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Johns Hopkins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논문에서 저는 POINTseq (projections of interest by sequencing)이라는 barcoded connectomics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마우스 중뇌 도파민 뉴런들에 적용해서 개별 도파민 뉴런들의 뇌 전반에 걸친 축삭 투사 (axonal projection) 패턴을 분석하였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 연구뿐 아니라, barcoded connectomics라는 연구 분야와 이 분야가 기존 연구 방법들만으로는 답하기 어려웠던 어떤 질문들에 도전하고 있는지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뇌의 수많은 뉴런들은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이루어 작동합니다. 특히 개별 뉴런은 여러 뇌 영역으로 동시에 투사하며, 이러한 장거리 투사 패턴은 뇌 전체의 정보 흐름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가 됩니다. 또한 서로 다른 투사 패턴을 가진 뉴런들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개별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바탕으로 transcriptomic 혹은 molecular cell type을 정의하는 것처럼, 개별 뉴런은 뇌 전반에 걸친 투사 패턴에 따라서 connectomic cell type으로 분류 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개별 뉴런의 뇌 전반 투사 패턴을 맵핑하기 위해서 이미징 기반의 방법들이 사용되어 왔으나, 하나의 뇌 안에서 많은 뉴런의 투사 패턴을 짧은 시간 내에 분석하기 위해 (특히 척추동물의 뇌 수준에서) barcoded connectomics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등장했습니다. Barcoded connectomics는 RNA 또는 DNA 바코드를 이용해 개별 뉴런을 고유하게 표지하고, 이를 통해 뉴런의 연결성을 high-throughput으로 분석하는 기술입니다. 특히 MAPseq (Kebschull et al., 2016)이라는 기술은 barcoded connectomics를 선두하는 기술로, MAPseq에서는 각 뉴런이 바이러스에 의해 서로 다른 RNA 바코드에 의해 표지되며, 이 바코드는 축삭 말단까지 이동합니다. 이후 관심 있는 뇌 영역들을 분리하여 바코드를 시퀀싱으로 검출하면, 어떤 뉴런이 어느 영역으로 어느정도의 세기로 투사하는지, 수천 개 이상의 뉴런에서 동시에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MAPseq에 대해 말씀드리면 종종 single-cell RNA sequencing (scRNAseq)과 비슷한 기술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scRNAseq의 경우, 개별 세포를 분리한 이후에도 세포체나 핵 안에 존재하는 RNA 정보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에, 세포를 분리한 뒤 각 세포에 개별적인 바코드를 부여하여 분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MAPseq은 투사 정보를 읽어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뇌 구조가 유지된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이용해 개별 뉴런을 먼저 바코딩해야 합니다. 또한 세포 내부의 transcriptome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각 뇌 영역으로 전달된 바코드 정보를 읽어냄으로써 개별 뉴런의 투사패턴을 재구성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APseq은 개별 뉴런의 투사 패턴을 분석하는 강력한 기술이지만, 투사 패턴만으로는 해당 뉴런들이 생리학적으로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혹은 어떤 행동이나 상황에서 활성화되는 뉴런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즉, 투사 패턴만으로는 뉴런의 정체성과 기능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molecular cell type, 뉴런 활성, 투사 패턴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하여 세포를 정의하려는 multimodal cell typing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POINTseq은 MAPseq에서 확장된 barcoded connectomics 기술로, 이러한 multimodality 기반의 cell type 연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기존 MAPseq 바이러스를 엔지니어링하여 Mxra8이라는 수용체를 발현하는 뉴런들만 선택적으로 감염시키는 POINTseq 바이러스를 만들었습니다. 마우스를 비롯한 많은 포유류의 뇌에서는 Mxra8의 발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뉴런들은 POINTseq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지 않습니다. 대신 Cre recombinase 등 널리 사용되는 유전학적 도구를 이용해 특정 molecular cell type이나 특정 행동 중 활성화된 뉴런들에서만 Mxra8을 발현시키면, 해당 뉴런들만 선택적으로 바코딩하여 이들의 투사 패턴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특정 분자적 특성 또는 특정 행동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투사 패턴을 연결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다양한 modality를 통합한 cell type 분석이 가능해집니다. 또 이러한 방식은 신경과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pseudotyped rabies virus의 선택적 감염 전략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유전학적 도구들과 쉽게 결합할 수 있으며, 다른 연구실에서도 비교적 손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는 POINTseq을 도파민 뉴런이라는 분자적 특성을 지닌 뉴런들에 적용하여, 약 6,000개의 도파민 뉴런의 개별 투사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세분화된 connectomic cell type을 정의할 수 있었으며, 특정 뇌 영역들로 동시에 투사하는 정형화된 투사 모티프들도 발견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도파민 뉴런들이 단순히 개별 뇌 영역에 독립적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영역에 병렬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화된 정보 전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동기부여, 보상, 학습 등 다양한 도파민 기능을 조율하는 중요한 해부학적 기반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제가 현재 포닥으로 재직 중인 존스홉킨스대학교 의과대학 Biomedical Engineering 학과의 Justus Kebschull 교수님 연구실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교 Biomedical Engineering 학과는 US News & World Report 순위에서 오랫동안 Biomedical Engineering 분야 1위를 유지해 온 세계 최고 연구 기관 중 하나입니다.
