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KAIST, 현 Yale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생존에 중요한 영양소가 부족해졌을 때, 장과 뇌는 이를 어떻게 감지하고 행동 변화를 유도할까?"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영양소를 섭취해야 하며,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과 같은 주요 영양소는 각각 고유한 생리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들 영양소는 단순히 열량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생체 구성과 항상성 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종마다 요구되는 비율은 다르지만, 동일 종 내에서는 비교적 엄격하게 조절됩니다. 특히 단백질은 체중의 약 16~2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영양소로, 물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필수아미노산(essential amino acid, EAA)과 불필수아미노산(nonessential amino acid, NEAA)으로 분류되는데, 특히 EAA는 체내 합성이 불가능해 반드시 식이를 통해 섭취해야 합니다. 흥미롭게도 동물은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단백질 혹은 EAA가 풍부한 먹이를 선호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핍을 어떻게 감지하고, 그 정보가 어떻게 섭식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는 오랫동안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장 상피세포가 EAA 결핍에 반응하여 CNMamide (CNMa)라는 펩타이드를 분비한다는 사실을 밝혔지만1 , 이 신호가 어떤 신경 회로를 통해 EAA 특이적 섭식 행동을 유도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에 CNMa 수용체(CNMaR)에 주목해, 어떤 신경세포들이 이 신호를 해석하고 EAA 선택적 섭식을 유도하는지 규명하고자 했습니다.
초파리를 이용한 비편향적 스크리닝 결과, 뇌의 타원체(ellipsoid body, EB)에 위치한 R3m 신경세포가 단백질 결핍 시 활성화되며 EAA 섭취를 유도하는 핵심 세포임을 확인했습니다. EB R3m 신경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EAA에 대한 선택적 섭취가 증가했고, 반대로 억제하면 단백질 결핍 상태에서도 이러한 선호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부 장신경세포(enteric neuron)에도 CNMaR 발현이 확인되었으며, 이 신경세포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을 통해 단백질 결핍 신호를 뇌로 빠르게 전달하여 초기 EAA 섭식 행동을 유도했습니다. 동시에 이 신경세포는 다시 CNMa를 분비하는 장세포를 자극하여 CNMa 생성 자체를 촉진하는 양성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며 신호를 증폭시켰습니다. 이후 헤모림프(hemolymph) 내 CNMa가 호르몬 경로를 통해 동일한 뇌 회로를 재자극함으로써 행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메커니즘도 확인했습니다. 더 나아가 CNMa 신호는 당 섭취를 유도하는 diuretic hormone 44 (DH44) 신경세포를 억제하여, 탄수화물보다 단백질을 선택하도록 섭식 행동을 재조정했습니다.
이러한 EAA 선택적 식욕은 포유류인 생쥐에서도 관찰되었으며, 기존에 알려진 단백질 결핍 신호인 FGF21 경로와는 독립적으로 작동했습니다. 이는 해당 메커니즘이 종을 넘어 보존된 영양 감지 및 섭식 조절 시스템일 가능성을 시사하며, 기존의 FGF21 중심 경로와는 독립적인 새로운 축을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연구 과정은 예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CNMaR 발현 뉴런을 비편향적으로 선별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장신경과 뇌 회로 간 연결은 선행 연구가 거의 없어 신호가 실제로 검출될지조차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출발해야 했습니다. 특히 빠르고 미세한 신호를 안정적으로 기록하고, 재현성 있는 섭식 행동 실험 조건을 확립하는 데에는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가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과 뇌가 서로 다른 시간 스케일의 신호-빠른 신경 경로와 느린 호르몬 경로-를 통합하여 영양 결핍에 정밀하게 대응한다는 새로운 원리를 제시하고 이를 기능적으로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전체 섭취량 증가가 아니라 특정 영양소를 선택적으로 섭취하고 다른 영양소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재조정하는 섭식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향후 포유류 시스템에서 이 회로의 보존성과 기능을 확장해 나간다면, 영양 불균형 및 대사 질환 이해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림 1. 필수아미노산(EAA) 식욕 모델 그림 (Kim and Lee et al., Science 2026)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수행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Neural Interoception', 즉 몸 내부 상태를 감지하고 이를 뇌로 전달하는 신경 메커니즘을 연구하며, 장-뇌 축, 대사 항상성, 내부 감각 신호를 매개하는 신경회로를 정밀하게 규명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http://suhlab-neuralinteroception.com). 현재 서성배 교수님은 광주과학기술원(GIST)으로 자리를 옮겨 IBS(기초과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체-뇌 생리학 연구단을 이끌고 계십니다. 연구실은 KAIST 시절부터 깊이 있는 토론과 자율적인 연구 분위기가 특징이었고, 이러한 환경은 제 연구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장-뇌 축이라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를 선도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확장해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KAIST에서의 시간은 연구 외적으로도 의미가 컸습니다. 생명과학과뿐 아니라 의과학대학원, 바이오및뇌과학과, 뇌인지과학과 등 다양한 전공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인근 IBS 연구단과의 교류도 활발해 여러 관점에서 토론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연구가 막힐 때마다 주변 교수님들, 박사님들, 동료 연구자들과 자유롭게 논의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점이 특히 큰 장점이었습니다. 