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University of Chicago, Rush University Medical Center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단일 세포 분석은 복잡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분석 플랫폼들은 주로 세포를 파괴해야만 하는 end-point 측정 방식의 시퀀싱에 국한되어 있어, 살아있는 세포의 동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최근 이 분야의 동향은 단순한 유전체 분석을 넘어, 미세유체역학과 광학 및 라만 분광법을 융합하여 단일 세포 수준의 화학적, 물리적 특성을 비파괴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MiDAS (Microfluidic Dielectrophoretic Arresting System)는 유전영동 기술을 활용해 특정 세포와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고효율로 포획하고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향후 단일 세포 분석의 정밀도와 활용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실험 초기에 디바이스의 세팅과 구동 조건을 잡아가던 때입니다. 저를 지도해 주신 Anindita (Oni) Basu 교수님, Supratik Guha 교수님과 함께 늦은 오후까지 연구실의 작은 현미경과 전원 공급 장치 앞에 옹기종기 모여 실험을 진행하던 때 어느 날 수많은 시도 끝에 처음으로 최적의 전압과 주파수를 찾아 전기장 신호를 가했고, 효모 세포들이 밀려나 트랩(trapping site) 부근에 정확히 포획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순간 너무 기쁜 나머지 Oni 교수님께서 직접 개인 휴대폰을 꺼내어 그 장면을 영상으로 담으셨습니다. 과학적 발견을 향한 뜨거운 열정 앞에서는 직급과 연차를 불문하고 모두가 순수한 기쁨을 공유한다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시카고 대학교 의과대학(Dept. of Medicine) 유전의학(Genetic Medicine) 소속의 Anindita (Oni) Basu 교수님 연구실과, 분자공학대학(Pritzker School of Molecular Engineering) 소속의 Supratik Guha 교수님 연구실 양쪽에 소속되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Basu 교수님 연구실은 단일 세포 해상도로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연구하는 데 강점이 있으며, Guha 교수님 연구실은 미세가공, 디바이스 설계 및 분석에 탁월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의대와 공대라는 서로 다른 결을 가진 두 학과의 융합적 환경은, 학문의 경계를 넘어 유연하면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혁신적인 미세유체 플랫폼을 개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인프라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새롭고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훌륭한 연구들이 많지만, 실제 현장에서 재구현하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거나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쉽게도 논문이라는 학술적 성과에만 그치는 기술들을 보며, 저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포유류 세포나 효모 등 표적의 종류와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미세 장치를 제작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단순한 제작 공정만으로도 하나의 슬라이드 위에 10,000개 이상의 트랩을 확장할 수 있으며, 실시간 광학 및 라만 분광 분석과 원활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 플랫폼이 단일 세포 분석의 장벽을 낮추고, 동료 연구자들의 다양한 생명과학 연구에 실질적이고 보편적인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 제게 가장 큰 자부심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학부 연구생을 시작으로 석사, 박사, 그리고 포닥 과정까지 약 10년의 시간 동안 연구를 해오며 제가 가장 깊이 느낀 점은, 세상에 '좋은 연구'와 '안 좋은 연구'를 무 자르듯 나눌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은 없다는 것입니다. 연구라는 활동은 남들보다 더 높은 순위, 더 빠른 기록을 다투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아 달리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연구자마다 각자에게 맞는 호흡과 속도가 존재합니다.
때로는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뼈아픈 실패를 마주하며 좌절하기도 하고, 반대로 오랫동안 갈구하던 결과를 얻었을 때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기도 합니다. 이 긴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보람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것, 그것이 진짜 재미있는 연구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길었던 연구 여정을 통해 그 과정 자체가 주는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새롭게 연구의 길에 접어드는 후배님들 역시, 얽매이지 않는 시선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며,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연구 과정 자체에서 충만한 행복을 경험하는 자신만의 훌륭한 마라톤을 완주하시길 응원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그동안 축적해 온 다양한 공정 기술과 마이크로/나노 기술을 토대로, 단일 세포 분석 및 미세유체 플랫폼의 한계를 돌파하는 융합 연구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번에 개발한 디바이스의 구조와 재질을 개선하여 살아있는 세포의 전기천공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미생물 단일 세포의 라만 신호 대 잡음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고도화된 미세유체 및 반도체 공정 기술들을 질병의 조기 진단이나 체외 진단기기, 더 나아가 일상적인 건강 관리 분야 등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에 접목시켜, 학술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 쓰임새를 창출하는 엔지니어이자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긴 연구 기간 동안 물심양면으로 든든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시카고 대학교의 Oni 교수님, Supratik 교수님, 그리고 밤낮으로 동고동락하며 함께 고민해 준 양쪽 연구실의 모든 팀 구성원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언제나 변함없는 믿음으로, 멀리서도 묵묵히 기도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카고에 지내는 동안 따뜻한 보금자리를 내어준 누나와 매형 그리고 바쁜 연구로 인해 많이 놀아주지 못한 미안한 조카 라희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과 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와 시차 속에서도 항상 저를 믿고 가장 든든한 내 편이 되어준 아내 유진이에게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논문 리비전과 결혼 준비가 겹쳐 육체적, 심리적으로 매우 벅찼던 시기에도 아내는 늘 제게 가장 큰 위안이자 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제가 중심을 잃고 흔들릴 때마다 지혜롭게 마음을 다잡아준 아내의 헌신과 희생이 없었다면 이번 연구를 무사히 마무리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하고 앞으로도 함께 행복한 꽃길을 걸어갔으면 합니다.
등록일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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