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이모티브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정신건강 분야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치료의 접근성과 지속성을 보완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중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DTx)는 단순한 건강관리 앱과 달리,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질환의 예방, 관리 또는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는 소프트웨어 기반 중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영역에서는 치료 참여도와 순응도가 중요한 만큼,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가 새로운 치료 접근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ADHD 아동을 대상으로 실행기능을 훈련하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한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입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약물은 아니지만, 치료적 효과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신약 임상시험과 마찬가지로 임상 디자인, 개입 절차, 통계 분석의 엄밀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sham 대조군을 포함한 무작위 배정 설계를 통해, 관찰된 증상 변화가 단순한 게임 사용 경험이나 기대 효과가 아니라 디지털 치료기기 개입에 따른 변화인지를 가능한 한 엄격하게 검증하고자 했습니다.
ADHD는 부주의, 과잉행동, 충동성이라는 행동 증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이면에는 주의 조절, 작업기억, 반응 억제와 같은 실행기능의 어려움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평가한 디지털 치료기기는 이러한 인지적 기전을 바탕으로, 주의 조절과 작업기억을 요구하는 N-back 과제와 주행형 과제를 결합한 게임 기반 중재입니다.
특히 본 연구는 단순히 훈련 과제와 가까운 인지기능의 변화, 즉 near transfer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인지적 변화가 실제 ADHD 증상 개선이라는 far transfer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함께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 결과, 일부 실행기능 관련 지표의 변화와 더불어 ADHD 핵심 증상에서도 유의미한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기전 기반 디지털 치료기기가 실제 임상 증상 변화로 연결될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를 연구·개발하는 이모티브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이모티브는 ADHD 아동을 대상으로 인지기능과 실행기능을 훈련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해 온 기업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정신건강 치료의 접근성과 지속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모티브의 연구 환경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소프트웨어 개발, 임상 연구, 데이터 분석, 인허가 전략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하나의 치료 근거를 만들기 위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단순한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기 위해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는 의료기기입니다. 따라서 제품의 사용 경험뿐 아니라 임상시험 설계, 데이터 품질 관리, 통계 분석, 의료진과의 협업이 모두 중요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서울대학교병원 김붕년 교수님 연구팀과 한양대학교병원 김인향 교수님 연구팀 등 임상 현장의 연구진들과 협력하여 진행되었습니다. 두 연구팀은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ADHD 아동의 임상적 특성과 평가 기준에 대해 중요한 자문을 해주셨고, 실제 임상시험 과정에서도 연구 대상자 모집, 평가, 안전성 확인 등 여러 단계에서 큰 역할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디지털 치료기기의 효과를 엄밀하게 검증하기 위해서는 병원 내 의료진, 평가자, 연구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협업이 필수적이었는데, 이러한 협력이 있었기에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수행하며 디지털 치료기기 분야가 기술 개발에 머무르지 않고, 임상 현장의 문제를 이해하고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나가는 중개연구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깊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활동을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실험실과 논문 속에서 축적되어 온 지식이 실제 환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형태로 이어질 때입니다. 저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초 연구와 임상 현장 사이를 연결하는 응용연구, 또는 중개연구의 의미를 깊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ADHD는 오랫동안 실행기능의 어려움과 관련된 질환으로 이해되어 왔고, 주의 조절, 작업기억, 반응 억제와 같은 인지기능을 훈련하려는 연구도 꾸준히 축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인지훈련 연구들은 실제 환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되거나 근거 기반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는 데 여러 현실적 한계가 있었습니다. 치료 접근성, 사용 지속성, 개별 사용 기록의 관리, 임상적 효과 검증 등이 모두 해결되어야 할 과제였습니다.
최근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단순히 기존 치료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 기전에 기반한 중재를 실제 환자의 일상 가까이에서 제공하고, 그 효과를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보람 있었던 점은 ADHD 아동의 실행기능을 표적으로 한 디지털 치료기기가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받았고, 한국 ADHD 아동들에게 또 하나의 근거 기반 치료 옵션으로 제시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기초 연구에서 축적된 인지적 기전과 임상 현장의 필요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실제 치료적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연구자로서 가장 큰 자부심이자 보람이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디지털 치료기기와 디지털 정신건강 연구는 심리학, 의학, 데이터과학, 공학, 인허가 전략이 함께 만나는 다학제적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임상심리학 석사과정에서 정신건강 평가와 컴퓨터 기반 인지과제를 활용한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변선정 교수님 연구실에서 수면다원검사 분석과 생체신호 기반 인지기능 연구를 경험한 뒤,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에서 ADHD 아동 대상 임상연구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로 진학하거나 연구를 준비하는 분들께는 한 가지 전공 안에만 자신을 가두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했다면 임상시험과 데이터 분석을, 의학이나 공학을 전공했다면 정신건강 평가와 행동과학을 함께 공부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치료기기 연구는 결국 기술 자체보다도, 실제 환자의 문제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을 검증 가능한 연구로 바꾸어 내는지가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임상심리학을 기반으로 정신건강 평가와 인지기능 연구를 시작했고, 이후 병원 연구실에서 수면다원검사와 같은 생체신호 데이터를 분석하며 정신건강과 인지기능을 보다 객관적이고 데이터 기반으로 이해하는 연구에 관심을 넓혀왔습니다. 이번 디지털 치료기기 연구는 이러한 관심이 실제 임상시험, 디지털 행동 데이터, 치료 효과 검증으로 이어진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디지털 치료기기와 디지털 정신건강 분야에서, 개인의 행동 데이터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지표로 변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하고 개인화된 중재를 제공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특히 디지털 치료기기 사용 과정에서 생성되는 세밀한 행동 데이터와 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하여, 치료 반응을 예측하거나 인지·행동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임상심리학, 데이터과학, 인공지능,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을 연결하여 정신건강과 인지기능을 위한 근거 기반 디지털 중재를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현재는 이러한 연구 방향을 더 깊이 있게 확장하기 위해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실제 환자와 임상 현장에 도움이 되는 디지털 정신건강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연구자로서의 기반을 닦을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석사과정 지도교수님, 충북대학교 심리학과 유성은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의 지도는 제가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후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변선정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가능성을 믿고 여러 연구 기회를 열어주셨고, 심리학을 기반으로 출발한 제가 의학과 임상연구의 언어를 배우고 연구 시야를 넓히는 데 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이모티브의 민정상 대표님과 강동원 이사님, 김영래 연구원 및 임직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디지털 치료기기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임상시험, 데이터 분석, 인허가, 제품 사용성, 의료진과의 협업이 하나의 근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병원과 한양대학교병원의 여러 교수님, 의사 선생님, 연구코디네이터, 연구원분들의 헌신적인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연구 대상자 모집과 평가, 안전성 확인, 데이터 수집 등 임상시험의 여러 단계에서 많은 분들의 세심한 노력이 더해졌습니다. 특히 한양대학교병원 김인향 교수님께서는 논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매 단계마다 중요한 의견을 주셨고, 서울대학교병원 김붕년 교수님께서는 ADHD 아동을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 연구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큰 비전을 제시하여 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자의 길을 걸어가는 저를 늘 묵묵히 지지해주는 남편과 부모님, 동생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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