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중앙대학교병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염증성 장질환(IBD) 치료에서 항-TNF 제제와 아자티오프린 같은 티오퓨린(Thiopurine)계 면역조절제의 병용요법은 치료 효과를 높이고 항약물 항체 형성을 줄이는 표준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물 장기 사용에 따른 감염 및 악성 종양 발생 위험으로 인해, 언제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할 것인가(De-escalation)는 최근 전 세계 IBD 임상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입니다.
최근 유럽의 SPARE 임상시험 등에서 크론병 환자의 경우 면역조절제를 중단해도 재발률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약물 중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기존의 제한된 무작위 배정 연구나 서양인 중심의 데이터를 한국의 실제 임상 현장에 무비판적으로 수용해도 될까?'라는 비판적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빅데이터를 이용해 6,235명의 국내 IBD 환자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크론병 환자에서는 티오퓨린 중단이 임상적 악화와 유의한 연관이 없었으나,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서는 중단 시 스테로이드 사용 및 입원, 수술 등의 복합 위험도(aHR 1.20)가 유의하게 증가함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질환의 아형(Subtype)에 따라 치료 축소 전략을 세밀하게 개별화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에피소드라면, 빅데이터 연구 특성상 환자의 처방 기록이라는 '숫자' 이면에 숨겨진 임상적 맥락을 파악하는 과정이 가장 고되었습니다. 단순히 약을 끊은 것인지, 부작용으로 못 먹게 된 것인지, 처방일수의 공백을 어떻게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로 설정할 것인지를 두고 김예지 교수님, 김선옥 선생님, 그리고 여러 임상 전문가분들과 끊임없이 난상토론을 벌였던 기억이 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조교수로 재직하며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제가 전문의로서 학문적 기반을 다지고 깊은 영감을 받았던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의학통계학과와의 긴밀한 협력하에 진행되었습니다. 아산병원 IBD 센터는 압도적인 임상 코호트와 분석 역량을 갖춘 곳으로, 임상적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발굴하고 이를 실제 역학 데이터로 증명해 내는 훌륭한 연구 인프라를 자랑합니다. 제가 현재 소속해 있는 중앙대학교병원 역시 최신 진단 기법과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환자 중심의 진료와 연구를 수행하기에 최적화된 훌륭한 기관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임상 의사로서 진료실에서 마주하는 환자들의 불안—"이 독한 약을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요?"—에 대해,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대답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맥락과 돌봄의 윤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배웁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R이나 SAS 프로그래밍 화면 앞에서도, 결국 이 숫자 하나하나가 환자분들의 고된 투병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늘 되새기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가이드라인이나 기존의 학설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지 말고, 늘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들이시길 권합니다. 임상 현장의 작은 직관을 검증하기 위해 통계 프로그래밍이나 생성형 AI 같은 도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큰 무기가 됩니다.
또한, 기회가 된다면 적극적으로 해외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시야를 넓히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최근 캘거리 대학교에서 단기 연수를 하며 세계적인 석학들과 임상 지견을 나누고 장초음파 트레이닝을 받은 것이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낯선 환경에 부딪혀보는 경험은 연구자로서의 철학을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첫째로, 행정 청구 데이터(Claims data)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장초음파 같은 최신 영상 기법과 임상 데이터를 결합하여 장관의 치유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환자 개인을 넘어 '가족 단위'의 미시적인 돌봄 동학(Dynamics)이 임상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의료인문학적 관점을 융합하여, 가족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중재 플랫폼을 개발하고 무작위 대조군 연구(RCT)를 통해 그 효용을 입증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가 결실을 맺기까지 든든한 학문적 길잡이가 되어주신 서울아산병원의 예병덕 교수님과 김예지 교수님, 그리고 언제나 날카로운 조언과 영감을 나누어 주는 훌륭한 파트너 손민국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끝없는 연구와 진료, 해외 학회 일정 속에서도 언제나 저를 지지해 주고 이해해 주는 동반자인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제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인 딸 하루에게 이 지면을 빌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마움과 사랑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6.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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