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Technische Universität Dresden, 현 DZNE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수면은 현재까지 관찰한 신경계를 가진 모든 생물에서 확인되는 진화적으로 매우 보존적인 생리적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잠을 자야 하는지, 어떤 신경회로와 분자 메커니즘이 수면을 조절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생물학의 큰 미스터리 중 하나입니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에너지 보존 및 분배, 대사 조절, 기억 형성, 그리고 수명 연장과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알라토스타틴C(allatostatinC) 신호전달 경로는 포유류에서 곤충에 이르기까지 진화적으로 보존된 중요한 신호체계이지만, 이 신호체계가 어떻게 수면세포를 통해 이러한 다양한 생리 기능을 조율하는지에 대한 신경회로 수준의 메커니즘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포유류의 뇌는 수억 개의 신경세포와 복잡하게 얽힌 신경회로로 구성되어 있어, 특정 신경펩타이드가 어떤 신경세포에서 분비되어 어떤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어떻게 수면을 조절하는지 추적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본 논문에서는 예쁜꼬마선충(C.elegans)을 모델로 사용하여, 포유류 소마토스타틴의 상동체인 NLP-99 신경펩타이드와 그 수용체 NPR-16이 어떻게 수면 활성 신경세포(RIS 뉴런)를 통해 수면, 대사, 생존과 수명, 기억을 조절하는지 분자-세포-행동 수준에서 밝혔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단 302개의 신경세포를 가지며 모든 신경세포의 연결회로가 완전히 밝혀져 있어, 소마토스타틴 신호전달이 수면 신경세포를 조절하는 정확한 메커니즘을 세포수준에서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본 연구는 소마토스타틴 신호가 발달 단계와 영양상태에 따라 수면을 촉진하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하는 '이중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최초로 밝혔으며, 이러한 조절이 RIS 수면 신경세포 내외부에서의 수용체 발현 패턴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신경회로 수준의 작동 원리를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포유류 뇌에서 소마토스탄틴 양성 억제성 신경세포 (SST interneurons)의 기능 이상은 알츠하이머병, 수면장애, 대사증후군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 밝힌 소마토스타틴 신호전달의 세포특이적, 발달 단계 특이적 조절 메커니즘은 향후 이러한 질환들의 병리 기전을 이해하고, 수면-대사-인지 기능을 통합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독일 드레스덴 공과대학교(Technische Universitat Dresden, TU Dresden)의 생명공학센터(Biotechnology Center, BIOTEC)에서 본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BIOTEC은 분자세포생명공학센터(Center for Molecular and Cellular Bioengineering, CMCB)의 세 개 연구소 중 하나이며, TU Dresden의 보건과학, 의생명과학, 생명공학 연구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연구를 수행했던 Henrik Bringmann 교수님 연구실은 예쁜꼬마선충과 생쥐를 주 동물모델로 사용하여 수면의 조절과 기능에 관여하는 분자적 메커니즘 및 신경회로를 밝히는 연구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다세포 생물 중에서 첫 번째로 유전체 지도가 완성되었으며, 신경회로는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먼저 분석이 완료된 동물모델입니다. 이에 더해 예쁜꼬마선충의 투명한 몸은 신경세포의 활성을 추적할 수 있는 GCaMP 칼슘 이미징 기술과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의 효율을 극대화하여, 실시간으로 수면신경세포의 활성과 그에 따른 분자적 또는 행동적 변화를 동시에 추적관찰 할 수 있게 합니다.
이후, 예쁜꼬마선충을 통해 밝혀진 수면의 조절기작 및 기능을 생쥐에서 재현함으로써 복잡함 속에 숨어 있던 진화적으로 보존된 수면의 생물학적 주요 기능을 밝힌다는 점이 Bringmann 연구실의 매력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90년생인 제가 살아온 한국사회는 잠을 게으름, 나태함으로 여겼던 거 같습니다.
