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연구의 주제는 무엇인가?"
본 연구의 주제는 "만성피로증후군(ME/CFS) 환자는 정상인과 구분되는 코르티솔 동적활성 수준의 차이를 보이는가?"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피로는 휴식을 취하거나 1차 원인을 해결하면 회복되지만, 휴식에도 장기간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보아야 합니다. 본 연구에서 다룬 만성피로증후군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심한 피로를 호소하는 질환입니다. 그러나 아직 병태생리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현재도 주관적인 증상을 평가하는 설문지 조사로 진단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지만, 질환 자체의 복잡성과 환자군 내 큰 이질성으로 인해 일관된 결론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왜 만성피로증후군에서 코르티솔을 중점으로 연구하였는가?"
본 연구에서 주목한 코르티솔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 또는 '일주기 리듬과 관련된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르티솔은 일주기와 스트레스에 따라 분비되며, 우리 몸이 외부 자극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내분비 호르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절이 장기간 흐트러질 경우, 우울장애(MDD)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중추신경계 기반 질환과도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코르티솔은 생리적·병리적 중요성이 모두 크기 때문에, 만성피로증후군의 생체지표 후보로 꾸준히 제시되어 왔습니다. 다만 기존 연구들 사이의 결과 차이가 크고, 질환 특이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아직 명확한 지표로 인정되지는 못했습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종합하는 메타분석과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만성피로증후군의 병태생리를 종단 관찰이 아닌 일주기와 외부 자극에 따른 동적활성 전반을 관찰하였습니다.
"연구의 주요 결과와 의의는 무엇인가?"
본 연구에서는 총 46편의 증례-대조군 연구(case-control study)에서 추출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와 건강 대조군의 코르티솔 자료를 바탕으로 메타분석을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은 혈액 내 코르티솔 수준에서는 건강 대조군과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타액·소변·모발에서 측정한 자유 코르티솔은 약 20%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이러한 차이는 기상 후 아침에 측정한 타액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코르티솔이 아침에 가장 높게 분비되어 각성과 에너지 동원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기상 직후 심한 피로를 느끼는 현상과 관련될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또한 HPA axis 약물 자극에 대한 코르티솔 반응성도 약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해마를 포함한 상위 조절기전에서 음성 되먹임(negative feedback)이 과도하게 작동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들이 가벼운 활동이나 자극에도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이후 증상이 악화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생물학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기존 연구들 사이의 상충된 결과를 보다 정교하게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으며, 만성피로증후군의 병태생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했습니다. 나아가 만성피로증후군을 단순한 피로 질환이 아니라, 코르티솔 조절 체계의 불균형과 관련된 질환으로 이해할 필요성을 보여주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대전대학교 대전한방병원, 한의과대학, 그리고 교책연구기관인 동서생명과학연구원에서 이진석 교수님과 손창규 교수님의 지도 아래 여러 연구원들과 함께 수행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 마인드'입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자신의 주제에 깊이 몰입하게 되지만, 그럴수록 독자와 임상적인 관점에서 이 연구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다시 돌아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한의학적 배경에서 수행되는 전임상 연구 역시 실제 임상에서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스스로 성찰하게 해줍니다.
또한 연구원들 사이의 수평적인 분위기 역시 큰 장점입니다. 서로의 연구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비판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보다 넓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연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현재 저는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본 연구는 석사과정 때부터 이어져 온 주제입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고, 연구자로서 제 자질과 방향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제 연구가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스스로 되묻고,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과정 끝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단순히 하나의 논문을 완성한 것을 넘어 연구자로서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현대 사회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특히 AI의 발전은 우리가 방대한 정보 속에서 훨씬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때로는 AI만 있으면 혼자서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대일수록 오히려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더 중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힘이 바로 타인과의 소통 능력, 스스로 질문할 수 있는 힘, 그리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야를 선택하든, 주어진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왜 그런지 질문할 수 있어야 하며,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고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더 깊이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당장 확신이 없더라도 새로운 환경과 어려움에 계속 도전하는 태도가 결국 자신만의 경쟁력과 가치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가장 우선적으로는 코르티솔이 뇌척수액 조절, 즉 뇌척수액의 생성·흐름·배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이를 바탕으로 실험 논문을 작성할 계획입니다. 이 주제는 제가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온 내분비계와 중추신경계의 연결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향후 연구 범위를 내분비계에만 한정하지 않고, 중추신경계 기반에서 만성피로증후군의 병태생리를 보다 폭넓게 밝히고자 합니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만성피로증후군을 넘어, '피로'라는 생리적 현상 자체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가 학업 과정 중 좋은 저널에 게재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의미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합니다. 항상 아낌없는 지도와 지원을 보내주신 손창규 교수님, 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격려를 주신 이진석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실질적인 도움을 주신 최유진 박사님과 김준열 선생님, 그리고 함께 연구실 생활을 하며 많은 힘이 되어준 황승주, 강지윤 박사님, 백동철, 구지연, 채민용, 손희정, 김영애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모든 분들의 연구에 더 큰 발전과 좋은 결실이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등록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