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물은 손상되었을 때 새로운 기관과 개체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는 뛰어난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물과 달리, 식물은 이미 분화된 체세포로부터 다시 미분화된 캘러스(callus)라는 조직을 형성할 수 있으며, 캘러스는 뿌리나 줄기, 나아가 완전한 개체로 다시 재생될 수 있는 '전분화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식물의 재생 능력을 이용해 조직에서 새로운 개체를 얻거나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이 조직배양입니다. 조직배양은 식물 형질전환, 유전자 편집, 신품종 개발의 핵심 기반이기 때문에 기초생물학뿐만 아니라 생명공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분야입니다.
최근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공간적 유전자 발현 분석, 형광 리포터 기반 이미징과 같은 기술을 활용해 조직을 하나의 평균값으로 보지 않고, 개별 세포 수준에서 발달 과정을 해석하려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식물 캘러스 역시 오랫동안 단순한 미분화 세포 덩어리로 이해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세포 유형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간에 따라 내부 상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조직이라는 점이 점차 드러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캘러스의 전분화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거나 증진시키는 방법을 찾고, 조직배양이 어려운 작물에서도 재생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연구가 발전할 것을 기대합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캘러스가 전분화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줄기세포 활성을 획득한 뒤 장기 배양 과정에서 점차 분화 상태로 전환된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이 과정에는 활성산소 축적, 저산소 반응, 살리실산 생합성 증가, 긴사슬 지방산 고갈과 같은 대사 및 스트레스 반응 변화가 함께 나타났습니다. 즉, 캘러스의 재생 능력 저하를 단순한 배양 실패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 있는 조직이 시간에 따라 발달하며 세포 운명 전환과 대사·스트레스 반응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캘러스의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얻고 해석하던 시기입니다. 식물 세포는 단단한 세포벽을 가지고 있어 단일 세포로 쉽게 분리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세포핵을 추출하는 방법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고, 원형질체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살아 있는 세포를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얻은 뒤에도, 기존에 정의된 캘러스 세포 유형 정보가 거의 없어 각 세포군이 어떤 상태와 기능을 가지는지 하나씩 추론해야 했습니다. 이후 형광 리포터 식물을 제작해 실제 캘러스 안에서 세포들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까지 필요했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과정을 통해 캘러스가 하나의 균일한 덩어리가 아니라 연속적인 발달 흐름을 가진 조직이라는 점을 직접 확인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림 1. 캘러스 전분화능 소실 과정 모식도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 화학부 서필준 교수님 연구실에서 수행되었습니다 (https://seolab.creatorlink.net/). 저희 연구실은 식물이 환경 변화에 반응하고 발달 과정을 조절하는 분자적 원리를 이해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으며, 특히 유전자 발현 조절, 호르몬 신호, 세포 운명 전환, 재생 능력과 같은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단일세포 유전체학, 바이오이미징, 단백체 분석, 유전체 편집, 식물 세포 및 조직배양 기술 등 다양한 분자생물학적·유전학적 접근법을 결합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재생이 어려운 작물의 조직배양 효율을 높이고, 작물 개량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농업 기술 개발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자주 느끼는 것은 식물이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자신의 발달 과정을 조절하기 위해 매우 정교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식물의 재생 능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하나의 체세포가 원래의 정체성을 잃고 캘러스를 형성한 뒤, 다시 새로운 조직과 기관, 나아가 하나의 개체로 재생되는 과정은 볼 때마다 신비롭고 놀라웠습니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어떤 세포들이 어떤 순서로 변화하며 재생 능력을 얻고 잃어가는지를 조금씩 밝혀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식물이 가진 잠재력을 세포와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는 일이 앞으로 농업과 생명공학 기술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연구를 계속해 나가는 중요한 동기이자 자부심이 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식물과학이나 생명과학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에게 가장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처음부터 너무 좁은 기술이나 주제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입니다. 좋은 연구 질문을 세우기 위해서는 분자생물학, 유전학, 생리학, 생물정보학 등 여러 분야의 언어를 조금씩 이해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하나는 실험이 예상대로 되지 않는 시간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연구에서는 실패한 실험이 훨씬 많고, 조건을 조금씩 바꾸며 반복하는 시간이 길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왜 실패했는지 기록하고, 작은 차이를 관찰하고, 다음 실험을 더 정교하게 설계하는 능력이 쌓입니다. 저 역시 캘러스에서 단일세포 데이터를 얻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데이터를 해석하는 시야를 조금씩 넓히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완벽한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예상과 다른 결과 앞에서도 질문을 잃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식물 조직배양과 재생 능력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아직도 조직배양이 어렵거나 재생 효율이 낮은 작물과 품종들이 많기 때문에, 캘러스의 전분화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조건과 조절 인자를 더 깊이 탐구하고자 합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활성산소가 캘러스의 전분화능 소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한 만큼, 활성산소가 어떤 세포 유형에서 어떤 방식으로 재생 능력을 조절하는지 더 정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조직배양 효율 향상에 응용해 보고 싶습니다.
또한 식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세포들이 자연 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각기 다르게 반응하는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분자유전학 및 발달생물학적 접근과 결합하면, 기존의 조직 단위 분석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세포 유형별 반응과 조절 과정을 더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식물이 변화하는 환경으로부터 오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각 세포 유형이 어떤 고유한 역할을 수행하는지 밝히고, 이를 통해 식물의 발달 가소성과 환경 적응 능력을 이해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박사과정 동안 연구는 결코 개인의 능력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을 깊이 느꼈습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고 방향을 잡아 주시는 지도교수님,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실험을 이어가는 동료들, 그리고 곁에서 지지해 주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긴 연구 과정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연구를 지도해 주신 서필준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이번 논문에 저자로 함께 참여하며 연구의 여러 중요한 과정에 큰 도움을 주신 이홍길 박사님, 이경희 박사님, 옥선 누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바쁜 와중에도 늘 토론과 브레인스토밍에 시간을 아끼지 않고 함께해 준 연구실 랩 멤버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혼자서는 해결하기 어려웠던 순간마다 여러 사람의 관점과 조언이 더해졌고, 그 과정이 있었기에 이번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묵묵히 믿어 주고 응원해 준 아내와 가족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등록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