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Yale School of Medicine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적게 먹으면 왜 오래 사는 것일까?"
칼로리 제한(caloric restriction)은 100여 년 전부터 여러 가지 동물 모델에서 건강수명(healthspan) 및 절대수명(lifespan)을 증가시킨다고 보고되어 왔으며, 현재까지도 비약물적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장수(longevity) 중재법입니다. 그러나, 일부 실험동물 모델에서 진행된 과도한 칼로리 제한(약 40%)은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 이외에 (1)면역력 약화(감염에 취약), (2)성장 둔화, (3)생식능력 저하 등 여러 trade-offs를 야기하였습니다. 이러한 허들을 극복하고자, 2007년도에 미국에 소재한 세 기관이 합쳐서 건강한 중년(middle-aged) 성인들을 대상으로 약 2년간 적정량의 칼로리 제한(약 25%)을 유지하는 CALERIE(Comprehensive Assessment of Long-term Effects of Reducing Intake of Energy) 임상시험을 진행하였습니다. (임상시험의 목표는 25%의 칼로리 제한을 유지하는 것이었으나, 실제 참가자들은 약 11%~14% 정도의 칼로리 제한을 달성하였습니다. 이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수행 가능하며 생리학적으로 합리적인 정도의 범위이므로, 본 임상시험의 신뢰도 및 적용 가능성을 높여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본 연구는 인간에서 적정량의 칼로리 제한이 주는 장수 효과의 구체적인 기전을 분석하고자, CALERIE 참여자들의 기준점 및 칼로리 제한 2년 후에 각각 채취한 종단적 혈장시료에서 SomaScan 7K 플랫폼을 활용한 비편향적(unbiased) 단백체학 분석을 수행하였습니다. 단백체학 분석 결과, 칼로리 제한이 기존에 동물 모델에서 보고된 것과 유사하게 인간에서도 노화와 관련된 여러 기전들을 억제하는 것과 더불어, 특히 선천면역에 중요한 보체(complement) 기전, 그 중에서도 C3a라는 단백질을 성별 및 체질량지수와 무관하게 특이적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C3a는 complement 시스템을 활성화시키는 3가지 주요 경로들의 연쇄반응이 모이는 central node인 C3라는 단백질이 절단되며 생성되고, 염증 반응을 유도한다고 보고된 단백질입니다.
최근 인간에서 진행된 대규모 단백체 분석에서 complement 시스템이 노화에 따라 발현이 증가한다는 상관관계적인 보고들이 있었으나(Ding et al., Cell 2025 & Jia et al., Cell Metab 2026), 구체적인 인과관계에 대한 보고는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실험 결과 인간뿐만 아니라 실험용 생쥐에서도 성별에 관계없이 노화에 따른 혈중 C3a 발현 증가가 관찰되어, 추가 기전 연구를 위해 접근성이 용이한 실험용 생쥐 모델을 이용하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다양한 장기들 중 내장 지방 조직에서 주로 노화에 따른 C3 절단이 발생하는 것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저희 그룹에서 작년에 age-associated macrophage (AAM)라고 명명하여 Nature Aging지에 보고한(Gonzalez-Hurtado et al., Nat Aging 2025), 노화 특이적으로 발생하는 대식세포에서 기인된 것임을 발견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내장 지방 조직 내의 대식세포들은 C3a 수용체도 높게 발현하고 있었고, C3a-C3AR1 축을 통한 자가분비(autocrine) 신호 전달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발현을 증가시킴으로써 염증노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생체 내 검증을 위해 고령 생쥐에 내장 지방 조직 특이적으로 C3a 중화항체를 주입하였고, 단순히 내장 지방 조직의 C3a 활성을 억제하는 것만으로도 전신적으로 염증노화 지표들이 개선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인간 임상시험 데이터로부터 출발하여 생쥐 모델로 이어진 역-중개 접근법(reverse translational approach)을 적용하여, 칼로리 제한의 염증노화 억제 효능이 부분적으로 complement 활성화 억제로 인한 것이며 complement 시스템이 염증노화의 면역-대사적 체크포인트임을 규명하였습니다. 생애 초기 및 성인에게는 선천면역계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complement 시스템이 노화가 되면서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염증노화를 일으킨다는 이러한 발견은, 이전 인터뷰에서도 소개해 드렸던 '길항적 다면발현(antagonistic pleiotropy)' 가설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염증노화 방지를 위해 건강한 성인에서 complement 시스템을 아예 붕괴시키는 것은 생리/면역학적으로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과도한 활성화를 일으키지 않도록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이 향후 치료적 접근법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치주염을 적응증으로 한 C3 억제제가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입증 받고 2상이 진행중이므로, 장기투여 시에도 안전하고 효과적인 C3/C3a 억제제가 개발된다면 염증노화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속한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Department of Pathology, Immunobiology, and Comparative Medicine의 Prof. Vishwa Deep Dixit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https://medicine.yale.edu/lab/dixit/). 