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성균관대학교, 현 Princeton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뇌는 수많은 뉴런이 서로 수많은 시냅스를 통해 연결된 거대한 네트워크입니다. 저는 이 연결 구조를 시냅스 단위에서 정밀하게 재건하고 해석하는 전자현미경 커넥토믹스 (EM connectomics)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회로 매핑 방법은 뇌의 일부 뉴런을 샘플링해 연결 유무를 판별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경우 중요하지만 드문 연결을 놓칠 가능성이 존재했습니다. 전자현미경 커넥토믹스는 주어진 뇌 영역 안의 모든 뉴런과 모든 시냅스를 빠짐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법들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 분야는 작년에 Nature Methods가 선정하는 올해의 방법 (Method of the Year)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초파리 뇌 커넥텀이 완성되었고, 앞으로 이 분야는 쥐 뇌 수준으로 확장되어 갈 것입니다. 기존의 뇌 회로 모델을 검증하고 보완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지 획득과 분석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 앞으로는 질환 모델과 정상 회로 구조를 비교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저희는 소뇌 운동 학습의 핵심 회로를 커넥토믹스로 재건하고 분석했습니다. 운동 오류 신호를 전달한다고 알려진 등반 섬유 (climbing fiber)가 특정한 억제성 신경세포 (MLI)에도 시냅스를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 연결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져 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인공지능이 잘못 검출한 시냅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검토를 하면 할 수록 진짜 연결로 보였고, 결국 전기생리 실험으로 기능적으로도 확인이 된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뇌연구원-DGIST 학연협동과정을 통해 대구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뇌연구원 (KBRI)에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김진섭 박사님(현 성균관대학교 교수님)이 이끄시는 계산신경과학연구실 (http://brainmap.or.kr)이었습니다. 커넥토믹스 방법론으로 연구하는 트랜디한 연구실입니다. 연구 중반에 연구실이 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과로 이전하면서 그곳에서 연구를 마무리했습니다. 연구실에서 하는 일을 간단히 말하자면,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에서 뉴런의 3차원 구조와 시냅스 연결을 딥러닝 기반으로 재건하는 것이 첫번째 주된 작업입니다. 그 다음은 재건된 데이터를 계산적으로 분석하여 뇌 회로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전자현미경 분석에만 국한되지 않고 광학현미경 이미지, 칼슘 이미지 그리고 전기생리 신경 활동 데이터를 분석하기도 합니다. 신경과학, 프로그래밍, 인공지능, 빅데이터, 네트워크과학, 수리모델링 등을 한 곳에서 같이 경험해볼 수 있어서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느낌이 듭니다. "내가 세상에서 처음으로 이걸 보고 있겠구나". 커넥토믹스 연구활동을 하면 실제 뉴런의 생김새와 시냅스 하나하나를 눈으로 직접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뇌 회로는 이렇게 생겼을 것이다"가 아니라 "뇌 회로는 이렇게 생겼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리에 내가 있다는 것에 보람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진짜 뇌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볼 때면 경이로움 같은게 느껴지는데, 힘들 때도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전자현미경, 딥러닝, 신경과학, 수리모델링 등이 한번에 나오는 분야라 진입장벽이 높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걸 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커넥토믹스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팀으로 하는 연구라서 내가 잘하는 한두 가지만 있어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분야는 데이터 하나를 만드는 데 수년이 걸리기도 하는 만큼,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므로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관심이 있다면, 커넥톰 분석을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초파리 뇌 커넥텀을 포함해 여러 데이터가 공개되어 있어서 누구나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어떤 회로가 궁금한지, 어떤 좋은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쥐 해마CA3 영역의 커넥토믹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억과 공간 탐색의 기반이 되는 연결 구조를 시냅스 수준에서 이해하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해마(hippocampus)와 내후각피질(medial entorhinal cortex)의 커넥톰을 이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만 전자현미경 커넥토믹스는 분석할 수 있는 뇌 영역의 부피가 아직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는 광학현미경 데이터도 사용하여 스케일 문제를 극복하는 일도 진행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논문은 많은 분들의 기여로 완성되었습니다. 먼저 미숙한 저를 채워주시고 끝까지 잘 이끌어주신 김진섭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전자현미경 이미지를 촬영해주신 이계주 박사님, 김규현 선생님, 이상훈 박사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관리해주신 김자원 선생님, 반상규 선생님, 임윤석 박사님, 이기석 박사님, 수만개의 뉴런 구조를 교정해주신 tracer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시뮬레이션을 맡아주신 IBS 홍성호 연구위원님, 전기생리 및 행동 실험을 진행해주신 Jason M. Christie 연구팀께도 감사드립니다. 한국뇌연구원에서 서로 의지했던 학생연구원 친구들, 그리고 성균관대 연구실 동료와 함께했기에 외롭지 않았습니다. 이 분야를 소개해준 학부 시절 룸메이트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끝으로 언제나 응원해주는 가족에게 감사합니다.
등록일 202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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