어린이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토끼와 거북이는 한낮에 달리기 경주를 합니다. 토끼는 달리기 경주 중 쏟아진 졸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낮잠에 빠집니다. 결국, 낮잠을 자지 않고 부지런히 기어간 거북이에게 경주에서 패하고 맙니다. 사실, 토끼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낮에 잠을 쪼개서 자는 수면패턴을 갖는 동물이지만, 우리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그 동안 잠을 이겨내지 못한 토끼가 게으르다고 비난했습니다. 물론,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교훈은 대략 '부지런함으로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다'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충분한 수면이 필요한 어린 아이들에게 잠은 게으르고 나쁜 것이라고 은연중에 가르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많은 한국의 학생들은 토끼가 되지 않기 위해 매일매일 졸음과의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수면 부족은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 우울감, 정서조절장애 등 여러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수면의 기능에 대해 연구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수면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저의 연구가 단지 생물학적 발견에 그치지 않고 제도적으로도 노동현장 또는 아동복지 차원에서 충분한 휴식 혹은 수면을 보장하기 위한 근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점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처럼 해외박사과정 유학을 고민 중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자신감이 없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부끄러운 제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우선, 완벽히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최대한 많은 실험실 문을 두드리라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저의 경우 박사과정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난관은 언어였습니다. 많은 연구소에서 아시아권 지원자에게 TOEFL 혹은 IELTS 등을 통한 영어성적증명을 요구합니다. 때문에, 급하게 회화공부를 하려고 학원도 다니고 화상영어도 하였지만 언어의 벽은 정말 쉽게 극복되지 않았습니다. 6개월쯤 지나서, 이 정도 속도라면 요구하는 영어성적에 도달할 때쯤 남들은 이미 박사학위를 받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전략을 바꿔 제 관심분야인 신경생물학과 관련된 연구주제를 수행하는 연구소 중 영어성적을 요구하지 않는 곳을 일단 보이는 대로 다 지원했던 것 같습니다. 대략 30곳 정도를 찾아 서류지원을 하고, 그중 6곳에서 화상인터뷰를 받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관심있는 실험실은 뒤쪽 날짜로 조정하고, 나름 인터뷰를 하면서 녹음도 하고 다시 들어보며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나갔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 지원한 실험실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가졌던 Bringmann 교수님 연구실에서 최종 합격 연락을 받았습니다.
박사학위 디펜스를 마치고 Bringmann 교수님께 5년전 언어가 부족했던 저를 왜 뽑았는지 궁금해 여쭤보았습니다. Bringmann 교수님께서는 "영어 정말 많이 부족했다. 다만, 개인발표도 나름 잘 준비하고 지원자 중에서 유일하게 향후 연구주제를 계획해 왔는데, 우리의 연구주제에 정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부족한 영어는 1년 후면 많이 늘 줄 알았다."라고 답하셨습니다.
실제로 드레스덴 공과대학교와 DZNE에서 여러 박사과정 지원자들의 인터뷰에 함께 참여하고 PI와 지원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학부 때 성적이나 석사논문을 고려해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유독 우리 주제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는 지원자들은 인터뷰 후에 이야기해보면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운도 결국은 도전하는 사람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실로 생물학을 좋아하고 박사학위를 고민 중이시라면 될 때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도전하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주제로 연구하는 곳이 많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TU Dresden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는 독일 본(Bonn)에 위치한 독일 신경퇴행성질환연구소(DZNE)에서 미토콘드리아 기능이상과 관련된 주제로 박사후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신경퇴행성질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독자적인 향후 연구 주제에 대해서 아직은 고민중이지만, 현재 가장 관심이 있는 주제는 신경퇴행성질환의 이질성(Heterogeneity)입니다. 같은 병이라도 환자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다른 이유, 심지어 동일한 유전자 정보를 공유하는 신경세포 사이에서도 퇴행이 다르게 발현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질성 뒤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신경퇴행으로 이어지는 주요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복잡함 속에서 숨어 있는 보편적 작용기작을 찾기위해 저의 연구동반자 예쁜꼬마선충과 함께 최대한 즐겁게 그리고 오래 연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하면서 힘든 시간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 시간을 함께해준 분들께, 언제 또 한빛사에서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가 올지 모르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우선, 언제나 열렬한 응원과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시는 단국대학교 김은주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박사과정동안 즐겁게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Henrik Bringmann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Vielen Dank. 박사과정 동기이자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주고 푸념도 잘 들어준 Dr. Gill Pollmeier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Danke schon.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고 자랑스럽게 여겨 주시는 부모님과 옆에서 항상 응원해 주는 아내 가영이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등록일 2026.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