저희 연구실이 이전에 CALERIE 임상시험 기관 중 하나에 속하는 Pennington Biomedical Research Center에 위치하고 있었을 때 모아 놓았던 혈장 시료들을 이용하여 본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에 참여하신 모든 참여자분들과 시료를 공유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CALERIE 시료로 단백체학 분석을 진행하기 전부터 저희 그룹은 complement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공동 1저자인 Manish가 western blot 등 본 논문에 들어간 기초 데이터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제가 분석을 맡은 단백체학 데이터에서 complement 활성 억제 기전이 top hit로 발견되었고, 자연스럽게 두 개의 프로젝트가 합쳐지게 되면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논문 제출 후 리비전 과정에서 C3a의 염증노화에서의 역할을 생체 내에서 검증하는 실험을 수행해야만 했었는데, 설치류에서 검증된 C3/C3a 억제제가 없어서 방법을 찾는데에 꽤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행히 여러 문헌을 찾다가 저명한 과학자인 Sarah Teichmann 그룹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생쥐 암 모델에서 C3a 중화항체를 사용했던 실험 결과를 찾을 수 있었지만(PMID:32433953), 항체가 생각보다 비싸고 고령 생쥐를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서 실험을 할 때 정말 떨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화항체를 내장 지방 조직에 주사하고 부검하여 염증노화 지표들이 감소하는 것을 관찰하였을 때, 정말 짜릿하면서도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노화 연구 분야는 아직까지 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이 남아 있는 분야이고,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모든 인류가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노화에 숨겨진 생리학적 반응과 면역-대사 시스템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것은 아주 뜻깊고 재미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연구자분들께서 참여하셔서 연구 분야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 연구 관심사가 다양하기도 하고 면역-대사(immunometabolism)라는 다학제적 분야에 속해 있다 보니, 학위 과정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여러 결실들을 맺고 있어서 너무 감사하지만, 앞으로는 현재 수행하는 프로젝트들을 가급적 빠르게 마무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시간을 내서 향후 독립적인 과학자로서 던질 질문들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좋은 리뷰어들을 만나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가 제 연구실을 꾸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모든 걸음을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경험해 보는 단백체학 데이터 분석을 저에게 믿고 맡겨 주고, 값비싼 중화항체 실험을 제안했을 때 진행할 수 있도록 서포트해 준 어드바이저 Deep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수도 없이 western blot을 수행한 공동 1저자 Manish와, Pennington에 랩이 있을 때부터 임상시료들을 잘 관리해 주신 염윤희 박사님, 논문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공저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논문이 나올 때마다 항상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KAIST 정원일교수님과 연구실 선후배분들, 그리고 항상 제 편에서 힘이 되어주는 아내 심영리 박사님, 조부모님, 부모님, 장인장모님을 비롯한 가족들과 친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또 한빛사에 재미있는 결과들을 소개해 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정진하겠습니다! :)
등록일 2026.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