또한 동기들과 선후배 간의 유대가 끈끈해, 서로의 실험을 돕고 고민을 나누며 함께 성장한 시간이 지금도 큰 힘이 됩니다. 졸업 이후에도 많은 동료들이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고 있어, 연구적인 논의뿐 아니라 일상적인 부분까지 서로 의지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계 역시 KAIST에서 형성된 연구 문화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비교적 잘 알려진 오감이 아니라, '장에서 느끼는 감각'이라는 개념이 새롭고 흥미로워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 후반에는 GLP-1 관련 약물들이 큰 주목을 받으면서, 식욕 조절 연구가 기초과학을 넘어 실제 임상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첫 일저자 논문이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2022년 캐나다에서 열린 Keystone 학회에서 공식적인 구두 발표를 한 이후에도,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원고를 셀 수 없이 수정하고 추가 실험을 반복하는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과정을 버티며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연구는 결코 혼자서 완성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깊이 체감했습니다. 실험과 분석, 토론은 물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로테이션 학생, 인턴, 후배들을 지도하며,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경험 역시 논문 출판과는 또 다른 의미의 보람으로 다가왔습니다.
저에게 연구는 개인의 성취라기보다, 함께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동료들과 협력하며 저만의 연구 방향을 발전시켜, 의미 있는 질문을 꾸준히 탐구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식욕 조절을 위해 뇌를 직접 조작하는 방식은 침습적이고 한계가 있는 반면, 장-뇌 축을 통한 조절은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최근 빠르게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신경 경로를 통한 장-뇌 소통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매우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이 분야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실감했던 순간 중 하나가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CSHL) 심포지엄이었습니다. 학계에서 주목받는 주제를 선별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CSHL에서 2년 전 처음으로 body-brain axis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렸고, 이후 정기적으로 이어질 만큼 빠르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올해 5월에 다시 참석하면서 영양소 감지뿐 아니라 암, 면역, 대사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뇌 축이 핵심 연구 주제로 자리잡고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질문이 많고 여러 학문이 만나는 분야인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자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제가 박사과정 동안 연구한 '음식'은 필요한 영양소이면서 동시에 외부 물질이기도 합니다. 최근 음식으로 유발되는 알레르기, 특히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와 같은 반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이 이러한 외부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고 조절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영양소 감지뿐 아니라 장 면역 반응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고, 현재는 염증, 알레르기 면역 연구가 활발한 예일대학교 Ruslan Medzhitov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면역학은 저에게 새로운 분야이지만, 그만큼 배우는 과정 자체가 큰 동기이자 즐거움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장-뇌-면역이 만나는 지점에서 핵심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 분야에 새로운 개념적 틀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박사 과정 동안 scientific taste를 일깨워주시고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도록 이끌어주신 서성배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과학에 대한 열정을 가까이에서 보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힘든 순간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지지해주시고 언제든 깊이 있는 토론을 함께해주신 김보람 박사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 미팅마다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주신 이원재 교수님, 과학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아낌없는 조언을 주신 오양균 교수님, 그리고 새로운 발견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신 모든 공동저자 및 Suh Lab 멤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연구 과정에서 리뷰어처럼 날카로운 질문을 하고 늘 배울 점을 주었던 SPINe, Neureka 멤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지면상 모든 분들의 이름을 다 적지는 못했지만, 연구 여정 곳곳에서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도, 늘 변함없이 응원해 준 거제와 광주의 가족들, 그리고 조상혁 박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힘이 되어 주시고, 저보다 저를 더 믿어 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연구자로서 첫걸음을 내딛었다고 느낍니다. 앞으로도 호기심과 겸손함을 잃지 않고, 의미 있는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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