에 사용된 단백질 컨스트럭트 (Stabilized spike protein construct, S2P)의 개발을 공동으로 주도한 곳 중 한 곳이 다트머스 대학교입니다. 상대적으로 Dartmouth college가 한국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학교는 아니어서 그런지 한국인도 찾아보기 힘들고 뉴잉글랜드의 작은 대학 도시에 자리 잡고 있어, 캠퍼스와 학생들의 분위기에서 전통적인 미국 대학의 모습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들이 떠올리는 고전적인 아이비리그 대학의 이미지와 가장 비슷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서 연구를 수행한 공대건물은 최신식 설비와 함께 오픈랩 형태로 주변 다른 랩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협력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Dartmouth Hitchcock Medical Center와 함께 위치하고 있어, 임상샘플들을 얻거나 병원과의 협력연구가 편리합니다. 사람 수로 보았을 때 규모가 작은 편이다 보니 오히려 더 끈끈하게 지내는 편인데요, 저희도 바로 인접한 분야나 저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주변 연구실 교수님들과 학생들과 자주 교류하고 정기 미팅도 같이 하며 조언을 얻을 수 있었던 점이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전 공학 분야의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박사 과정에서는 단백질 설계를 중심으로 연구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포스닥 과정으로 접어들면서 좀 더 기초과학적인 관점이나 면역학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공학과 이학분야의 다른 분위기에 적응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치밀하게 사고하고 추론하는 방식을 포함해 이학분야의 관점을 배우고 날카롭게 다듬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 분야 연구들이 임상 샘플들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여러 기관에서 협력적으로 진행해야 하기에 자연스레 여러 저명하신, 특히 기초과학이나 병원 측에서 오래 몸담고 계셨던 교수님들과 함께 정기 회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회의는 이끌어가시는 원로 교수님의 리더십으로 부드러워 보이는 분위기 속에 상당히 꼼꼼하고 날카롭게 외유내강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과학자라면 어떤 식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생각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표현을 해야하는지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고, 어쩌면 교과서에서 나올법한 과학자들의 정석적인 대화란 이런게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많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때로는 제가 그 자리에서 말을 하고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긴장되면서도 보람 있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연구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훌륭한 과학자들을 만나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함께 소통하면서 시너지 있는 대화가 이어져 나갈 때에 가장 동기부여도 많이 되고 기분좋아지는 시간인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포스닥을 하고 해외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가게 되면서 가장 뼈져리게 느껴졌던 부분 중 하나는,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려면 실험 역량에 더해 더 깊이 생각하고, 글과 발표로 생각을 전달하고, 서로 다른 배경의 연구자들과 협업하는 능력을 함께 배워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실험을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적인 소양이 되고 다음 단계로의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키워야하고, 그럴 수 있는 기회들이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여러 생각을 가진 연구자들과 소통하고 논의를 주도해볼 수 있는 기회들, 때로는 큰 계획의 밑작업을 같이 하기도하고, 연구 그랜트와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제안할 수 있는 기회들, 불과 몇 년 전 자신의 모습같은 대학원생을 상대로 강의를 해볼 기회, 예전엔 상상하지 못했던 무대들을 만나게 될 기회들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더 큰 책임감과 무게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공동연구를 위해 이메일 하나를 쓰는 데에도 고심하느라 한나절을 보낼 수도 있고, 책임져야하는 일의 크기에 짓눌려 숨이 막힐 수도 있고, 때론 스스로에게 실망해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도 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형태로 찾아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장을 위해 한걸음씩 내딛고는 있지만 다음 단계로 가는 길은 차갑기만 한 것 같기도 하고, 닿을 듯 닿지 않는 곳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처음해보는 것도 많고 익숙하지 않은 일들이기 때문에 잘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이 기회들을 잡으려 하고 열심히하려고 한다면, 주변에서 알아보고 도와주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이 손을 내밀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고,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 입니다.
박사과정을 끝내고 해외 포닥을 나오신다면 막연하다고 느껴지기도 하고 압박감이 느껴질 때도 많으시겠지만, 이런 부분들에 있어서 조금 더 많은 기회들을 접하고, 주변에서 나를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받은 고마움을 내가 다른 사람을 위해 베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박사 과정 때부터 포스닥 과정까지 연구를 하는 동안 저는 연구주제는 바뀌었지만 접근방식은 비슷했습니다. 항상 공학적인 방법에 기반해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고, 그를 통해 그동안에는 보기 힘들었던 부분을 조사하거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연구들을 하는 방식을 추구해왔습니다. 남들이 바라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과 방법론으로 접근하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이런 방면에서 새로운 시각과 아이디어를 추구하며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것이 제가 가장 재미있게 느끼는 연구 방향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항체 레파토리 내의 항체들의 특성을 개별 분자 수준에서 스크리닝하고 매핑하는 새로운 플랫폼들을 구상하여 새로운 축으로 확장하는 데에 관심이 있고,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항체들이 결국 어떻게 선택되고 진화하는지 밝혀나가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포스닥 과정에서 과학적으로도 정말 많이 배우지만, 항상 길게 보시고 지금보다 더 나은 연구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반에 걸쳐 저를 발전시키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시고 지도해주시는 이지원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게 최근 몇 년간은 개인적으로 정말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먼 타지에서 비슷하게 포스닥 생활을 하고 있는 카이스트 생명과 대학원 동기들이 가장 힘들 때 많은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때론 부모님처럼 챙겨 주기도 하고 때론 따끔하게 다그치기도 해주었던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가장 많이 챙겨주시고 조언을 주셨던 이진수 박사님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