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강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최근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질병 관련 단백질의 활성을 억제하는 기존 저해제(inhibitor) 중심의 접근을 넘어, 세포 안에서 해당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는 표적 단백질 분해(TPD;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기술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술인 PROTAC은 표적 단백질과 E3 ligase를 동시에 결합시키는 이중기능성 분자를 이용하여, 세포 내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PS; Ubiquitin-Proteasome System)을 통해 질병 관련 단백질을 분해하는 전략입니다. 기존 약물로 조절하기 어려웠던 단백질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항암제 및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개발된 많은 PROTAC들은 CRBN, VHL과 같이 전신적으로 넓게 발현되는 일부 E3 ligase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표적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는 있지만, 특정 조직이나 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도록 조절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TPD 연구에서는 "어떤 단백질을 분해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 또는 세포에서 분해할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근육 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높게 발현되는 E3 ligase인 KLHL41에 주목하였습니다. KLHL41은 근육 세포의 증식, 분화, 유지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었지만, PROTAC 개발을 위한 E3 ligase로 활용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또한 결정구조가 알려져 있지 않아 일반적인 구조 기반 리간드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AI 기반 구조 예측,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 가상 스크리닝, 그리고 화학생물학적 검증을 결합하여 KLHL41에 결합하는 신규 리간드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육 특이적 단백질 분해제 개발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정말 이 E3 ligase로 단백질 분해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을 계속 붙잡고 있었던 점입니다. KLHL41은 기존에 PROTAC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던 E3 ligase가 아니었기 때문에, 리간드를 발굴하더라도 실제로 표적 단백질 분해로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세포 수준에서 근육 선택적 단백질 분해가 관찰되고, 동물실험에서도 근육 조직 선택적인 단백질 분해 가능성을 확인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조직 선택적 표적 단백질 분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사진 1. 본 연구결과의 요약 모식도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강원대학교 G-LAMP 사업단과 다차원유전체연구소를 중심으로 강원대학교 박종민 지도교수님, 서울대학교 이주용 교수님, 박한검 교수님 연구팀과의 긴밀한 공동연구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강원대학교 G-LAMP 사업단과 다차원유전체연구소는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융합연구를 추진하는 연구 거점으로, 이번 연구에서도 화학생물학, 계산화학,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 세포 및 동물실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번 논문은 여러 분야의 전문성이 결합되어야 가능한 연구였습니다. KLHL41은 근육 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높게 발현되는 E3 ligase로 흥미로운 표적이었지만, 기존 PROTAC 분야에서 활용된 사례가 없었고 결정구조도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리간드 발굴부터 실제 단백질 분해 검증까지 많은 도전이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강원대학교 G-LAMP 사업단과 다차원유전체연구소의 연구 환경, 그리고 공동연구 네트워크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논문 revision이 진행되던 중 숙명여자대학교 생명시스템학부에 임용되어, 연구자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논문을 마무리하는 과정과 독립 연구실을 시작하는 시기가 겹쳐 쉽지만은 않았지만, 오히려 이번 연구가 제가 앞으로 숙명여대에서 이어가고자 하는 연구 방향을 더 분명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현재는 숙명여자대학교 생명시스템학부에서 화학면역학(Chemical Immunology)과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을 기반으로 독립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좋은 연구는 결국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단순히 더 강한 PROTAC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을 특정 조직에서만 작동하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하고 어려운 질문처럼 보였지만, 그 질문을 계속 구체화하면서 KLHL41이라는 E3 ligase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되기 시작할 때입니다. 각각의 실험 결과는 처음에는 조각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조각들이 하나의 이야기로 맞춰질 때 연구의 재미를 크게 느낍니다. 물론 실험이 잘 되지 않거나, 논문 작성과 심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순간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연구의 논리를 더 명확히 다듬고, 어떤 실험이 정말 핵심적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것도 개인적으로는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연구자로서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그동안의 연구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책임감 있게 연구와 교육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이번 연구 역시 제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화학생물학과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을 바탕으로, 조직 선택성이라는 문제에 도전한 연구였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 때 수의학을 전공했고, 이후 서울대학교 화학부 박승범 지도교수님 실험실에서 박사과정을 하며 화학생물학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박사학위 후에는 국내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갔고, 이후 숙명여자대학교 생명시스템학부에 임용되어 독립 연구자로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전공을 바꾸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 박사 후 진로를 고민할 때도 여러 선택지가 있었지만, 돌아보면 중요한 것은 국내인지 해외인지 자체보다 자신이 어떤 질문을 가지고 어떤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는가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유학이나 해외 포닥이 중요한 경험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연구자에게 반드시 같은 길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고 싶은 연구가 분명하고, 그 연구를 깊이 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과 좋은 동료들이 있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충분히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국내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가며 독립적인 연구 주제를 구체화할 수 있었고, 이번 연구도 그 과정에서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표적 단백질 분해나 화학생물학 분야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는 기본기를 넓게 쌓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유기화학, 생화학,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계산과학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분야를 잘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분야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생명과학 연구는 점점 더 융합과학, 융합연구의 성격이 강해질 것이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후배 연구자들도 국내외라는 형식에 너무 얽매이기보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질문과 그 질문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중심으로 길을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연구는 정해진 길을 빨리 따라가는 일이라기보다, 자신만의 질문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KLHL41 기반 근육 특이적 단백질 분해 기술을 더욱 확장하고자 합니다. 이번 논문에서는 KLHL41에 결합하는 리간드를 발굴하고, 이를 이용해 근육 선택적 단백질 분해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앞으로는 다양한 근육 질환 관련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KLHL41 기반 PROTAC을 개발하고, 실제 질환 모델에서 치료 가능성을 검증하고자 합니다.
또한 KLHL41에 국한하지 않고, 특정 조직 또는 세포에서 선택적으로 발현되는 새로운 E3 ligase를 발굴하고 이를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습니다.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이 앞으로 더 넓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표적 단백질의 선택성뿐 아니라 E3 ligase 선택성을 통해 조직 및 세포 선택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새롭게 연구실을 시작한 만큼, 학생들과 함께 표적 단백질 분해, 면역 조절, 난치성 질환 치료 전략을 연결하는 연구를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가 마무리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먼저 강원대학교 박종민 지도교수님, 서울대학교 이주용 교수님, 박한검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연구자들이 함께 논의하고 실험을 이어갔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연구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신 공동저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하나의 논문이 나오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실험, 분석, 토론, 수정 과정이 필요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 동료 연구자들, 그리고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질문을 놓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꾸준히 성장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림 2. 강원대 화학생물학 실험실 구성원들
등록일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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