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서울시립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Hippo 신호전달경로(Hippo signaling pathway)는 organ의 크기를 결정하는 주요 기전으로, 주로 영양 결핍이나 높은 세포 밀도와 같이 성장에 불리한 환경에서 활성화되어 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분자 기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경로는 MST1/2, LATS1/2, Merlin(NF2) 등과 같은 종양 억제 단백질(Tumor suppressor)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Hippo 신호가 활성화되면 MST1/2의 인산화 및 활성화를 시작으로 LATS1/2의 인산화 및 활성화가 유도되며, 최종적으로 LATS1/2 활성화에 의해 발암 인자(Oncogenic factor)인 YAP/TAZ의 인산화를 이끌어냅니다. 이러한 일련의 Kinase cascade 작용은 YAP/TAZ의 인산화 및 비활성화 시킴으로써 세포 증식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대부분의 암에서는 Hippo 신호전달경로의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억제되거나 YAP의 과도한 활성화가 빈번하게 관찰되는데요. YAP의 활성화는 암의 비정상적인 증식, 전반적인 전이단계의 촉진, Cancer stemness의 증가, Drug resistance 유발 등 암 예후를 다양한 단계에서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암종에서 Hippo 신호전달경로 관련 조절 단백질의 유전자 돌연변이는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이는 암 조직 내 Hippo 신호전달의 기능이 유전적 결함보다는 독특한 암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에 의해 억제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데요. 이에 많은 연구자들이 암 미세환경 내에서 비정상적인 Hippo 신호전달경로의 억제기전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Hippo 신호전달 재활성화로 암 증식 및 전이 억제를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의 흐름을 설명드리기 위해서는 2020년 EMBO Reports에 발표했던 연구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Wnt 신호전달의 수용체인 LRP6가 O-GlcNAcylation이라는 당수식화 과정을 거치며, 이것이 LRP6 와 Merlin의 상호작용을 통해 Hippo 신호전달을 억제한다는 기전을 확인해 제2저자로 보고했습니다 (Jeong W et al., EMBO Rep., 2020). 하지만 당시에는 '무엇이 이 과정을 촉발하는가' 에 대한 근본적인 리간드(Ligand)를 찾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연구를 통해 LRP6의 리간드인 DKK1이 단순한 길항제가 아니라, 세포막의 PIP3 형성을 유도를 통해 OGT를 세포막으로 끌어당기는 트리거로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이 LRP6의 O-GlcNAcylation을 촉진해 Hippo 신호를 비활성화 시키는 전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규명해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과정에서 큰 학술적 도전이 있었습니다. DKK1은 전통적으로 Wnt 신호를 억제해 '암 증식을 막는 인자'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데이터가 'DKK1에 의한 증식 촉진'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리킬 때, 초기에는 기존 학설과 충돌하는 지점에서 고민이 깊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실험의 재현성을 믿고 파고들었고, 최근 간암과 폐암 등 특정 암종에서 DKK1이 오히려 과발현되어 암을 악화시킨다는 최신 보고들을 찾아내며 제 가설에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간암 모델에서 'DKK1-LRP6-Hippo axis'을 통한 암 증식 및 전이 촉진 기전을 정밀하게 규명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가 이번 연구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세포신호 전환(Signaling switching)'이라는 개념입니다. 암세포가 증식하며 세포 밀집도가 높아지고 영양 결핍이라는 가혹한 환경에 처했을 때, 정상 세포는 사멸하거나 성장을 멈추게 됩니다. 하지만 간암 세포는 DKK1이라는 분비단백질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Hippo 신호전달경로를 차단하고 YAP을 활성화하며 생존을 이어갑니다. 암세포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어떻게 더 악성으로 변해가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증명해낸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저는 'DKK1-LRP6-Hippo axis' 기전을 바탕으로 OGT의 막 이동을 선택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암세포에서 Hippo 신호전달경로를 재활성화 시키는 새로운 항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 전략의 가장 큰 매력은 '암 특이적 반응성'입니다. 기존의 OGT 억제제들이 세포 전체의 단백질 O-GlcNAcylation 변형을 막아 부작용 우려가 컸다면, 제가 제안한 방식은 DKK1이 높거나 PIP3 신호가 활발한 암 조직의 '세포막 근처'라는 특정 국소 환경만을 타겟팅합니다. 실제로 정상 세포에서는 반응성이 낮고 암세포에서만 탁월한 억제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결국 이 연구성과는 익숙한 이론에 안주하지 않고, 상충하는 데이터 속에서도 끝까지 실체를 추적해 얻어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분자기전의 정밀한 규명부터 부작용을 낮춘 치료 전략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연구자로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희 실험실은 모든 학생이 개별 프로젝트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험실의 긴 역사 속에는 수많은 연구 재료와 선배님들의 노하우가 곳곳에 '보물'처럼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번 Hippo 신호전달과 Wnt 신호전달 사이의 복잡한 Crosstalk을 평가 및 DKK1에 조절기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저는 수많은 가설을 검증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연구가 막힐 때마다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외부에서 답을 찾기 전, 우리 실험실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졸업하신 선배님들의 Plasmid stock이나 논문을 샅샅이 뒤져보며 당시의 선배님들의 실험과정을 꼼꼼히 파악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단순히 필요한 재료를 얻는 수준을 넘어,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Plasmid나 Inhibitor 시약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제가 구상하던 가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처럼, 가장 혁신적인 해결책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실험실 내부에 축적된 데이터와 자원 속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연구의 한계에 부딪혔을 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가까이 있는 교수님과 동료들이었습니다. 제 연구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동료들과의 격의 없는 토론은 그 어떤 논문보다도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결국 이번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저 개인의 역량만이 아니라, 실험실이 오랜 시간 쌓아온 유산과 동료들의 지지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시립대학교 생명과학과 세포신호전달 실험실에서 조익훈 교수님의 지도하에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Wnt 신호전달, Hippo 신호전달, 그리고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이라는 세 가지 큰 축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특정 신호전달경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생체 환경 내에서 일어나는 Signaling Crosstalk이나 새로운 조절 기전을 밝히는 유연하고 확장적인 연구를 지향한다는 점이 저희 실험실의 특징입니다.
