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을지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대표적인 신경발달장애 중 하나로, 사회적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제한적·반복적 행동을 주요 특징으로 합니다. 최근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관심과 진단이 증가하면서 관련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병인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임상적으로 사용되는 약물 역시 과민성, 공격성, 불안 등 일부 동반 증상을 조절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자폐스펙트럼장애의 핵심 증상인 사회적 의사소통 결핍을 직접적으로 회복시키는 치료제는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따라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근본적인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기 위한 기초 연구의 중요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Neuregulin 1은 신경세포의 발달, neurite outgrowth, synapse formation, synaptic maturation 등 신경계 발달과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Neuregulin 1의 주요 수용체 중 하나인 ErbB4는 신경 회로 형성, 시냅스 기능, 그리고 흥분성/억제성 신호 균형 조절과도 관련되어 있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병태생리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 동물모델에서 Neuregulin 1–ErbB4 signaling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하고, Neuregulin 1을 투여했을 때 행동학적∙분자적 변화가 회복되는지를 분석하였습니다.
그 결과, Neuregulin 1 투여가 자폐스펙트럼장애 동물모델에서 사회적 의사소통 결핍을 포함한 주요 행동 이상을 개선하고, ErbB4 하위 신호전달 및 시냅스 관련 변화의 회복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Neuregulin 1이 synaptic plasticity와 신경 회로 기능을 조절함으로써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주요 증상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말 그대로 ‘스펙트럼’의 특성을 가진 질환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같은 모체에서 태어난 동물모델이라 하더라도 개체마다 행동 패턴과 표현형의 정도가 다양하게 나타났고,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실험적으로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행동실험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단일 행동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여러 행동 지표를 함께 비교하여 phenotype을 해석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분자실험에서도 충분한 개체 수를 확보하여 행동 변화와 분자적 변화 사이의 연결성을 보다 신중하게 확인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아직 연구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이번 연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민과 재해석이 필요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할 때마다 데이터를 다시 들여다보고, 실험 조건과 해석 방향을 점검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연구자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하나의 결과를 얻는 것뿐만 아니라, 그 결과가 가지는 의미와 한계를 깊이 있게 고민하는 과정 역시 연구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및 신경과학교실에서 우란숙 교수님의 지도하에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자폐스펙트럼장애와 ADHD를 포함한 발달장애을 비롯하여, 우울증과 같은 신경정신질환 및 알츠하이머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을 다양한 세포 및 동물모델을 기반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방향은 질환과 관련 행동 phenotype을 분석하고, 이러한 행동 변화가 뇌 내 분자∙세포적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규명하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사회성, 반복행동, 불안, 우울, 충동성, 주의력 결핍, 인지능력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행동실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각 질환 모델에서 나타나는 행동 이상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포 수준에서의 기전 연구를 위해 다양한 cell line을 활용한 in vitro 실험과 primary cell culture를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특정 분자 또는 약물 처리가 신경세포 및 교세포의 변화를 확인하고 있으며, 동물 실험과 세포실험을 병행함으로써, 질환의 병태생리와 치료 후보 물질의 작용 기전을 보다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회로 수준(circuit-level)의 병태생리 기전 규명에도 연구 범위를 확장하여, 특정 뇌 영역 및 신경회로의 기능 변화가 행동 이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fiber photometry 기반의 실시간 neural activity 분석과 바이러스 기반 신경회로 조절 기법을 활용하여 사회성 행동, 인지 기능 및 충동성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회로의 기능을 규명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분자·세포·회로 수준을 통합한 다층적 접근을 통해 신경정신질환의 병인 기전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저희 연구실은 신경정신질환 모델 연구를 기반으로, 저산소성 허혈(hypoxic-ischemic injury) 및 방사선(radiation) 유발 뇌 손상 모델 등 다양한 뇌 질환 모델을 활용한 연구도 수행해 왔습니다. 구축된 행동·분자·세포·회로 수준의 분석 플랫폼을 적용하여 기초 연구 결과를 임상적 응용으로 연결할 수 있는 근거 자료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실험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기보다, 실험 결과가 잘 나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느끼는 연구의 즐거움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구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하며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혼자였다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부분을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발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얻는 영감과 새로운 관점이 연구를 이어가는 데 큰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연구는 혼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러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점점 더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학원에서 연구하며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확인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예상과 다른 결과나 반복되는 실패를 마주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처음으로 돌아가 실험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제가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차분히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확신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제가 얻은 결과가 정말 타당한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많은 시행착오와 좌절을 겪었지만, 반복되는 실패 끝에 작은 실마리를 발견하고 결과를 얻었을 때의 기쁨이 다시 연구를 이어갈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후배 연구자분들도 실패를 너무 두려워하기보다, 그 과정 속에서 배우고 성장해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결국 더 단단한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를 통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병인 기전과 관련될 수 있는 하나의 분자적 신호 전달의 변화를 확인하고, 그 기능적 의미를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더 밝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아직 명확한 원인과 병태생리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질환이기 때문에, 앞으로 관련 뇌 영역과 신호전달 경로를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 조절함으로써 질환의 기전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자 합니다. 또한, 자폐스펙트럼장애뿐만 아니라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병리적 기전을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박사과정과 이후의 연구 과경험을 통해, 연구의 방향성을 잃지 않고 스스로의 결과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경정신질환의 병태생리를 이해하고 치료 가능성을 확장하는데 기여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하나의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선 연구 전반에 걸쳐 아낌없이 지도해주신 우란숙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교수님께서 시간을 아끼지 않고 지도해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함이 많은 저를 믿고 이끌어 주시며, 좋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연구실에서 긴 시간 함께 고민해 주시고, 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많은 조언과 도움을 주신 김한별 박사님과 임효민 후배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하며 귀중한 도움을 주신 최유리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언제나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늘 응원해 준 현지, 그리고 곁에서 힘이 되어 준 소중한 친구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늘 스스로의 연구를 점검하며,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연구자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등록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