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University of Michigan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가려움은 통증과 더불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감각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가려움 연구는 히스타민이나 염증물질에 의해 유발되는 화학적 가려움(chemical itch)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반면 옷깃이 스치거나 머리카락이 움직일 때 발생하는 기계적 가려움(mechanical itch)은 일상적으로 흔히 경험하는 감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담당하는 말초 감각기관과 감각신경의 정체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이전 연구에서 척수의 Ucn3+ 신경세포가 기계적 가려움과 만성 가려움 상태에서 나타나는 지속적인 가려움 반응을 전달하는 핵심 회로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Pan et al., 2019, Neuron) 이번 연구는 그 후속 연구로, 척수의 Ucn3 회로로 들어오는 말초 입력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추적한 연구입니다. 저희는 생쥐 피부의 특정 부위에 존재하는 vellus-like hair라는 특수한 체모에 주목하였고, 이 체모를 지배하는 TLR5와 Calb1을 함께 발현하는 Aβ 저역치 기계수용기(Aβ-LTMR)가 기계적 가려움을 선택적으로 전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Piezo2가 중요한 기계적 자극 감지 채널로 작용한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vellus-like hair만 선택적으로 자극하는 행동 실험법을 개발하던 과정입니다. 이 연구에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피부를 누르거나 문지르는 것이 아니라, 귀 뒤쪽에 있는 매우 가는 체모만을 선택적으로 움직여 기계적 가려움을 유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작은 털만 안정적으로 자극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여러 시행착오 끝에 털만 선택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도구와 실험 조건을 만들었고, 그 자극만으로 뚜렷한 가려움 행동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아무리 어려워 보여도 결국 방법을 찾으면 가능하구나."라는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이 실험법이 확립되면서 이후 TLR5/Calb1 감각신경의 기능을 검증하는 실험들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의 Department of Molecular, Cellular and Developmental Biology(MCDB)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Bo Duan 연구실은 촉각, 온도감각, 가려움, 통증 등 체성감각 (somatosensation)의 신경회로를 연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visceral pain과 내장기관의 감각 및 기능 조절과 같은 internal sensation 연구로도 관심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분자생물학, 행동학, 전기생리학, 생체 이미징 등을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감각정보가 말초에서 척수와 뇌로 전달되고 해석되는 과정을 다양한 수준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University of Michigan은 신경과학과 생명과학 분야에서 매우 활발한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과 자유롭게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이러한 협력적인 환경 덕분에 하나의 감각 현상을 말초 감각기관, 신경회로, 행동 수준에서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연구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던 생물학적 현상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단순한 "간지러움"에도 매우 정교한 감각기관과 신경회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현상 속에 복잡한 생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는 점이 연구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러 해 동안 축적해 온 전기생리학 기술과 신경회로 분석 경험을 바탕으로, 하나의 감각 현상을 말초 감각기관에서 척수 회로까지 연결해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런 연구는 늘 모래 속에서 바늘을 찾는 과정처럼 느껴지지만, 오랜 시행착오 끝에 하나씩 실마리가 풀리고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의 성취감은 매우 큽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를 시작할 때는 최신 기술보다 좋은 질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실험기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연구의 가치는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따라서 논문을 많이 읽고 "왜?"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과학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꾸준히 키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답을 찾고, 자신의 논리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미국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진행하면서 제가 새롭게 느낀 점은, 언어 역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훌륭한 데이터가 있더라도 이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토론하며 협업하는 과정에서 언어 능력은 큰 차이를 만듭니다. 연구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다양한 연구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과학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함께 갖추는 것이 글로벌 연구 환경에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최근에는 항암치료 후 발생하는 냉자극 유발 통증 (cold allodynia)의 신경기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환자들이 차가운 물을 만지거나 차가운 음료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심한 통증을 경험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신경회로 수준의 기전은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인 냉각 감각 회로가 병적 상태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 연구 목표 중 하나입니다.
또한 이번 기계적 가려움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만성 가려움 질환에서 감각신경과 척수 회로가 어떻게 재구성되는지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자 합니다. 정상 상태에서의 감각 회로가 질환 상태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다양한 감각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최근에는 체성감각 연구를 넘어 위장관을 비롯한 내장 감각계(visceral sensory system) 연구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장과 대장 같은 소화기관에서 암이 발생했을 때 주변 신경이 어떻게 재배치되고 기능적으로 변화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신경 다이내믹스가 장기 기능과 종양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피부에서 시작되는 체성감각과 내장기관에서 발생하는 감각 신호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정상 생리 상태와 질병 상태에서 신경회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좋은 연구는 결코 혼자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 역시 훌륭한 멘토와 동료 연구원, 학생,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협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연구를 하면서 느낀 것은 단순히 뛰어난 연구자들과 함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서로의 강정과 약점을 이해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최근의 생명과학 연구는 한 사람이 모든 기술과 지식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 역시 행동학, 전기생리학, 이미징, 분자생물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성이 결합되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멘토를 만난 것이 연구 인생에 가장 큰 행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방향을 제시해 주고, 거듭 실패에도 격려해 주는 멘토의 존재는 연구자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앞으로 저 역시 독립 연구자가 된다면 후배 연구자들에게 그러한 멘토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또한, 연구는 생각보다 실패의 연속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패한 실험 역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을 꼭 잊지 마시고, 너무 빠르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등록일 20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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