현재 8명의 박사과정생, 2명의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석사과정생, 총 10명 동료와 함께 연구하고 있으며, 모든 학생이 스스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끌어가는 자기 주도적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연구를 진행하기보다 스스로 고민하고 동료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최적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각자의 연구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한, 조익훈 교수님께서는 권위적인 지도 보다는 최고의 Advisor로서 활발한 연구 디스커션을 주도하시고, 공동연구의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 주십니다. 이러한 교수님의 노력 덕분에 합리적이고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면 언제든지 도전해보고 연구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갖춰져 있는데요. 이러한 연구환경 덕분에 저는 새로운 가설을 설정하고 데이터를 검증하는 과정을 즐기며, 능동적인 연구자로서의 역량을 탄탄히 쌓아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제 자신의 성장을 스스로 증명해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첫 연구를 시작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저는 세계적인 대가들의 논문을 정독하며 지식을 쌓는 데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실험실 내 저널 미팅에서는 교수님과 선배님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들으며, 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논문을 공부하고 들어간 미팅이었기에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지도교수님이신 조익훈 교수님께서 '생명과학 연구는 선형적이 아닌 계단식으로 성장하니까 지금처럼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는 조언을 해주셨고, 이를 이정표 삼아 저만의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공부해 왔었습니다. 바로 '저널 미팅이나 실험실 내 디스커션에서 나온 모든 질문을 기록하고, 스스로 질문의 논리나 답을 찾을 때까지 고민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이 '연구를 공부 하던 시기' 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연구'로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점차 세계적인 대가들의 연구 결과에서도 의구심을 찾아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제 질문이 연구실 내 활발한 디스커션으로 이어질 때 연구의 자신감과 성취감을 함께 느꼈습니다. 실제로 해외 학회에 나가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대화를 해보며, 제가 가졌던 궁금증이 그들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날카로운 질문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제 연구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인정받으며 연구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얻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의 길에 들어선 많은 대학원생들이 예상치 못한 난관 앞에서 연구의 흥미를 잃곤 합니다. 저 역시 수많은 벽에 부딪히며 좌절했던 기억이 있기에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도 연구를 향한 호기심과 끈기만은 놓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의 지도교수이신 조익훈님께서 말씀하셨듯, 연구 성과는 투입한 노력에 비례해 선형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조바심을 내기보다 꾸준히 논문을 읽고 가설을 하나씩 검증하다 보면, 어느덧 가시적인 성과에 닿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큰 아이디어를 내고 해결하려 애쓰기보다, 작지만 명확하고 흥미로운 질문들을 던져보세요. 그 질문들이 모여 하나의 큰 흐름이 되고, 동료의 사소한 조언이나 답변이 뜻밖의 큰 발견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학위 과정을 통해 얻은 연구 결실을 바탕으로, 이제는 실제 환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싶습니다. 최근 항암제 시장의 패러다임은 전통적인 단일 타겟 전략에서 차세대 플랫폼 기반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플랫폼의 진정한 차별성과 경쟁력은 결국 '혁신적인 타겟 발굴'에서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암세포의 이질성과 미세환경 내의 복잡한 신호전달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기존에 없던 새로운 항암 전략을 수립하고 싶습니다. 학위 과정 동안 갈고닦은 기전 분석 역량을 새로운 플랫폼 기술의 시너지를 통해, 미충족 의료 수요(Unmet needs)를 해결하고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주는 연구원이 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먼저, 늘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점을 열어주시고 연구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신 조익훈 교수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밤낮없이 함께 연구하고 고민한 실험실 동료들과 선배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서 길을 닦아주신 졸업생 선배님들의 연구 자산이 있었기에 지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 큰 힘이 되어준 분들께 개인적인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졸업 후 해외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신 사수 정원영 박사님, '연구해 보니 LRP6 O-GlcNAcylation은 예상보다 더 흥미로운 친구였습니다!'. 제약업계에서 멋지게 커리어를 쌓고 있는 부사수 김태희 석사, '우리가 밤새워 고민했던 가설이 결국 옳았다는 걸 증명해내서 기쁘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항상 고마워!' 마지막으로 논문 마무리를 도와준 심혜원 박사과정생 후배. '이제는 너의 멋진 연구로 우리 실험실을 빛내주길 응원할게.'
마지막으로, 이번 연구 성과를 이루기까지 아낌없는 지원과 협력을 보내주신 공동 연구진분들께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연구의 완성도를 높여주신 아주대학교 정재연 교수님 연구팀, 데이터 분석과 해석에 큰 힘이 되어주신 숭실대학교 김준일 교수님 연구팀, 서울대학교 이유진 교수님 그리고 연구자원과 아이디어를 공유해주신 연세대학교 김승업 교수님, 성균관대학교 이원화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신 서울시립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님들께도 고개 숙여 인사를 전합니다.
등록일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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