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연세대학교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세포소기관 막접합부위(organelle membrane contact sites, 이하 MCSs)는 세포 내에서 소기관들이 막융합 없이 접촉하며 신호와 물질을 주고 받는 핵심 허브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접촉 구조의 결핍이나 과도한 형성이 신경퇴행성 질환, 대사 질환, 암 등 다양한 질병의 병인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점점 규명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신약 개발은 주로 특정 효소나 수용체 하나를 조절하는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세포소기관 사이의 상호작용 네트워크 자체를 조절하는 접근은 아직 낯선 분야였습니다. 저희 논문은 최근 보고된 MCS 조절 화합물들(MCS modulator)을 임상적 가치와 작용기전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크게 MCS 형성을 강화하는 stabilizer와 약화시키는 destabilizer로 나눈 뒤, 다시 화합물-단백질 결합 방식과 세포 내 작용기전에 따라 세분화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그동안 개별적으로 보고되던 MCS modulator와 그 작용기전을 체계화할 수 있었고, 나아가 화학유전체학 연구기법 기반의 세포소기관 상호작용 조절 화합물 발굴 전략도 함께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제시한 이 체계는 약물이 단일 표적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소기관 간 네트워크를 재구성하고 궁극적으로 세포와 생체 시스템의 표현형까지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저희 연구실에서 매주 랩미팅과 저널미팅을 통해 세포소기관 상호작용 조절 화합물과 그 분자기전에 대한 최신 연구를 꾸준히 공부하고 토론해 왔다는 점입니다. 이번 연구는 이렇게 꾸준히 축적해온 수많은 저분자화합물 기반 데이터를 하나의 논리로 엮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단순히 "어떤 현상이 나타난다"를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화합물에 의해 유도된 특정 단백질 구조 상태(SM-induced proteoform)가 어떻게 소기관 네트워크 변화로 이어지고, 다시 세포 시스템 전체의 표현형을 바꾸는지 설명하기 위해 많은 선행 논문들을 분류하고 반복해서 검토하였습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제 연구 시야를 넓혀준 매우 뜻깊고도 설레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 제시한 해석 틀이 앞으로 더 많은 후속 연구와 질환 치료 전략 개발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권호정 교수님 지도 아래 화학유전체학 연구실(Chemical Genomics Laboratory)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본 연구실은 저분자 화합물을 도구로 활용하여 복잡한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을 발굴하는 화학생물학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화합물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변형하지 않고도 살아있는 세포에서 표적 단백질을 동정할 수 있는 연구기법을 구축하여,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생물학적 통찰을 발견하고 제시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기반 위에서, 아직 충분히 개척되지 않은 세포소기관 상호작용 조절 화합물과 그 분자기전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연구실 홈페이지: http://kwoncglab.com)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에게 화학유전체학 연구의 가장 큰 매력은 저분자화합물을 단순한 도구를 넘어, 생명현상의 숨겨진 연결고리를 드러내고 실제로 조절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생리활성 저분자화합물을 기반으로 기초 과학부터 중개 의학까지 아우르는 융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기존의 생물학적 지식만으로는 충분히 포착되지 않았던 현상을 '소기관 간 상호작용 네트워크의 재편'이라는 더 통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 것은 연구자로서 큰 성장의 계기였습니다. 아직 더욱 배울 것이 많기에, 앞으로도 더 많이 배우고, 더 깊이 탐구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의 가장 큰 가치는, 기존의 관점만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생물학적 통찰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검증과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성실하게 견디는 것이 연구자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믿습니다.
또한 연구는 결코 혼자 완성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동료들의 조언, 토론, 협력이 있어야 비로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길을 준비하는 많은 분들도 겸손한 자세로 배우되, 자신만의 질문을 놓치지 않는 담대함을 함께 갖추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박사과정 동안에는 이번 TiPS 논문에서 제시한 프레임워크를 실제 실험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특히 질병 모델에서 화합물을 이용한 세포소기관 막접합부위 조절이 소기관 기능과 대사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이것이 질병 개선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규명하는 연구를 후속 논문으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학위과정을 통해 축적한 세포소기관 상호작용 조절 화합물의 발굴 경험과 작용 기전 연구를 바탕으로, 감염병, 대사질환, 난치성 질환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영역에서 새로운 분자기전과 치료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연구가 완성될 수 있도록 끊임없는 영감과 지도를 주신 권호정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연구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치열한 토론과 협력으로 함께해 준 민정 선배, 은우를 비롯한 모든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연구는 결국 끊임없이 질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논문에서 정리한 세포소기관 상호작용 기반의 약리학적 관점(Organelle-focused pharmacology)이 하나의 개념 제시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난치성 질환 연구와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재현성과 엄밀성을 갖춘 연구를 계속해 나가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