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에서는 근골격계 X-ray 영상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개발하였습니다. 저는 정형외과 전문의이면서 현재는 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정형외과 수련과정동안 X-ray를 보며 느낀 판독의 어려움이 연구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근골격계 질환은 골절과 퇴행성 관절염부터 염증, 대사, 감염성 질환, 그리고 골종양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고, 같은 질환이라도 부위에 따라 영상 소견이 달라집니다.
최근 병리, 흉부 X-ray, 안저영상 등에서는 수백만 장으로 사전학습한 파운데이션 모델이 적은 라벨만으로도 여러 임상 진단을 잘 수행하는 패러다임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질환과 부위의 다양성 때문에 이 접근이 가장 필요한 근골격계 영상에서는, 충분히 크고 다양한 공개 데이터가 없어 시도되지 못했습니다. 기존 근골격계 AI 연구의 대부분은 특정 질환 및 제한된 부위에서 개발되어 있어 다른 질환과 부위로 일반화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저희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촬영된 약 130만 장의 근골격계 X-ray를 모아, 이를 masked autoencoder 기반 자기지도학습으로 사전학습하여 근골격계 X-ray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SKELEX를 개발했습니다. SKELEX는 골절 검출, 관절염 등급, 골종양 분류 등 12개 downstream task에서 좋은 성능을 보였고, 라벨이 절반만 있어도 전체 데이터로 학습한 다른 모델을 앞서는 라벨 효율성을 보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골종양을 판별하는 모델도 만들어 임상 적용 가능성에 대한 proof of concept를 확인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한일규 교수님, 김한수 교수님의 지도와,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권성훈 교수님의 지도 아래 Biophotonics and Nano Engineering Lab(BiNEL)에서 이루어졌습니다. BiNEL은 "Helping Life Scientists with Technology"라는 목적의식을 가지고, 실제 의료·생명과학 현장의 unmet need를 탐색해 이를 바이오·나노·전자·정보공학에 걸친 융합 연구로 해결하는 연구실입니다. 연구 주제를 한정하기보다 실제 세상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며, 초고속 항생제 감수성 검사 개발 및 상용화를 비롯해 연구성과가 실제 임상과 산업으로 이어진 사례가 많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가장 큰 보람은 진료실의 문제의식이 실제 동작하는 기술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한 것입니다. 골종양은 발생 빈도가 낮아 한 기관이 충분한 라벨 데이터를 모으기 어려운 대표적인 희귀질환 영역인데, 대규모 데이터로 사전학습한 모델이 적은 라벨로도 학습이 되는 것을 보았을 때, 이 접근이 희귀질환 AI의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proof of concept 정도의 성능이지만 골종양 엑스레이 영상을 올려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웹 서비스를 구현하면서, 연구가 논문에서 끝나지 않고 임상 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형태를 갖추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의사로서 환자를 진료하는 일과, 공학자로서 더 많은 환자에게 닿을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 일이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한다는 것을 느낄 때 동기부여가 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신 권성훈 교수님께서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그리고 연구의 동기인 "실제로 쓰일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의료 AI는 의료와 AI 양쪽 모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그렇기에 어려움이 있는데, 결국 '왜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가 분명하면 생소한 길도 흔들리지 않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모르는 분야라도 '배워서 하면 된다'는 자세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어디서든 좋은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사과학자 과정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도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의사과학자 과정이 때로는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시각과 문제를 과학으로 풀어내는 연구자의 시각을 함께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흥미가 있다면 그 가능성을 믿고 도전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졸업 이후 제약회사에서 육종 치료제 관련 연구를 이어가려 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대규모 데이터와 자기지도학습을 통해 적은 라벨만으로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음을 경험하면서, 진단을 넘어 치료제 개발 단계에서도 AI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공개 바이오 데이터를 결합해, 신약 후보의 발굴부터 환자군 선별까지 AI가 기여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진단 도구를 만든 경험과 임상에서 환자를 봤던 경험을 바탕으로, 궁극적으로는 실제 환자에게 닿는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박사과정 전반에 걸쳐 연구뿐만 아니라 잘 훈련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도해주신 권성훈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임상 현장의 문제들을 일깨워주시고 연구를 가르쳐주시고 이끌어주신 정형외과 한일규 교수님과 김한수 교수님, 그리고 수련 기간 동안 아낌없는 가르침을 주신 서울대학교병원/보라매병원/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공동 제1저자인 이수빈 연구원과, 병리 AI를 함께 연구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큰 힘이 되어준 PathMap 팀 경섭, 주홍, 소망, 대헌, 욱, 그리고 웹개발을 도와준 김민수 연구원이 있었기에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의사과학자로서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신 SNU-SNUH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 김종일 단장님과 사업단 선생님들, 그리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평범한 길이 아니라 걱정도 많았을 텐데, 저를 늘 믿고 지지해준 아내와 든든하게 응원해주시는 아버지, 하늘에 계신 어머니, 장인, 장모님, 누나, 매형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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