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INRAE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Copy number variation이 미치는 게놈의 영역은 point mutation보다 훨씬 더 크지만, 절대 대부분의 copy number variation은 개체에 해롭기 때문에 집단 내에서 빨리 사라집니다. Copy number variation은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는 본 연구에서, 열대거세미나방이라는 해충류에서 만약 copy number variation이 일어날 때 open reading frame이 보존되는 경우에도 이런 패턴이 발견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36개체에서 각각 게놈 어셈블링을 했습니다. 저희는 open reading frame이 보존되는 경우, copy number의 변화 자체가 해롭기 때문에 집단에서 빨리 사라지는 대신 진화적 과정을 통해서 protein coding gene이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혀서, 다른 경우에 비해서 다른 패턴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또한, LINE과 같은 전위인자가 이런 copy number variation을 일으킨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Copy number variation같은 구조적 변화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pangenomics같은 접근방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구조적 변화가 일으키는 적응 진화 (긍정적 영향) 혹은 질병 (부정적 영향)에 대한 케이스가 점점 더 많이 축적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희는 open reading frame이 보존된다는 특별한 케이스의 copy number variation에 초점을 맞추었고 iCNV-ORF라는 용어도 본 논문에서 제안했습니다. 이런 특별한 케이스가 얼마나 연구자들에게 주목을 받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이런 연구는 인간에서 시작해서 다른 생물로 이어지게 마련인데, 후술하겠지만, 제가 일하는 곳이 농학 연구소라서 인간이 아닌 해충을 대상으로 연구했습니다. 똑같은 연구지만 인간이 대상이었다면 많은 것들이 달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 (INRAE)에서 리서치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학의 정교수와 같은 직급입니다. 프랑스에서는 교수 혹은 디렉터가 학생 및 포닥에게 연구를 주도하게 하고, 본인은 연구 매니저로 위치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교수 또한 반드시 본인의 프로젝트가 있어야 합니다. 이 연구 또한 제가 수행해야 하는 프로젝트였고, 랩 미팅에서 학생들이 자기의 연구 과정을 보고할 때 저도 늘 똑같이 학생들에게 제가 한 일을 얘기 했습니다. 행정 및 지도를 하는 도중, 짬짬이 시간을 내어 별도의 본인 연구를 하는 것은 한국의 교수님들에게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연구는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팀과 저희 INRAE 연구팀이 공동으로 수행했습니다. INRAE는 본 연구를, 막스플랑크 팀은 열대거세미나방의 교미 패턴을 연구했습니다. 저희 공동 연구팀은 미국 플로리다로 가서, 밤에는 저희가 막스플랑크 팀을 도와 큰 네트 안에 들어가서 교미 행동을 관찰했고 낮에는 다 같이 본 연구에 사용할 곤충을 채집하러 다녔습니다. 그렇게 꼬박 2주를 같이 보냈습니다. 그 동안, 독수리 및 악어를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모릅니다. 플로리다는 제게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프랑스는 기관이 단독으로 연구소를 설립하는 경우가 거의 없이, 복수의 기관이 공동으로 연구소를 만듭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연구소는 DGIMI라고 불리는데, INRAE와 몽펠리에 대학이 공동으로 설립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INRAE의 리서치 디렉터이기도 하지만 몽펠리에 대학교의 교직원이기도 합니다.
DGIMI는 해충과 이와 관련된 생명체 (식물, 박테리아, 선충류, 사람, 바이러스) 사이의 상호 작용에 대해 알아보는 연구소입니다. 여느 프랑스의 연구소가 그렇듯이, 수십명의 사람들이 거의 30년 동안 열대거세미나방이라는 해충 한 종을 메인으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생물 한 종을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해왔다는 것은 굉장힌 시너지 효과를 만듭니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연구의 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설정했습니다. 첫번째는 곤충에 초점을 둔 것이고, 두 번째는 곤충의 pathogen에 초점을 둔 것입니다. 본 연구는 곤충에 초점을 둔 것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다들 느끼시겠지만, 연구하는 과정은 예상치 못했던 난관의 연속입니다. 이런 난관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는 것은 큰 즐거움입니다. 예를 들면, 이 연구를 시작할 때 high molecular weight gDNA를 씨퀀싱 회사까지 배송하는 방법을 몰라서 각종 방법을 테스트 해 봤습니다. DNA를 얼린 후 드라이 아이스 넣어서 배송하기, 얼리지 않고 배송하기, 그냥 곤충을 얼린 채로 배송한 후 업체에게 DNA 뽑아 달라고 하기, 곤충을 얼리지 않은 상태에서 보내기 등입니다.
2021년에 이 연구를 시작할 때 번데기 한 개체로부터 뽑은 gDNA 양이 게놈 어셈블링을 할 만큼 나올지도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어셈블링 자체가 가능할지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2026년인 지금과는 굉장히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굉장히 많은 시도를 했고, 장벽을 하나씩 극복하면서 최종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는 사실이 보람차고 뿌듯하긴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 때부터 진화생물학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저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순수 학문을 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를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진화 생물학을 순수학문으로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 생물학이 인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 집니다. 지금은 저는 진화생물학을 이용해서 인류의 식량 안보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해충과 인간 사이에서 농작물을 두고 진화적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evolutionary arms race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탐구하기 위해 진화생물학이 필수적이라는 사실 때문에 진화생물학자인 제가 INRAE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진화생물학이 인류의 식량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제가 진화생물학을 순수 학문으로서도 접근을 쉽게 하게 만드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후배님들께서는 유망한 분야에 너무 관심을 두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어느 분야가 유망할지 알 수 없고, 특정 분야가 유망하다고 하더라도, 그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본인에게 좋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보다 오랜 시간 동안 열정적으로 연구하면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연구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Long read기반 씨퀀싱 기술 및 소프트웨어가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좋아지면서 할 수 있는 연구의 영역도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근의 동향을 파악하고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간극이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농학 연구소에 속해 있기 때문에 식량 안보와 관련된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NGS 기반의 해충의 디지털 모니티링 기술을 개발할 생각이 있습니다. 또한 NGS를 이용하여 해충의 대륙간 이동 패턴을 밝히고 싶고,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살충제 저항성, invasive process등도 계속해서 연구할 생각입니다. 이와 더불어, 본 연구처럼 지속적으로 genome evolution을 순수 학문으로 연구할 생각입니다. 특히 관심이 있는 분야는 genetic diversity가 결정되는 이유 파악, 성 염색체의 진화, 전위인지의 진화입니다. 무엇보다, 곤충에서 speciation rate이 특히 더 빨리 일어나는 이유를 알아 내어 생명 다양성의 신비를 알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말씁드렸듯이 이번 연구는 프랑스 및 독일 연구팀이 협력을 해서 진행되었습니다. 이 연구를 위해서 오랜 시간 애썼던 많은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싶습니다. 이 연구를 위해서 2021년에 채집을 했으니, 최종적으로 논문이 나오기까지 5년 이상 연구를 수행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 동안 한결같이 저를 늘 지켜봐 주고 지지해 준 아내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제 딸 세 명이 아빠가 하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일을 허투루 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 계신 저희 가족들에게도 감사함을 표합니다.
등록일 2026.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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