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Harvard medical school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는 랩온어디스크(Lab-on-a-Disc) 시스템에서 관성 유동(Inertial flow)과 저투과성 막 사이의 동역학적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단백질 검출 감도를 혁신적으로 향상시킨 플랫폼 개발에 관한 것입니다.
기존의 디스크 기반 연구들은 주로 원심력을 이용한 단순 유압 제어에 의존해 왔으며, 특히 필터를 통과하는 유동이 관성력을 가질 때 발생하는 복잡한 물리적 현상과 세척 효율사이의 관계는 학계에서 그동안 구체적으로 규명된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저투과성 막이 특정 관성 유동 조건 하에서 유동 패턴을 재배치하여 세척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물리적 메커니즘을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통해 입증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기술적 측면의 'Trade-off' 해결: 난소암 진단을 위해 발현량이 매우 낮은 EV(Extracellular vesicle)의 단백질을 검출해야 했습니다. Tyramide signal amplification assay는 감도가 매우 높지만, 세척이 완벽하지 않으면 백그라운드 노이즈가 심해져 데이터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원심력 기반 디스크는 코리올리 힘(Coriolis force)을 활용해 세척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잠재력은 있었지만, 최적화된 조건을 찾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저는 시뮬레이션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어떤 인자가 세척 효율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고, 결과적으로 코리올리 힘에 의한 유동 패턴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깨끗한 배경 신호와 높은 감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임상적 유효성 확보: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MGH 내 임상의들과의 협업을 통해 마커들을 엄선했고, 연구 과정에서 EV의IL6R이 백금계(Platinum) 항암제 내성 환자에게서 높게 발현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조기 난소암 진단에 있어서도 기존 지표인 혈액기반의 CA125보다 EV의 EpCAM과 Claudin의 조합이 훨씬 더 민감하게 암을 검출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공학적 플랫폼이 실제 환자의 데이터를 통해 증명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러한 공학적 규명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장비 없이 디스크 설계만으로 타겟 단백질과 검출 프로브 간의 반응 빈도를 높이고 백그라운드 노이즈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본 연구는 향후 액체 생검 및 현장 진단(Point-of-care testing; POCT) 플랫폼에서 고감도 분석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공학적 지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 및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MGH)의 Center for Systems Biology의 이학호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이번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나노 기술과 미세유체학(Microfluidics), 그리고 공학을 결합하여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의 조기 진단 및 모니터링을 위한 차세대 진단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MGH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 현장 내에 위치하고 있어, 공학자가 제안한 기술적 아이디어를 실제 환자의 샘플(혈액, 복수 등)에 즉각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독보적인 중개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번 Theranostics 논문 성과 역시 단순히 공학적 플랫폼 개발에 그치지 않고, 병원 내 임상의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난소암 환자의 백금계 항암제 내성이나 조기 진단 마커를 실질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모여 현장에서 작동하는 기술을 목표로 치열하게 토론하고 협력하는 것이 저희 랩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특징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공학적 아이디어가 실제 임상 현장의 수요를 해결하는 도구가 되었을 때입니다. 난소암 진단에서 발현량이 적은 EV 단백질을 잡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특히 고감도 구현을 위한 Tyramide signal amplification assay와 백그라운드 노이즈 제거 사이의 기술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붙잡고 밤낮으로 고민했던 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코리올리 힘을 이용한 세척 효율 최적화에 성공하여 해당 분야에 기여를 한 부분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MGH 임상의들과의 협업을 통해 EV의 단백질 마커들이 실제 환자의 내성 판별과 조기 진단에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확인하고, 제가 만드는 디스크 기반의 플랫폼이 실제로 암의 진단과 치료 방향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바이오 메디컬 엔지니어링 분야는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이 쓰일 현장을 이해하는 유연함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학이나 진학을 준비하신다면 본인만의 고유한 기술적 전공을 탄탄히 다지되, 이를 타 분야에 어떻게 접목할지 끊임없이 고민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저 역시 이번 연구에서 유체 역학 시뮬레이션 전문가, 그리고 현장의 의사들과 소통하며 혼자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풀어나갔습니다. 언어와 환경의 장벽은 있겠지만, 본인만의 확실한 무기를 가지고 열린 마음으로 협업한다면 세계적인 연구 환경에서 충분히 역할을 해 나가리라 생각합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데이터가 주는 힌트를 즐기는 마음가짐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발굴한 난소암의 항암제 내성 및 조기 진단 마커들이 실제 암세포 내에서 어떤 시그널링 체계를 통해 작동하는지 그 기전을 더 깊게 규명해보고 싶습니다.
단순히 "있다, 없다"를 판별하는 진단을 넘어, 환자의 상태를 다각도로 분석하여 최적의 맞춤형 치료법까지 제안할 수 있는 차세대 정밀 의료 플랫폼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는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의 대학이나 연구 기관에서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연구 그룹을 꾸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공학적 혁신이 의료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계속해서 주도해 나가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하나의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특히 연구의 방향을 잡아주신 이학호 교수님, 그리고 기술적 난제를 함께 고민해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연구는 때로 긴 터널을 걷는 것처럼 외롭고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Theranostics 논문 작업을 통해 얻은 교훈은, 그 터널의 끝에는 반드시 데이터가 주는 정답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험실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실 선후배 연구자분들 모두 각자의 '유동 패턴'을 찾아 빛나는 결실을 보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등록일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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