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세포핵 안에서 유전자 발현이 어떻게 조절되는지는 생명과학의 아주 오래된 질문 중 하나입니다. 과거에는 전사인자나 DNA 서열과 같은 분자적 요소들에만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핵 내 유전자가 어떤 공간적 특성을 가지는지가 중요한 상위 조절 기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핵막 근처의 라미나(Lamina)와 핵 내부의 스페클(nuclear speckle) 사이의 공간적 축이 유전자 발현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으로 제안되고 있습니다.
기존 연구들은 라미나의 주 구성 요소인 라민 단백질을 주로 억제 영역(LAD)을 고정하는 구조적 역할로만 보았는데, 이것만으로는 라민 결핍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변화를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았습니다. 본 연구에서 저희 연구팀은 라민이 억제 영역뿐 아니라 활성 영역의 공간 배치까지 조절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CRISPR 기술로 LMNB1 및 LMNB2 유전자가 결손된 세포주를 구축하고, TSA-seq(염색질-스페클 거리 측정), RNA-seq(전사 분석), ChIP-seq (히스톤 수식체 분석), 그리고 고해상도 이미징 분석을 통합하여 공간 구조와 전사 변화의 관계를 정량화했습니다.
연구 결과, 라민은 핵 내 염색질의 구조를 전반적으로 조절할 수 있었는데, 특히 스페클과 염색질 사이의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세포 특유의 전사 환경을 만든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예를 들어, 라민이 없으면 활성유전자들은 스페클에서 멀어져 전사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반면 일부 억제 유전자들은 오히려 스페클 쪽으로 이동하며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라민을 단순히 '억제 영역의 고정 단백질'로 보는 기존 관점을 넘어, 염색질과 스페클 사이의 근접성을 정밀하게 조절하여 전반적인 전사 항상성(transcription homeostasis)을 유지하는 핵심 인자로 재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를 위해 TSA-seq 실험 셋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실험 과정 중 H2O2를 처리하는 단계가 있었는데, 다량의 세포를 사용하다 보니 산소 발생량도 많아 EP 튜브 뚜껑이 자주 열리곤 했습니다. 일주일간 준비한 샘플을 로테이터에서 반응시키던 중 뻥 소리와 함께 샘플이 모두 쏟아진 순간이 있었는데, 그 장면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김정웅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다양한 생물 모델에서 핵 구조, 유전체 조직화, 후성유전체,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특히 생물정보학 모델링을 활용해 이런 현상들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환경유해인자가 세포에 미치는 독성을 평가하고, 다차원 오믹스 통합 분석을 통해 환경성 질환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 연구실은 핵 구조와 유전자 발현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기초 연구부터, 이를 질병 및 환경 독성과 연결하는 응용 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해상도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연결하여 하나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으로 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특히 실험 결과와 데이터 분석을 긴밀하게 연결함으로써, 복잡한 생명현상을 정량적이고 체계적으로 해석해내는 것이 저희 연구실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이어오며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은 생명과학이 결국 긴밀하게 연결된 시스템을 이해하는 학문이라는 것입니다. 실험에서 관찰되는 작은 변화도 독립적인 결과가 아니라 생명 현상의 일부이기에, 그 현상이 다른 과정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AI와 데이터 기반 분석이 강조되면서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단순히 숫자의 변화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생물학적 의미'를 해석하는 과정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연구라는 것이 단순히 숨겨진 정답을 찾는 과정이기보단 현상을 상상하고, 방법을 고민하고, 문제를 정의하고, 그 답에 점차 가까워지는 과정 자체라는 것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아무도 관심 없는 길 위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동시에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길을 탐험하는 보람 또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즐거운 연구생활 하시면 좋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핵 구조와 유전체 연구는 생물학에서도 매우 높은 해상도, 즉 분자 수준의 현상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다양한 분자들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에 생물학뿐 아니라 다양한 개념을 함께 이해하고 연결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세포 내의 미세한 변화가 실제 생명 현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가장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데이터의 숲'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내가 결국 어떤 질문을 해결하고 싶은지, 그 본질을 계속 상상하고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많은 데이터가 융합되어 하나의 현상으로 만들어지는 경험을 하시면, 이 분야에 대한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학위 과정부터 지금까지 라민 단백질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B형 라민이 염색질과 스페클 사이의 거리를 조절한다는 점을 확인한 데 이어, 후속 연구로 이러한 현상들을 단일세포 수준에서 정밀하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특히 B형 라민에 의한 유전체 조직화가 어떻게 전사 항상성을 유지하는지 명확히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A형 라민과 B형 라민 사이의 특성을 비교하고, A형 라민의 구조적 특징이 핵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라민을 중심으로 한 핵 조직화가 세포의 기능과 질병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아낌없는 조언으로 이끌어주신 김정웅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에 단순히 결과를 내는 것을 넘어, 연구자가 갖추어야 할 태도와 관점까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실험과 분석 전반에 걸쳐 함께 고민하고 많은 도움을 주신 김철홍 박사님, 김지영 박사님, 김진호 박사님과 모든 연구실 식구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에게 감사하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등록일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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