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한국생명공학연구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신약개발 과정에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표적 단백질과 치료제 후보 물질 간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결합 복합체 형성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기존 분석 기법들은 형광 표지가 필요하거나 고농도의 시료가 요구된다는 뚜렷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저희 연구팀은 인위적인 표지 없이(Label-free) 단일 분자 수준에서 생체 분자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나노포어 센싱(Nanopore sensing)’ 기술에 주목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깔때기 모양의 생물학적 나노포어인 'YaxAB'를 새롭게 도입하여, 암 치료의 주요 표적인 BRD4 단백질과 다양한 저분자 약물이 결합한 복합체를 표지 없이 정밀하게 구별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초고해상도의 구별이 처음부터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초기 실험 환경에서는 복합체들이 만들어내는 신호가 불규칙한 패턴을 보여, 약물 간의 미세한 차이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저희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해질 조건을 변경하여 단백질의 움직임을 안정화하는 한편, 여기서 얻은 전기 신호를 분석하는 방식을 완전히 새롭게 접근해 보기로 했습니다. 단순한 신호의 형태뿐만 아니라, 단백질이 나노포어 안에서 움직이는 위치별 신호와 미세한 잡음(노이즈) 특성까지 정밀하게 분리해 결합하는 '다차원 신호 분석법'을 고안해 적용한 것입니다.

이 새로운 분석법 및 변경된 실험조건을 적용하자, 그동안 불규칙한 신호 속에 숨어 있던 미세한 차이들이 비로소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다차원 신호 분석을 통해 JQ1과 ABBV075 약물처럼 전체 복합체 질량 차이가 2.5 Da(달톤)에 불과한 경우까지 완벽하게 분리되는 것을 확인했던 순간은,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 전환점이었습니다.
이처럼 나노포어를 이용해 복잡하게 접힌 단백질과 약물 복합체를 사실상 ‘원자 수준(Near-atomic resolution)’의 해상도로 구별해 낸 이번 성과는, 나노포어 기술이 신약 개발과 단백질 상호작용 분석을 위한 새롭고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향후 이 기술이 다중 어레이 기술 및 인공지능(AI)과 융합된다면, 신약 개발을 위한 고속 대량 스크리닝(HTS)은 물론 차세대 단일분자 단백질체 분석과 질병 진단 분야로까지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KRIBB 스쿨 박사학위 과정 중,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AI바이오의약연구소 희귀난치질환표적연구센터 지승욱 박사님 연구실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저의 지도교수님이신 지승욱 박사님을 중심으로 단백질 구조생물학, 나노포어 단일분자 분석, 인공지능(AI)등 각 분야의 전문가이신 김진식 박사님, 정기백 박사님, 황성보 박사님께서 이끌어 주시고, 어려운 순간마다 늘 곁에서 함께 고민하며 큰 의지가 되어주는 동료 팀원들이 든든하게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끈끈한 협력을 바탕으로, 본 연구실은 나노포어 기반의 단일분자 분석 기술에 인공지능(AI)과 단백질 구조생물학을 접목하여, 암 및 희귀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하고 그 작용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희 연구실은 다양한 연구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고 일상적으로 활발하게 토론하는 연구 문화가 잘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로운 학술적 교류 덕분에, 연구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혔던 순간들을 극복하고 이번 나노포어 기반의 초고해상도 단백질-약물 분석과 같은 뜻깊은 성과를 성공적으로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여러 번의 실험과 분석 끝에 막연하게 보이던 결과의 의미가 조금씩 잡힐 때입니다. 나노포어 실험은 미세한 전류 변화 속에서 단백질의 상태를 읽어내는 일이라, 신호를 어떤 관점에서 해석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BRD4 단백질을 YaxAB 나노포어 안에 포획하는 것까지는 가능했지만, 약물이 결합했을 때 생기는 작은 차이를 처음부터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여러 조건을 조정하고 신호를 세분화해 분석하면서 거의 비슷해 보이던 약물 복합체들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주 작은 질량 차이까지 구별되는 결과를 보았을 때, 그동안 반복했던 실험과 분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연구의 보람은 큰 발견의 순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차이를 끝까지 확인하는 과정에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작은 의미를 가볍게 넘기지 않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앞으로도 그런 태도로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를 준비하는 분들께는 관심 있는 주제를 직접 경험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생화학을 공부하며 질병과 약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러 연구 경험을 거치며 나노포어 연구에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노포어 연구는 단백질, 전기신호, 데이터 분석 등 여러 분야가 연결된 연구라 처음에는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실험하고 고민하다 보면 논문으로만 볼 때는 알기 어려운 연구의 재미와 어려움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연구 방향도 조금씩 분명해진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나노포어가 단백질과 약물의 아주 작은 결합 차이까지 구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앞으로는 이 기술을 BRD4뿐 아니라 다른 질환 관련 단백질과 다양한 약물 후보물질 분석에도 적용해 보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신호를 더 안정적으로 얻고, 여러 샘플을 더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기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멀티채널 나노포어 시스템과 AI 기반 분석을 접목해, 신약 후보물질 선별이나 질병 진단 연구에 실제로 활용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는 나노포어 측정, 단백질 준비, 시뮬레이션, 데이터 분석 등 여러 과정이 잘 맞물려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함께 고민해 주신 연구팀 구성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마주할 때가 많지만, 그런 순간마다 함께 토론하며 다른 관점에서 데이터를 바라본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연구는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노력이 모여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하나씩 정확하게 확인하며 성실하게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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