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국립암센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수모세포종(medulloblastoma)은 소아에서 가장 흔한 악성 뇌종양입니다. 수술 후에도 항암·방사선 치료에 따른 독성과 장기 후유증이 크고, 재발 시 예후가 매우 나쁩니다. 그동안 유전체·전사체·메틸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WNT, SHH, group 3, group 4의 네 가지 분자 아형이 국제 표준 분류로 자리 잡았지만, 이 분류가 실제 치료 성적의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최근 이 분야의 흐름은 단일 오믹스에서 다중 오믹스로, 나아가 단백질 수준까지 통합하는 프로테오지노믹스(proteogenomics)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DNA·RNA의 변화가 실제 표현형으로 이어지려면 결국 단백질의 기능으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단백체·인산화단백체 정보가 더해질 때 비로소 보이지 않던 조절 기전이 드러납니다. 저희 연구도 이 지점에 주목해 기존 네 아형을 일곱 아형으로 세분화하고, 각 아형의 신경 분화 궤적과 치료 표적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앞으로는 프로테오지노믹스가 단순한 분류를 넘어 '예후 마커–치료 표적'을 짝지어 제안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리라 봅니다. 예후가 좋은 아형은 치료 강도를 낮추고, 나쁜 아형에는 아형별 약물(CDK1/2, PARP, CLK1, MET, proteasome 억제제 등)을 정밀하게 적용하는 맞춤 치료가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박종배 교수님의 지도 아래 이루어졌습니다. 연구의 핵심 분석과 데이터 생산은 교수님께서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에 재직하시던 시기에 진행되었고, 이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자리를 옮기신 뒤 투고와 수정 과정을 거쳐 마무리되었습니다.
국립암센터 시절 박종배 교수님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이자 암단백유전체연구사업단 단장을 맡아, 수모세포종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암종을 아우르는 단백유전체 연구를 폭넓게 이끌어 오셨습니다. 사업단은 유전체·전사체에 단백체와 인산화단백체 정보를 결합하는 통합 분석을 기반으로, 기존 분자 분류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던 조절 기전과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데 강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 유래 시료에서 생산한 대규모 단백유전체 데이터를 임상 정보와 연계해 분석한다는 점이 이번 수모세포종 연구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국내 단일 기관의 노력만으로 완성되기 어렵습니다. 본 사업단은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산하 ICPC 및 CPTAC와의 협력 체계 속에서 데이터와 분석 경험을 공유하며, 국제 단백유전체 연구 흐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DNA와 RNA의 변화가 실제 생명 현상으로 이어지려면 결국 단백질의 기능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단백유전체 연구는 유전체·전사체 분석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조절 기전을 단백질 수준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낍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도 전사체로는 구분되지 않던 아형 간 차이가 단백질과 인산화 정보에서 비로소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을 보며, 단백체 데이터가 가진 가치를 거듭 실감했습니다.
무엇보다 큰 보람은 이러한 분석 결과가 단순한 분류에 그치지 않고 환자에게 의미 있는 정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후가 좋은 아형은 치료 강도를 낮추고, 나쁜 아형에는 적합한 표적 치료를 제안하는 식으로, 기초 데이터가 임상적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가 연구를 계속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단백유전체 분야는 질량분석 기반의 실험 기술과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는 분석 역량이 함께 요구됩니다. 최근에는 오믹스(omics) 기술과 AI 기반 분석 기법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같은 데이터라도 어떤 도구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연구의 깊이와 확장성이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실험과 데이터 분석 어느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두 영역을 함께 이해하려는 노력이 큰 자산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저는 박종배 교수님께서 founder이자 CTO로 계신 OmixAI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OmixAI는 단백체 분석을 핵심으로 하는 회사로, 자동화 시스템 기반의 실험 역량과 대규모 단백체 데이터 생산·분석 능력, 그리고 AI 기반 분석 역량을 함께 갖추고 있습니다. 국립암센터 사업단 시절부터 이어온 단백유전체 연구의 경험과 방법론을, 보다 체계적이고 재현성 높은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단백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TPD, ADC, surfaceome, interactome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모세포종 연구에서 단백질·인산화 정보가 새로운 치료 표적을 드러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것처럼, 단백체 수준의 깊이 있는 분석이 신약 개발과 치료 표적 발굴로 이어지는 지점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자동화와 AI 분석을 접목한 단백체 연구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하여, 기초 연구에서 얻은 발견이 실제 치료제 개발로 연결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OmixAI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s://www.omixai.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이 연구가 완성되기까지 이끌어 주신 박종배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으로서 연구자의 기본을 가르쳐 주셨고, 지금도 같은 회사에서 함께하며 여전히 많은 가르침을 주고 계십니다. 교수님의 지도와 신뢰가 없었다면 이번 연구는 시작도, 마무리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한 이 논문은 결코 혼자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결과가 아니었습니다. 방대한 시료를 다루고 다섯 가지 오믹스 데이터를 생산·분석하는 모든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고 손발을 맞춰 주신 공동 저자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국립암센터를 비롯한 여러 기관의 연구자분들, 그리고 국제 협력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이 연구의 바탕이 되어 준 환자분들과 가족분들께도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구가 수모세포종으로 어려움을 겪는 환자분들께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등록일 202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