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Brandeis University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생체 내부 상태를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항상성을 유지하는 내수용(interoception) 기전의 중요성이 최근 빠르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장으로 유입된 음식물을 감지하는 비신경세포와 장신경계는 섭식 행동과 대사 조절의 핵심 축으로 작용하며, 이 경로의 이상이 다양한 대사 질환과 행동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신경계의 내수용 기능이 단순한 대사 조절을 넘어 대사와 독립적으로 전신 생리 항상성(physiological homeostasis)을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저의 이번 연구는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을 이용하여, 단 하나의 장신경세포가 섭취된 염(salt)을 직접 감지하고 개체의 염 스트레스 저항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과정은 해당 신경세포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variant ionotropic receptor (IR) GLR-9에 의해 매개되며, 이 수용체 하나만으로도 염 감각이 유도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이 신경세포에서의 콜린성 신경전달과 신경펩타이드 신호가 서로 다른 시간 척도에서 작동하며, 염 내성을 조절하는 이중적인 메커니즘을 형성함을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이 신호는 장과 표피와 같은 원거리 조직으로 전달되어 osmolyte 관련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전신적인 염 스트레스 대응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장신경계가 단순히 소화에 관여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환경 자극에 대해 개체 전체의 생리 상태를 재조정하는 정교한 감각·조절 시스템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본 연구는 곤충 외의 동물에서 variant IR이 화학감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제시하며, 해당 수용체 계열의 진화적 기능이 예상보다 넓게 보존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진화적으로 장신경계는 중추신경계보다 먼저 등장한 오래된 신경 네트워크로, 흔히 '제2의 뇌'라고 불립니다. 이번 연구는 이 '제2의 뇌'가 단순한 보조 기관이 아니라,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생존 전략을 조율하는 핵심 시스템임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장신경 기반 내수용 회로가 다양한 환경 스트레스에 어떻게 특이적으로 반응하는지, 그리고 대사 경로와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연구는 궁극적으로 스트레스 적응, 대사 질환, 그리고 행동 이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현재 연구하고 있는 곳은 미국 Massachusetts주에 위치한 Brandeis University 생물학과이며, Piali Sengupta 교수님의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Brandeis 생물학과의 장점 중 하나는 학문 간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는 점으로, 교내뿐만 아니라 외부 연구자들을 초청한 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또한 학생과 포닥들에게도 발표 기회가 자주 주어지며, 다양한 의견과 피드백을 받아 연구에 반영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제가 속한 Piali Sengupta 교수님의 연구실은 30주년을 앞둔 지금까지도 매우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안정적인 연구 환경 속에서 구성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수님께서는 항상 배우는 자세로 연구에 임하시며, 구성원들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세심하게 살펴보고 진정성 있게 토론해주십니다. 또한 새로운 분야나 익숙하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다른 연구자들과 소통하며 협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주시는 부분이 좋은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시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프로젝트는 사실 예상하지 못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thermosensation에서의 neuronal plasticity를 연구하던 중에 새로운 방향의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장내신경의 interoception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로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접하는 분야에 연구가 잘 진행될수 있을까라는 부담감과 막막함이 있었는데 이러한 고민 속에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과 연구자로서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교수님과 저 모두에게 익숙하지 않은 주제였기 때문에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지만, 다양한 교수님과 연구자분들의 조언과 도움을 통해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상하지 못했던 출발점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가 하나의 의미 있는 연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매우 보람 있게 느끼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후배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신경과학에는 여전히 미지의 문제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들이 많으며, 이를 해결하려는 호기심, 노력, 성실함이 있다면 꼭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설령 연구도중에 본인에게 맞지 않는다고 깨달은 다면,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과 깨달음 역시 본인에게 소중한 자산이 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는 현재 연구를 확장하여 여러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
먼저, 이번 연구에서 규명한 수용체에 대해 구조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작동 기전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고자 합니다. 또한, 진화적 관점에서 수용체의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제 연구실을 시작하여 interoception을 중심 연구 주제로 삼고, 장신경이 다양한 화학적 자극을 어떻게 감지하고, 이러한 신호가 전신 생리 항상성 조절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앞으로 연구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게 되어 저의 주변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우선, 미국의 어려운 정치 및 이민 환경 속에서도 걱정 없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시고, 멘토로서 아낌없이 도와주신 Piali 교수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도움과 조언이 없었다면 이러한 결과를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포닥으로 계셨던 이 연구실에 저를 믿고 추천하여 보내주신 저의 스승님 김규형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박사과정 동안에도 늘 아낌없는 지원과 세심한 지도를 해주셨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포닥으로 지내는 동안에도 바쁘신 와중에 안부를 물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연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실험실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떤 연구자이자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교수님께서 주신 가르침을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이 감사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만큼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 일상을 정신없이 바쁘면서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두 아이와, 언제나 제 곁에서 든든하게 지지해주고 제 모든 투정을 묵묵히 들어주는 남편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멀리서 늘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는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이렇게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평생 헌신적으로 지원해주고 모든 걸 가르쳐 주신 저의 부모님께 가장 큰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등록일 202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