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연구는 “Protein C activity가 허혈성 뇌졸중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였습니다. 그동안 protein C는 허혈성 뇌졸중 분야에서 필수적인 바이오마커로 여겨지지 않았으며, 주로 고령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전형적인 심뇌혈관 위험인자에 의한 뇌경색이 아닌 경우, 즉 비교적 젊은 뇌경색 환자에서 원인 규명이 어려울 때 선택적으로 평가되는 지표였습니다. 다시 말해, protein C deficiency는 young-age stroke 환자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로 인식되어 왔으나, 실제로 결핍이 확인되더라도 치료 방침이 달라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처럼 현재 임상에서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게 평가되는 혈역학적 혹은 혈전성 지표들이 실제로는 뇌졸중의 발생 기전이나 예후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antiphospholipid antibody, blood viscosity, diastolic dysfunction biomarker 등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뇌졸중 환자에서 지속적으로 분석해 왔습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protein C를 기존 참고치에 따라 단순히 low-normal-high로 구분한 범주형 지표로 보지 않고, 연속형 지표(continuous variable)로 설정하여 분석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실제 허혈성 뇌경색 환자에서 protein C activity와 혈전 생성 경향 간의 연관성을 최초로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허혈성 뇌졸중은 단일한 질환군이 아니라 매우 이질적인(heterogeneous) 특성을 가진 질환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protein C activity가 atrial fibrillation(AF)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으며, 이는 TOAST classification 중 cardioembolic stroke와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결과입니다. 최근 고령화에 따라 AF를 동반한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cardioembolic stroke는 대체로 예후가 불량한 편입니다. 따라서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protein C activity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고, 나아가 임상의가 중재적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제가 소속된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의 급성기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속한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과 제1저자가 소속된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은 모두 Korea Stroke Registry(KSR), 즉 한국뇌졸중등록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체계적인 임상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이 가능한 연구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전문 분야의 교수진과 열정적인 전공의들이 함께하고 있어 활발한 임상 토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진료 과정에서 생긴 의문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연구 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협력적 연구 환경은 임상적 문제의식을 실제 연구로 발전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임상 진료를 수행하는 의사로서 환자 진료와 치료에 더하여 연구활동까지 병행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시간적·체력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지속하게 되는 이유는, 실제 환자를 진료하면서 생긴 궁금증을 스스로 질문으로 정리하고, 이를 연구로 발전시켜 논문화하며, 나아가 그 결과가 실제 진료지침이나 임상적 판단에 반영되는 과정을 경험할 때 연구의 필요성과 보람을 깊이 느끼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Journal of Neurology, Neurosurgery and Psychiatry (2025년 4월)에 게재한 LDL 콜레스테롤 level과 dementia의 관계를 common data model 기반으로 분석한 연구는 출판 직후부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ePub 공개 당일부터 The Guardian (UK), Tribune, Herald, BBC Focus Science, Medscape 등 전 세계 146개 이상의 매체에 소개되었고, 미디어 관심지표인 Altmetric score 역시 1120점을 넘었습니다. 또한 해외 연구자들로부터 연구 관련 이메일을 여러 차례 받고, 국내 가장 유명한 유튜브 의학채널인 “비온뒤”에서 연구관련 인터뷰를 요청받는 등 매우 뜻깊은 경험을 하였습니다.
이 연구가 큰 관심을 받은 이유는, 2024년 Lancet Commission에서 기존의 12개 치매 위험인자에 더해 high LDL level과 visual loss를 새롭게 포함한 이후 관련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치매 예방을 위한 LDL level 관리에 관한 명확한 임상 지침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본 연구가 하나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제가 수행한 연구를 계기로 국내외 우수한 연구자들과 학문적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은 연구자로서 큰 자긍심을 느끼게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많은 의사과학자들이 시간 부족과 체력적 한계를 절실히 느끼면서도 연구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임상의사로서 환자를 직접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 자체가 매우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품은 질문을 자신의 아이디어로 해석하고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결과물이 논문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남게 되는 기쁨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다른 훌륭한 연구자들과 공유하며 학문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보람입니다.
주니어 연구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늘 “왜?”라는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비록 당장 그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는 습관이야말로 의사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거창한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진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의문조차 가지지 못함’ 에서 ‘의문을 가져 검색해보니 이미 관련연구가 있음’을 거쳐 ‘나의 독창적인 의문에 대하여 나의 연구로 해답을 얻음’ 으로 발전하는 스스로가 보일 것입니다. 저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계속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많은 임상연구가 randomized controlled trial(RCT)을 통해 환자에게 중재를 적용하고 그 임상적 효과와 위험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RCT 수행이 어렵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질환도 적지 않습니다. 더불어 환자 개인정보 보호 문제로 인해 임상연구 수행이 점차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현재의 현실입니다.
저는 최근 common data model(CDM)을 활용하여 익명화되고 표준화된 대규모 의료데이터 기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연구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론과 실제 진료 현장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medical gap을 규명하고 이를 메울 수 있는 연구를 지속해 나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 성과는 결코 개인의 단독 업적이 아니라, 많은 분들의 지지와 협력 속에서 이루어진 뜻깊은 결실입니다. 무엇보다 제1저자로서 적극적인 의견 제시와 탁월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긴밀한 논의를 함께해 주시고, 이를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연구에 반영해 주신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박수현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한림대학교 신경과 뇌졸중 파트 교수님들과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님들께서 보여주신 환자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고견은 임상진료와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늘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연구 전반에 걸쳐 아낌없는 조언을 주신 이주헌 교수님, 김철호 교수님, 이상화 교수님, 이민우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석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시자 저를 신경과의사의 길로 이끌어 주신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이병철 교수님, 유경호 교수님, 오미선 교수님, 그리고 전임의 기간 동안 연구의 기본을 가르쳐 주신 서울대학교병원 이승훈 교수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자 저를 신경의학자의 길로 이끌어주신 서울대학교병원 (현 국립중앙의료원) 윤병우 교수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가족 안에서 늘 반쪽짜리 역할밖에 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에게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