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조혈계(Hematopoietic system)는 지속적으로 면역세포를 생성하며 우리 몸의 면역 항상성을 유지합니다. 특히 조혈 줄기 및 전구 세포(Hematopoietic Stem and Progenitor Cell, HSPC)는 외부 감염이나 염증 자극이 발생하면 Myeloid 계열 세포의 생성을 급격히 늘리는 ‘Emergency myelopoiesis’을 유도하여 숙주 방어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합니다. 최근 HSPC의 Myeloid 편향 현상은 감염 상황 뿐만 아니라 다발성 경화증이나 척추관절염과 같은 만성 자가면역질환의 병증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신홍반루푸스의 심각한 합병증인 루푸스 신염(Lupus Nephritis, LN)은 전통적으로 사구체 내 면역복합체 침착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임상에서는 자가항체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신장 염증이 진행되거나, 전신 면역 이상과는 독립적으로 단핵구 기반의 염증이 신장 손상을 유도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루푸스 신염이 전신적 요인뿐만 아니라, 신장 내부의 독자적인 병인기전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일반적인 조혈은 주로 골수에서 이루어지지만, 면역 수요가 급증하는 비상시에는 비장과 같은 골수 외 장기에서도 혈액 세포가 생성되는 '골수 외 조혈(Extramedullary Hematopoiesis, EMH)'이 발생합니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간, 잇몸, 관절 등 비림프계 기관에서도 EMH 현상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신장 역시 EMH가 보고된 바 있으나, 질병의 진행 과정에서 이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병리적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루푸스 신염 신장으로 골수 유래의 myeloid-biased HSPC가 이동하여 국소적으로 myelopoiesis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들 세포는 HA-CD44 axis를 통해 신장 내에 축적되며, 이후 조직 손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HSPC가 신우 부위에 주로 축적되고, 실제 루푸스 신염 환자의 소변에서도 검출될 뿐만 아니라 신기능 지표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본 연구는 신장 내 국소 조혈이라는 새로운 면역학적 관점을 제시하였으며, 향후 이를 조절함으로써 신장 손상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울산대학교 의과학과 박사과정으로서,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내 ‘임상면역 및 류마티스 연구실 (Laboratory of Rheumatology & Clinical Immunology)’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전신홍반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통풍 등 다양한 자가면역 류마티스 질환을 중심으로 염증 및 면역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자 샘플과 동물 모델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여 연구 결과가 실제 임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Bench-to-Bedside’, ‘Bedside-to-Bench’의 가치를 실현하는 중개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도교수님인 홍석찬 교수님께서 단장으로 계시는 ‘의사과학자연구단’을 통해 임상과 기초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독보적인 연구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연구단 소속 교수님들은 풍부한 진료 경험과 더불어 KAIST 등에서 전문적인 연구 트레이닝을 쌓은 의사과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임상적 관점과 기초과학적 접근을 균형 있게 배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특히 월 1-2회 진행되는 연구단 공동 랩미팅은 본인의 연구 주제를 다양한 전공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다학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됩니다.
이러한 연구 환경 덕분에 임상 현장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기전연구로 확장하고, 이를 다시 치료 현장에 적용하는 실용적인 연구를 수행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라고 자부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전신홍반루푸스는 가임기 젊은 여성에게 주로 호발하며, 환자의 약 50%가 신장 침범을 경험합니다. 특히 루푸스 신염은 만성 신부전이나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중증 질환임에도, 완치보다는 관해와 재발이 반복되는 까다로운 임상 경과를 보입니다.
연구실에서 환자분들의 샘플을 접할 때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의 젊은 환자들이 투병 중인 현실에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사실 저의 어머니께서도 제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루푸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루푸스 환우 가족으로서, 어머니께서 평생 겪어오신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며 자랐기에 이 연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우리 가족, 나아가 루푸스로 고통받는 모든 환자분에게 건강한 일상을 되찾아 주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사명감은 제가 연구자로서 지치지 않고 정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자 자부심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 또한 학위과정 중이라 부족한 점이 많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이 없어도 지치지 않고 완주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학부 1학년 겨울, 호기심에 시작한 연구실 인턴부터 이번 첫 주저자 논문을 쓰기까지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비록 오랜 시간 뚜렷한 성과는 없었지만 학부 시절 선배님들, 동기와 밤낮없이 실험실에서 보낸 경험은 대학원 생활을 버티는 든든한 기초체력이 되었고 석사 시절 수많은 저널 클럽과 수기 연구 노트와 함께한 미팅들은 연구자로서의 사고방식을 익히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지금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 막막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쌓이는 기본기들이 언젠가 본인만의 결실을 맺게 해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믿고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수행하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타깃 세포가 특정 해부학적 위치에 존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에는 신장의 해부학적 위치에 따른 면역학적 반응의 차이를 더욱 심도 있게 규명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비면역세포와 면역세포 간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어, 환자 샘플과 동물 모델 사이의 일관된 기전을 도출해내는 중개연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임상 현장의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부족한 저를 끝까지 믿어주시고, 연구자로서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도해주신 홍석찬 교수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연구 과정에서 마주한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교수님의 가르침은 저에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수준 높은 시퀀싱 분석으로 큰 힘이 되어주신 KAIST 이정석 교수님과 정세영 선생님, 그리고 늘 옆에서 도와주는 류마티스내과 식구들,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시는 이지혜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곁에서 늘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과 선후배님들, 그리고 오랜 시간 학위 과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변함없는 지지와 사랑을 보내준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연구를 소개하고 소중한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기회를 주신 BRIC 관계자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등록일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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