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한국뇌연구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논문 관련 분야의 소개와 동향, 그리고 전망]
그동안 파킨슨병과 루이소체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특히 Bulk RNA-seq이나 Single-cell RNA-seq 같은 유전체 분석 기술은 질병의 분자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뇌는 다양한 세포들이 복잡한 구조적 특징과 연결망을 이루고 있는 장기이기에, 기존 기술들로는 세포들이 실제 조직 내 '어떤 위치'에서 상호작용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뇌 연구 분야에 혁신을 가져온 것이 바로 '공간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 기술입니다. 뇌 조직 절편의 위치 정보를 유지한 채 55?m 격자 내의 유전자 발현을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55?m 격자 안에는 여러 세포가 섞여 있어 세포 특이적 분석에는 일정 부분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상도가 2?m까지 정밀해진 고해상도 공간전사체(HD), 리드(read base)가 길어진 롱리드(Long-read) 공간전사체, 나아가 공간 단백체 기술까지 혁신적인 기법들이 매우 빠르게 개발되어 실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발전은 뇌 연구뿐만 아니라 암, 발생학 등 다양한 생명과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 결과들을 이끌어 낼 것으로 전망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와 융합 연구의 보람]
이번 연구는 알파-시뉴클레인(α-synuclein) A53T 돌연변이를 발현하는 6개월령 G2-3 마우스의 뇌 절편을 이용해 공간전사체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한국뇌연구원 치매연구그룹의 천무경 박사님 연구팀, 정지수 선생님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앨런 브레인 아틀라스(Allen Brain Atlas) 기반의 뇌 영역 인덱싱, 유전자 발현 패턴을 이용한 세포 타입 가중치 적용, 그리고 2차 마커 유전자 검증 등 매우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해마(Hippocampus) 신경세포에서의 시냅스 기능 저하가 핵심 병리로 제시되었고, 이를 동일 연령 마우스의 분자생물학적 검증을 통해서도 명확히 확인했습니다.
연구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현미경 앞에서의 관찰이 새로운 기전 규명으로 이어진 순간입니다. 뇌 절편의 공초점(Confocal) 이미징 분석을 하던 중, 특이하게도 시냅스 단백질이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형태와 유사하게 분포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현상을 바탕으로 공간전사체 데이터에서 미세아교세포 특이적 변화를 재분석해 달라고 요청했고, 그 결과 미세아교세포의 포식 작용(Phagocytosis)에 중요한 AXL 기전이 강하게 활성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습니다.
이후 이를 증명하기 위한 웻랩(Wet-lab) 검증에 돌입했습니다. 분자생물학적으로 미세아교세포에서 AXL 발현이 증가한 것을 확인한 데 이어, 기전을 보다 확실히 검증하기 위해 신경세포, 미세아교세포, 성상교세포가 함께 자라는 삼중 배양(Tri-coculture) 시스템을 새롭게 셋팅했습니다. 여기에 알파-시뉴클레인 PFF(Preformed Fibrils)를 처리하여 병리 환경을 유도한 뒤, AKT 억제제(inhibitor)를 투여하여 증가했던 포식 활성도가 다시 감소하는 현상까지 완벽하게 증명해 냈습니다.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석 결과에서 시작해 생물학적 검증을 거치고, 실험에서 얻은 힌트로 다시 새로운 분석과 결과를 도출해 내는 이 '끊임없는 순환'의 과정은 저에게 매우 특별했습니다. 데이터 과학과 전통적인 생물학적 검증이 만나 어떻게 하나의 견고한 결론으로 이어지는지를 직접 경험하며, 연구자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뇌연구원(KBRI)은 국내 독보적인 뇌 전문 연구기관으로, 뇌 연구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한곳에 모여 혁신적인 융합 연구에 도전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다양한 형질전환 마우스 모델 및 정밀 행동실험실은 물론이고, 고해상도 공초점 현미경, 이광자 현미경, 초고해상도 전자현미경, 동물용 9.4T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등 최첨단 이미징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에 더해 공간전사체 및 고해상도 공간전사체 장비와 대용량 메타데이터 분석을 위한 대규모 서버 시설까지, 뇌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지원하는 독보적인 인프라를 자랑합니다.
