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Stanford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는 박테리아의 항바이러스 (anti-phage) 면역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박테리아도 자신을 감염시키는 파지에 맞서 정교한 방어체계를 발전시켜왔는데, 최근 10년간 수많은 시스템들이 쏟아지듯 발견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예전에는 제한효소나 CRISPR-Cas 정도가 주로 알려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인간의 cGAS-STING과 유사한 CBASS 혹은 ISG (Interferon-stimulated gene)와 비슷한 시스템들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연구의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박테리아 수준에서부터 우리 면역의 진화적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이 분야를 정말 흥미롭게 느끼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시스템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앞으로도 전혀 예상치 못한 방어 메커니즘과 독특한 효소들이 계속해서 발견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 결국 논문의 제목이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연구 기간의 대부분 동안 DRT3를 구성하는 두 역전사효소 (Drt3a, Drt3b) 중 Drt3b의 역할이 무엇인지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였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단계에서야 Drt3b가 핵산 주형 없이 단백질 자체를 주형으로 삼아 DNA를 합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고, 어렵지만 중요한 발견은 가장 마지막 순간에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스탠포드 대학교의 Alex Gao 연구실에서 진행했습니다. 인원이 많지는 않지만 그만큼 동료 한 명 한 명이 각자의 분야에서 정말 뛰어나기에, 같이 일하면서 매번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작은 규모인 만큼 서로의 연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큰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논문에 참여한 저자가 다섯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원이 적었던 만큼 각자의 전문 분야를 긴밀하게 엮어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협업하는 팀이 짧은 시간에 얼마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직접 경험한 것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보람 있었던 부분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사실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입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분야가 워낙 빠르게 바뀌고 있는 만큼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본인이 진심으로 재미있어 하는 질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생물정보학과 실제 실험실에서의 생화학 실험을 모두 경험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능력은 앞으로 정말 큰 무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하나는 Drt3b보다도 더욱 복잡한 서열을 주형 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효소가 자연계에 존재하는지 찾아보는 일입니다. Drt3b는 단순한 두 염기 반복 서열만을 합성하는데, 이보다 복잡한 서열을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내는 효소가 있다면 정말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다른 하나는 Drt3b가 만들어내는 서열의 종류를 어떻게 더 넓힐 수 있을지를 살펴보는 일입니다. 이 두 방향이 잘 맞물리면 주형 없이 원하는 서열을 합성하는 새로운 도구로서의 가능성도 함께 열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를 함께하기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끝까지 노력해 주신 공동 저자분들, 그리고 곁에서 여러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만들 수 없었을 결과물이었고,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등록일 202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