특히 저희 연구실의 PI이신 Justus Kebschull 교수님은 MAPseq을 개발하신 분으로, 현재 barcoded connectomics 분야를 선도하는 연구 그룹을 이끌고 계십니다. 이번에 발표한 POINTseq 이외에도 제가 개발한 MAPseq2 (Kim et al., bioRxiv, 2025)와 랩 멤버가 개발한 BARseq3 (Qi et al., bioRxiv, 2026) 등 다양한 barcoded connectomics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뇌 회로가 진화와 발달 과정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그리고 다양한 신경질환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매우 쿨한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존스홉킨스대학교뿐 아니라 NIH, 메릴랜드대학교 등 주변에도 훌륭한 연구기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KLAM (Korean Life scientist Association in Maryland)이라는 한인 생명과학자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 현지 생활에 적응하고 연구 역량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현재 barcoded connectomics 분야의 최전선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특히 POINTseq과 MAPseq2는 제가 직접 주도적으로 개발한 기술들인 만큼, 이 기술들의 원리와 장단점,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점은 Kebschull 교수님 연구실에 처음 들어올 때 했던 발표 자료를 최근 다시 보게 된 일이었습니다. 당시 자료를 보니 바이러스를 엔지니어링해 특정 뉴런만 선택적으로 감염시키자는, 지금의 POINTseq로 이어진 아이디어가 이미 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 생각하던 방법은 지금과는 꽤 다른 형태의 구상이었지만, 머릿속에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실제 기술로 구현하고 논문으로 발표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꼭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준다기 보다 제가 평소 하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최근에 어떤 유명한 분이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되면 남 탓을 해라"라는 말씀을 하신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의도하신 바와 제 생각이 완전히 같은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어느정도 그 말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저도 연구를 하면서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정말 누가 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나?"라는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제 연구 인생을 돌아보면 항상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렸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도 완전히 방법이 없었던 경우"라고 단언할 수 있었던 적은 별로 없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내가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면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대로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때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런 태도가 결과적으로는 멘탈 관리와 앞으로의 상황 대처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독립적인 연구자로서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 제 연구실을 갖게 된다면 barcoded connectomics를 활용해 다양한 뇌질환에서 나타나는 신경회로의 변화와 변화된 connectomic cell type을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특히 대학원 과정 때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autism spectrum disorders(ASD)에 POINTseq과 같은 기술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ASD는 사회적 행동의 이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지만, 현재까지도 어떤 신경회로 수준의 변화가 이러한 행동적 특징으로 이어지는지 완전히 이해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적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들로 구성되는 전뇌 수준의 네트워크가 ASD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POINTseq은 특정 행동이나 자극에 의해 활성화된 뉴런들을 선택적으로 표지하고 이들의 투사 패턴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에 매우 적합한 기술입니다. 사실 POINTseq을 개발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역시 이러한 목표를 위한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변화된 투사 패턴을 선택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툴킷을 개발하고, 현재보다 더 높은 해상도와 더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차세대 barcoded connectomics 기술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개별 뉴런 수준에서부터 전뇌 네트워크 수준까지 뇌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행동과 뇌질환의 원리를 밝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항상 옆에서 힘이 되어주는 아내에게 가장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논문이 나왔을 때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었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들어할 때도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응원해 주었습니다. 또 한국에서 항상 저를 전적으로 믿고 제가 선택한 길을 응원해 주시는 가족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박사학위 과정 동안 연구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를 가르쳐 주신 강봉균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랩미팅 때마다 "꼭 질문을 하나씩은 해라"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지금도 그 말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당장 질문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질문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과학자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적극적으로 디스커션해주고 지도해주신 Kebschull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사실 나이 차이는 두 살밖에 나지 않지만, 이번 프로젝트뿐 아니라 그랜트 쓰는법이나 미국에서 연구자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과정같이 연구자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등록일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