특히 제가 몸담고 있는 치매연구그룹 김도근 박사님 연구팀은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에 공간전사체와 공간단백체 같은 최신 공간 오믹스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병리적 기전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뇌혈관, 뇌혈관장벽(BBB),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 등 뇌 내 순환 시스템의 역할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감염 등 외부 환경적 요인이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연구하며 질환 극복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전까지, 저는 주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 마우스 모델의 행동학적 분석을 수행하고 뇌 조직이나 절편으로부터 단백질 및 유전자 발현을 검증하는 '전통적인 분자생물학 기반의 신경과학 연구'에 매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공간전사체'라는 혁신적인 기술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규모의 메타데이터를 마주하면서, 생명정보학(Bioinformatics) 분석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거대한 공간 오믹스 데이터에는 어떠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최첨단 대용량 데이터에 직접 접근하고 생물학적 의미를 규명해 내는 연구 기회를 얻게 된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낍니다. 무엇보다 신경과학자로서 축적해 온 '생물학적 통찰'과 데이터 과학이 요구하는 '바이오인포매틱스적 통찰'이 융합되었을 때 얼마나 강력한 시너지가 발휘되는지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가 전통적인 실험 기법에만 머물지 않고, 데이터와 생물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융합형 신경과학자'로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가장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공간전사체와 공간단백체, 그리고 이들의 해상도 증가 및 리드 길이(Read bp)의 확장 등 오믹스 기술의 발전 속도가 그야말로 눈부실 정도로 빠릅니다. 특히 세포의 위치 정보를 온전히 보존하면서 유전자와 단백질을 분석하는 기술의 등장은, 뇌 연구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세대(New generation)'가 열렸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우리가 다루는 정보량은 단순한 PC 수준을 넘어 대규모 서버급 인프라를 요구할 만큼 방대해졌습니다. 이 거대한 데이터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역량'과 '바이오인포매틱스 역량'의 융합이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과거에는 실험 중심의 영역(Wet-lab)과 데이터 분석 중심의 영역(Dry-lab) 사이에 명확한 경계가 존재했다면, 이제는 그 교집합의 중요성이 압도적으로 커졌습니다.
특히 최근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술적·정보적 한계로 나뉘어 있던 두 영역의 벽은 더욱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의 연구 생태계에서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후배님들께 꼭 당부드리고 싶은 점은, AI를 활용해 질문을 던지고 얻어낸 결과물을 '그대로 자신의 성과로 활용하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AI가 도출한 해답을 온전히 자신의 지식으로 녹여내고, 이를 발판 삼아 '더 깊고 날카로운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내며, 낯선 기술에 과감히 도전하는 태도야말로 AI 시대의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입니다. 인공지능의 도래로 표면적인 업무나 분석 과정은 훨씬 편해지겠지만, 역설적으로 대체 불가능한 '진짜 연구자'로 살아남고 스스로를 계발하는 데에는 과거보다 훨씬 더 치열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 또한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융합형 연구원으로 끊임없이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 모델 마우스의 뇌 절편에서 의미 있는 공간전사체 지도를 확보했지만, 생물학의 복잡성을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한계와 새로운 질문들이 남아있습니다. 향후에는 단일 세포 수준을 넘어 세포의 아형(subtype)까지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고해상도 공간전사체(HD Spatial Transcriptomics)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하여 연구의 해상도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특히 뇌의 노폐물 배출 경로인 글림파틱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의 진행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아직 온전히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메커니즘들을 공간 오믹스 관점에서 규명하는 융합 연구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쉼 없이 연구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덧 연수연구원(Post-doc) 생활도 6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현미경 앞에서의 치열한 생물학적 검증부터 방대한 데이터 분석과의 융합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단단하게 쌓아온 저만의 연구 경험과 철학을 이제는 더 많은 후학 연구자들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저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다음 스텝은 '교수 임용'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것입니다.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퇴행성 뇌질환 연구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게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적 역량과 생물학적 현상을 꿰뚫어 보는 본질적 역량을 모두 갖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여 우리나라 뇌과학 분야 발전에 깊게 기여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를 온전히 믿고 맡겨 주신 김도근 박사님께 가장 먼저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비록 제게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석 경험은 없었지만,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도전하여 프로젝트를 완수해내겠다는 저의 열정을 굳게 믿어주셨습니다. 그 굳건한 신뢰에 보답하고자 더욱 치열하게 노력했기에 이번 연구가 훌륭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공동 연구자로서 아낌없는 도움을 주시고 깊이 있는 디스커션을 나누어 주신 천무경 박사님과 정지수 선생님, 그리고 함께 연구를 진행하며 시너지를 내준 전민태 박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제게는 멀게만 느껴졌던 한빛사라는 영광스러운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너무나도 좋은 동료 연구자들과 스승님들이 계셨기에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학부생 시절 연구의 첫발을 내딛게 해주신 최인호 교수님, 백광현 교수님, 그리고 대학원생으로서 신경과학자의 길로 이끌어주신 김혜선 교수님, 서유헌 교수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학위 과정 내내 든든한 힘이 되어준 안상진 교수님, 양은정 박사님, 김현주 박사님, 최윤정 박사님, 그리고 수만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긴 연구 생활 동안 활력을 잃지 않고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예상규 교수님, 강병철 교수님과 샌유마로니에 동료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연수연구원 시절을 함께한 정윤하 박사님, 김동수 박사님, 황규빈 선생님, 그리고 지금 김도근 박사님 연구팀에서 매일 동고동락하며 힘이 되어주는 김규성 박사님, 손수현 선생님, 박인영 선생님, 김일우 선생님, 최진오 선생님, 김유정 선생님, 하소휘 선생님, 최수녕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핑계로 늘 연구소에서 긴 시간을 보냄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저를 이해해 주고 배려해 주는 사랑하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 시우, 딸 은우 그리고 가족들-아버지, 어머니, 동생,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더불어 학부 시절부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응원해 주는 오랜 친구 류정화 박사와 욱주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연구를 이어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으며, 더 훌륭한 성과로 다시 한번 한빛사에 오를 수 있도록 치열하게 정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등록일 2026.06.01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